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시작이 반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재계의 눈길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22일 자구안을 발표한 이후자구계획 실행이 탄력을 붙고 있어서다. 불과 3개월 만이다.
재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유동성 목표액 3조3000억원 가운데 거의 절반에 가까운 1조5400억원에 달하는 실행방안을 구체화했다.
무엇보다 청신호로 볼 수 있는 것은 매각 대상 자산 중 가장 큰 덩어리인 현대상선의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부문 매각을 발표한 것이다. 이는 전체 구조조정 일정에서 곧 반환점을 돌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그룹은 지난달 12일, LNG 운송사업부문을 1조1000억원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우선협상대상자에는 IMM인베스트먼트가 선정됐다. 현재 실사가 진행되고 있고 본계약 성사를 앞두고 있다. 당초 실행 일정상으로는 6월에 매각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현재 4개월가량 시간을 벌은 상태다.
현대상선은 신한금융지주 지분 208만주를 6개월 내 장내 매각해 930억원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현재 매각 작업을 한창 진행 중이다.
현대그룹은 또 지난달 19일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의 현대오일뱅크 지분을 장외 블록딜(대량매매) 방식으로 140억원에 처분했다. 앞서 1월에는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던 KB금융지주 주식 113만주를 465억원에 팔았다.
지난달 부산신항터미널의 재무적 투자자를 교체하면서 500억원의 추가 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달 25일에는 1803억원 규모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청약을 마쳤다. 지난해 12월에는 1만8천97개의 컨테이너박스를 563억원에 매각했다.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애초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려 했으나 지분 일부를 팔아 현금을 확보하는 방법이 더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다양한 안을 찾고 있다.
현대그룹은 그동안 자구계획의 발목을 잡아온 현대엘리베이터의 파생상품 계약도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넥스젠캐피탈과의 계약 3건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등 점차 계약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은 지금까지 진행됐거나 곧 실행을 앞둔 자구안을 다 합하면 1조5000억원 이상일 것”이라면서 “남은 자구계획 중 관건이 될 부분은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이라고 지적했다.
재계와 금융권에선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의 경우 산업은행이 설립하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넘기는 방식으로 이뤄질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사모투자펀드(PEF)를 만들어 현대증권을 인수하면 인수 후 6개월간 매각이 금지돼 공개매각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며 “특수목적법인을 만들어 지분 이전 등 매각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빠른 시나리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