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20년 잔치는 끝났다.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소비자 구매 패턴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결과 매장 축소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을 기반으로 성장했던 국내 백화점 및 대형마트는 최근 매출액 및 영업이익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형마트는 지난해 2분기 일제히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마트는 1993년 창사 이후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롯데마트도 국내 사업이 1998년 창사 이후 최악의 영업 실적을 기록했다. 이후에도 이마트는 4분기에 100억원 적자를 냈고 롯데쇼핑은 창사 이래 첫 구조조정에 돌입, 점포 약 30%에 달하는 200여개를 정리키로 했다.
이 같은 위기는 비단 국내 뿐이 아니다. 미국의 경우 북미 최대 유통업체였던 시어스는 설립 126년만인 2018년 파산보호를 신청했고 장난감 유통 왕국으로 불리던 미국 토이저러스 역시 지난 2017년에 파산보호를 신청, 2018년 미국 내 700여개 토이저러스 매장을 폐쇄했다.
◆유통생태계 변화가 일으킨 오프라인 유통공룡들의 몰락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위기에 직면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온라인 쇼핑몰 경쟁에 밀린 영향 때문이다. 스마트폰 발달로 유통생태계가 변하면서 소비자들은 점차 ‘엄지족(배달)’에 익수해졌고 그 기회를 틈타 이커머스 업체들의 공세가 이어진 것이다.
해외에서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아마존을 두려워하는 현상을 일컫는 용어 ‘아마존 이펙트’와 오프라인 유통채널 몰락을 의미하는 ‘유통 아포칼립스’ 등이 그것이다.
전통 유통강자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고조되지만 온라인 기업들 역시 진화를 향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의 경우 전통 유통 기업 영역이던 오프라인에도 진출하는 분위기다.
아마존은 지난 2017년 오프라인 식료품점 홀푸드마켓을 인수했고 중국 알리바바는 2016년 신선식품 소매업체 허마셴셩을 거둬들이며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신유통 전략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의 경우 쿠팡, G마켓, 11번가, 위메프 등 소셜커머스 기업들은 아직 오프라인 진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향후 다양한 방식으로 온오프를 융합하는 비지니스를 펼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중이다.
◆온라인 사업 강화로 출구 마련하는 유통강자들
오프라인 전통 유통 강자들의 몰락이 우려되는 것은 일자리 창출과 연계됐다는 점 때문이다. 통상 대형마트 1곳에는 약 500명, 백화점에는 2000~5000여명이 인력이 근무한다. 즉,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기능 뿐 아니라 지역 사회를 이어주는 커뮤니티로서의 역할도 하는 셈이다.
위기감을 느낀 국내 유통기업들은 임대료,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사업을 축소하면서 온라인 사업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온라인 중심 서비스로의 전환에 비용을 대거 투자하면서 오프라인에 투자했던 돈줄을 닫고 있다.
실제 롯데쇼핑은 지난 2018년 8월 온라인 조직을 분리해 통합한 ‘e커머스사업본부’를 꾸리고 3조원 투자 계획을 발표했고 신세계·이마트 역시 지난해 초 합작법인 SSG닷컴을 출범시키며 1조원 투자 전략을 선언했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 명품그룹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소유한 화장품 유통사 세포라와 미국 세계 최대 소매유통 체인인 월마트 등은 사업운영방식을 온라인 강화를 통해 온오프 융합으로 체질 개선을 실시했다.
그 결과 세포라는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를 통한 화장품 구매를 유도해 플랫폼 안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고 월마트는 지난해 4분기 미국 내 온라인 매출 35% 증가란 성과를 거뒀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 전략’ 보고서를 통해 "기존 유통 기업 중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곳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제품 및 서비스 외 콘텐츠 및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를 유입할 수 있는 타 요소와 결합해 선보이는 ‘믹스 번들’ 전략이 눈에 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