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금융사들의 두 얼굴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고액 연봉과 고배당이 심각한 수위에 도달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문제는 40~50대 가장들의 삶을 힘들게 하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최고경영자(CEO)는 거액의 연봉을 챙기는 행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지난해 실적 악화로 64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비용 절감을 이유로 2013년 17개, 지난해 44개 등 총 61개의 영업점을 폐쇄했다. 이어 지난해 초 15년 이상 근속한 200여 명의 직원들마저 내보냈다.
그런데 SC금융지주는 지난해에 영국 본사에 1500억원의 중간 배당금을 지급한 데 이어 내년 초까지 최대 3000억원의 추가 배당마저 검토하고 있다.
대규모 구조조정 와중인 지난해 초 퇴임한 리처드 힐 전 SC은행장은 급여와 상여금, 복리비용 등 명목으로 총 27억원의 금융권 최고 수준 보수를 챙겼다. 이는 총자산이 400조원 안팎인 신한금융지주의 한동우 회장이나 하나금융지주의 김정태 회장보다 많은 보수다.
그런가 하면 씨티은행은 실적 악화를 이유로 지난해 영업점 56곳을 폐쇄하고 전 직원의 15%에 해당하는 65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냈다. 반면 역대 최대 수준인 2100억원의 배당금과 해외 용역비를 미국 본사로 보냈다.
배당액은 509억원이다. 이는 순이익 1120억원의 45%에 달한다. 미국 본사에 브랜드 비용, 전산 이용료, 광고비 등으로 지급한 해외 용역비는 전반적인 실적 악화에도 전년보다 200억원 넘게 늘어난 1600억원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해 은행연합회장으로 자리를 옮긴 하영구 전 씨티은행장은 대규모 구조조정 중에 근로소득 25억원, 퇴직금 46억원 등 총 71억원의 보수를 챙기기도 했다.
씨티은행 측은 “해외 용역비나 배당, CEO 연봉 등은 글로벌 기준에 비춰볼 때 결코 과도한 수준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대규모 순손실이 나고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배당을 늘리고 고액 연봉을 챙기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없는 행태”라며 “국부 유출은 물론이거니와 선진 자본주의에서도 유례가 없는 행태임을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박연우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연봉이나 배당을 높이는 것은 ‘도덕적 해이’ 문제 외에도 회사의 경쟁력과 자금력 약화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