[kjtimes=견재수 기자] 일본 자동차업체 도요타가 4년간 이어진 美 법무부의 급발진 관련 수사에 결국 항복했다. 이로써 도요타는 지금까지 美 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매긴 벌금 가운데 최고액을 받게 됐다.
자동차 업계는 이 결과로 자동차 점화장치 문제 사실을 은폐한 제너럴 모터스(GM)도 ‘좌불안석’ 상황에 놓인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다.
도요타가 업계 사상 최대의 벌금을 부과 받게 된 데에는, 급발진 문제 여부도 크지만 해당 사실을 美 정부와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고 허위 정보를 제공한 괘씸죄가 크게 작용했다는데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美 법무부가 벌금12억 달러에 도요타와 4년간에 걸친 급발진 수사를 종결하는데 19일(현지시간)합의했다고 밝혔다. 한화 1조2800여억원 규모로 그동안 美 정부가 자동차 업체에 부과한 최고 벌금에 해당되는 규모다.
이날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하기 위해 나선 에릭 홀더 美 법무장관은 “도요타가 수치스러운 짓을 했다”며 “정부와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다”고 강한 질타를 빼놓지 않았다.
홀더 장관은 “지난 2009년과 201년 도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차량 급발진 문제와 관련해 회사 측이 美 안전규제 당국과 의회, 그리고 일반 소비자들에게 허위 정보를 제공한 사실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운전자가 내차는 안전하다고 기대할 권리가 있다”며 “다른 자동차 제조사들은 도요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경고성 일침을 가했다.
도요타는 홀더 장관이 거론한 지난 2009년부터 지금까지 급발진 문제와 관련해 총 24억 달러의 비용을 들여 1200만대 이상의 차량을 리콜했다. 또 이와 관련된 소송으로 피해자를 본 소비자들에게 16억 달러를 배상하는 출혈을 감내해왔다.
자동차 업계는 사상 최고액의 벌금을 부과 받은 도요타의 불똥이 당장 GM쪽으로 옮겨 붙게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GM은 10여년 전부터 자동차 점화장치 이상 여부를 인지하고 있었으면서 이를 무시하고 은폐했다는 의혹으로 현재 美 법무부로부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늦게나마 GM 측이 지난달 해당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160만대 수준의 차량 리콜을 실시했지만 사태를 온전히 넘기기에는 이미 늦었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이 문제로 30여건의 사고와 12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됐지만 GM 기술자들은 이 같은 문제를 묵인해 왔다는 비난이 극에 달해 있어 도요타의 결과에 관망할 수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편, 국내 자동차 업계도 이번 결과에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국내에서도 급발진 사고로 의심되는 사례가 이미 여러 차례 접수됐고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운전자의 과실로만 치부될 뿐 자동차 제조사의 문제로 이어진 사례가 단 한 번도 없었다.
국토교통부에서도 이와 관련해 각계 전문가와 일반인들이 참여한 공개 실험을 진행했지만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