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회장-은행장’ 패권다툼…도대체 어떻길래

2014.05.22 10:26:33

13년 역사 속 끊임없는 불협화음 ‘잔혹사’ 속출도

[KJtimes=김봄내 기자]금융당국이 연내 금융지주 회장의 황제 경영을 금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황제경영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그동안 금융권에선 국내 첫 금융지주사로 만들어지고 나서 너도나도 지주사 체제로 전환했지만 내로라하는 지주사에선 회장과 은행장의 대립이 반복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국내에서 처음 금융지주회사가 등장한 것은 지난 2001년 우리금융지주가 출범하면서부터다. 이후 여러 금융지주회사들이 설립됐다. 하지만 그 내면에는 지주회장과 은행장의 반목이 계속되고 있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난 1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이들의 다툼은 대부분 파국을 맞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 지주회장과 은행장만의 잔혹사는 어느 정도일까.

 

우선 우리금융그룹을 보면 그 실태를 알 수 있다. 윤병철 회장과 이덕훈 행장은 우리금융의 차세대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격돌했다. 이후 박병원 회장과 박해춘 행장 체제로 이어지면서 더 잔혹사는 더욱 심해졌다.

 

극에 달했던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4대천왕으로 꼽히던 이팔성 회장 때다. 이 회장은 재임기간 내내 매트릭스 조직을 시도했고 이종휘 행장과 이순우 행장은 반발해 끝내 무산시켰다. 당시 이 회장은 은행의 본부장 이상 임원 인사를 지주 회장과 사전 협의토록 하는 내규를 만들려다가 역시 은행의 반발로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KB국민그룹은 출신과 선임 배경, 정치권의 풍향계와도 무관치 않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이것이 지주회장과 은행장 간 대립각을 세우는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

 

KB국민그룹에선 지난해 취임 초기부터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사이의 불화설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이면에는 그들의 출신과 선임 배경이 있다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실제 임 회장은 KB금융 사장을 지내다가 회장이 됐다. 하지만 그는 행정고시 20회로 재정경제부 2차관까지 지냈다. 이른바 모피아(경제관료 출신) 금융인인 셈이다. 반면 이 행장의 주요 경력은 금융연구원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이른바 연피아(금융연구원 출신) 금융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지휘계통상 임 회장이 이 행장의 상관이라면서도 일각에선 실질적으로는 이 행장이 임 회장의 영향력 바깥에 있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전산시스템 교체를 둘러싸고 한바탕 진흙탕 싸움이 연출됐다. 신한사태는 라응찬 지주 회장을 따르는 이백순 행장이 차기 지주 회장으로 거론되는 신상훈 지주 사장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게 시발점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가까운 라 회장이 호남 출신의 신 사장을 배격함으로써 장기 집권 체제를 공고히 하려다가 벌어졌다는 후문이다. 당시 회장 비서실과 업무지원실은 그룹 내 치외법권대우를 받아 감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의 회삿돈 사용 내역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하나금융그룹에선 왕 회장으로 불리는 김승유 전 사장과 연임에 실패하고 자리에서 물러난 윤용로 전 외환은행장의 관계가 눈에 띄고 있다. 노조의 반발에 하나고등학교 출연을 거부한 윤 전 행장이 퇴진 후에도 하나금융 인사에 관여해 온 김 전 회장으로부터 미운털이 박혀 물러나게 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일명 마피아·낙하산 회장·행장들은 사사건건 충돌을 일삼는 게 비일비재했고 사실 가장 평온한 시절은 회장이 행장을 겸직했을 때라면서 회장과 행장의 반목이 심할 때는 회장이 행장을 제쳐놓고 부행장들만 따로 불러 회의를 열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김봄내 기자 kbn@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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