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장진우 기자] 최근 국내 대표 소프트웨어 기업인 한글과컴퓨터(대표 이홍구, 이하 한컴)가 MDS테크놀로지(대표 이상헌, 이하 MDS테크)를 인수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컴이 MDS테크의 지분 29.97%를 인수하는데 사용하는 자금은 745억원으로 알려져있다.
한 때 한컴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단골 매물로 인식될 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한컴은 매출 718억원, 영업이익 251억원을 기록하며, 이제는 안정적인 기업활동을 보란듯이 영위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한컴은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기업인 MDS테크를 인수했다. 반전드라마를 쓴 한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 '아래아한글로' 시작된 벤처기업 '한컴'
한컴은 지난 1989년 이찬진 전 대표가 워드프로세서인 '아래아한글'을 개발해 벤처기업으로 출범한 회사다.
한글 문서 작성에 맞춤화된 '아래아한글'은 출시 직후부터 국내 거의 모든 PC사용자들이 필수적으로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크로소프트(이하 MS) 'Word' 외에 자국어를 기반으로 하는 워드 프로세서를 개발 및 공급한다는 기술적인 자부심이 결합돼 '아래아한글' 뿐만 아니라 한컴 또한 승승장구했다.
이러던 한컴에게도 1997년에는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경영에 어려움을 겪던 한컴이 외국 자본에 인수될 수도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국민들이 나서서 '아래아한글' 살리기 운동을 추진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하지만 한컴은 결국 IT벤처거품 붕괴,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등의 영향으로 1998년 부도를 맞게 된다.
이후 2000년 메디슨을 시작으로 웨스트에베뉴와 티티엠, 넥스젠캐피탈, 서울시스템 등을 거치며 극심한 경영권 변동을 겪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프라임그룹, 셀런에이치를 거치는 동안 경영진의 횡령 배임사건으로 인해 기업 이미지는 땅에 떨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고난 끝에 한컴은 지난 2010년 소프트포럼 컨소시엄에 최종 인수(670억원, 지분율 17.8%)되면서, 비로소 경영권 안정을 되찾게 된다.
이후 한컴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고, 핵심이었던 오피스 사업에 매진했다. 한컴이 주인을 잃고 방황한 사이 MS의 오피스 프로그램은 이미 국내 시장에서 80%까지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에 한컴은 '한컴오피스2010'과 모바일 오피스 '씽크프리' 제품 등을 통해 국내 오피스SW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해 연간 400억원대 규모에 그치던 한컴의 매출액을 지난 2011년 569억원, 2012년 656억원, 2013년 718억원으로 지속 성장시켜왔다.
◆ 안정적인 성장 중이던 한컴 'MDS테크 인수'...왜?
이렇게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 이뤄오던 중 한컴은 돌연 MDS테크를 인수했다. 일각에서는 670억원에 인수됐던 한컴이 더 높은 금액인 745억원을 들여 인수했다는 소식에 MDS테크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MDS테크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및 개발툴을 바탕으로 자동차, 정보가전, 산업용기기, 모바일, 국방/항공 등 전 산업분야에 걸쳐 임베디드 솔루션을 공급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718억원, 영업이익은 251억원으로 MDS테크 인수를 통해 한컴이 국내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도약한다는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한컴 역시 MDS테크의 광범위한 시장과 폭넓은 고객층을 통해 한컴 소프트웨어의 유통 확대와 매출 신장을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MS와 경쟁하던 한컴...MS의 총판기업 MDS테크를 인수
한컴의 이번 MDS테크 인수에는 한컴의 대주주인 보안기업 '소프트포럼'이 한컴의 자금을 활용, MDS테크 인수를 통해 임베디드SW-보안-오피스SW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의도가 담긴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앞서 전한 내용으로만 봐도 쉽게 알수 있듯 MS와 한컴은 지난 20년 동안 국내 오피스SW 사업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한컴은 돌연 MS의 '임베디드OS 국내 최대 총판기업'인 MDS테크를 인수했다. 이번 인수가 흥미로워지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인수와 전혀 상관없는 MS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컴의 MDS테크 인수로 인해 MS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이유에서다.
MDS테크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MS 임베디드 OS의 55% 가량을 책임지고 있다. 현재 MS는 MDS테크와 SGA, 어드밴텍케이알, 유니퀘스트 등 4개의 파너사와 계약을 체결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내 MS 임베디드 OS의 공급사들은 MS의 영업정보 및 고객, 내부 영업정보, 가격정책 등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컴이 MDS테크를 인수하고 MDS테크가 지속 MS의 임베디드 OS에 대한 총판권을 소유한다면 한컴은 합법적으로 MS의 정보들을 이용할 수 있어 MS는 스스로 경쟁사에게 중요정보를 유출하는 모양이 된다.
게다가 최근 MS가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는 '원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 정책은 모든 사업부가 유기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새로운 시너지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로 인해 때로는 파트너에 제공하는 영업전략에 MS 전사적인 영업 정책과 프로모션 방향이 포함되기도 해 경쟁사에 흘러 들어갈 경우 문제발생 가능성이 있어 이 또한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게 관련업계의 시각이다.
◆ 6월 MS 임베디드 OS 총판권 갱신...변수 될까?
MS는 오는 6월 1일부로 모든 임베디드 OS 총판회사의 총판권을 갱신한다. 이 때 MS는 내부 회의를 통해 회사의 방침을 세우고 미국 본사에 총판권 유지에 관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총판권은 한번 갱신시 2년이 유지된다"며 "다만 MS는 계약기간중 문제가 발생될 경우 중도해지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긴하나 이를 실행하는데는 부담일 수밖에 없어 이번 총판권 선정에는 MS가 더욱 신중한 자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MS코리아는 지난 8일부로 윈도 XP 지원을 종료해 신경이 곤두서 있는 상황일 것"이라며 "임베디드 OS의 성공적인 업그레이드를 바라는 MS의 입장에서는 국내 임베디드 OS 매출의 55%를 차지하는 총판 업체가 경쟁사로 인수되는 상황이 달갑지 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수 차례 이곳 저곳으로 인수되며 힘든 시간을 겪었던 한컴은 어느새 안정적인 기업으로 성장해 이제는 다른 기업을 인수할 정도까지의 단계에 올라섰다.
더구나 다른 기업도 아닌 오피스 분야에서의 강력한 경쟁업체인 MS가 국내 최대 규모로 임베디드OS 총판을 맡기고 있는 MDS테크를 인수했다.
토종 소프트웨어 기업 '한컴'이 이번 인수계약을 통해 MS와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지 향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