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 거액 투자자의 주식거래가 급감하고 있다. 유럽 발 재정위기, 미국과 중국의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가라앉자 거액 투자자들이 일단 주식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 이들은 미래가 불투명한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대신에 현금을 손에 쥔 채 본격적인 지수 반등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1억원 이상의 대량 매매건수는 1월 3만2335건에서 10월 1만8243건으로 43.6% 급감했다. 대량 매매 건수는 2월 4만3828건까지 상승했다가 그 이후 전반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세계 경기 침체로 올해 증시가 보합권에 머무르자 수익을 내기 어려워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탓.
이에 거액 투자자들은 적극적인 주식 거래로 차익을 누리기보다는 시장을 관망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지난달 3차 양적완화(QE3)를 내놓으며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지만 예상만큼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이유이다.
KDB대우증권 PB클래스 서울파이낸스 조원희 1센터장은 “미국의 QE3로 경기가 회복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늘어난 유동성만큼 소비가 살아나는 선순환이 나타나지 않으면서 10월 이후 투자자들이 주식 채권 시장 전반에서 몸을 사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증시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고액 자산가들은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시중통화량을 의미하는 광의통화(M2)의 9월 평균잔액은 1819조원으로 1월의 1757조원보다 3.5% 증가했다. 지난해 9월(1729조원)보다는 5.2% 늘어난 액수다. M2는 현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 머니마켓펀드(MMF), 양도성 예금증서(CD), 종합자산관리계좌(CMA), 환매조건부채권(RP)을 합친 수치다.
조 센터장은 “주식시장에 이어 채권시장도 뚜렷한 강세를 보이지 않아 거액 투자자들이 시장을 대체로 관망하고 있다”며 “일부 우량주 외의 종목을 처분한 뒤 현금화해 보유하고 있으려는 성향이 강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코스피가 크게 하락하지는 않더라도 보합권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는 불안이 시장에 퍼져 있다. 일단 현금을 보유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