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대기업 그룹의 ‘바람막이’용 사외이사 선호도가 계속 높아진 것으로 조사돼 그 배경에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관피아'(관료+마피아)에 대한 사회적 비판여론이 비등한 가운데 이 같은 추세는 세간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다.
그러면 거센 ‘관피아’ 역풍에도 대기업들이 관료 출신들을 대거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재계 일각에선 조사·감독·수사 등 사정작업이나 각종 규제 등 공권력에 대한 방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의도 때문인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사외이사가 대주주 일가의 독단경영과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기업이 오히려 외풍을 막는 ‘바람막이’로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대기업의 사외이사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CEO스코어의 조사결과에서 나타났다. CEO스코어는 상호출자제한 49개 기업집단 238개 상장사의 1분기 보고서를 토대로 사외이사들의 출신 이력을 조사했다.
조사 결과 총 750명의 사외이사 중 36.9%인 277명이 관료 출신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전체 사외이사 수는 7명 줄었다. 하지만 관료 출신은 268명에서 9명이 늘었다. 이에 따라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은 35.4%에서 1.5% 포인트 상승했다.
학계와 재계 출신 사외이사는 381명에서 367명으로 14명 줄었는데 그 빈자리를 관료 출신 인사들이 고스란히 차지한 셈이다.
검찰·법원 등 법조계, 국세청·관세청 등 세무당국, 공정거래위원회, 감사원 등 소위 4대 권력기관 출신 인사는 165명에서 173명으로 늘었다. 전체 관료출신 사외이사 중에서 이들 인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61.6%에서 62.5%로 높아졌다.
법조 출신 인사가 84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밖에 세무 50명, 공정위 24명, 감사원 15명 순이었다. 올해 들어 법조 출신 사외이사는 4명 줄어든 대신 세무당국 출신이 8명, 감사원 출신이 3명 늘어났다는 점도 눈에 띈다.
그룹별로는 신세계의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가장 높았다. 7개 상장사 17명의 사외이사 중 무려 82.4%인 14명이 관료 출신 인사였다. 특히 신세계, 이마트, 신세계아이앤씨, 신세계푸드 등 전체 상장사의 절반이 넘는 4곳에서 관료 출신 사외이사 비중이 100%를 보였다.
영풍그룹에선 13명의 사외이사 중 9명(69.2%)이 관료 출신 인사였다. 현대산업개발(66.7%), 롯데(65.5%), 동국제강(63.2%), CJ(60.7%) 등이 뒤를 이었다.
현대자동차, 한국타이어, 세아, 삼천리는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절반을 차지했다. 그밖에 두산(48%), OCI(46.7%), 현대(46.2%), SK(44.8%), 효성(42.9%), 현대중공업(40%), 아모레퍼시픽(40%), 태영(37.5%)도 평균보다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반면 하이트진로, 이랜드, 미래에셋, 대우조선해양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가 한 명도 없었다.'
사외이사 중에는 검찰총장, 장관 등 고위직도 대거 포진해 있다. 검찰총장을 지낸 인사로는 두산엔진 정구영(23대 검찰총장), 금호산업 김도언(26대), 삼성전자 송광수(33대), CJ오쇼핑 김종빈(34대) 사외이사가 눈에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