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대기업 총수 일가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시작된 마당에 황교안 법무장관이 새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정되면서 기업에 대한 사정드라이브가 가속화될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2일 정부 일각과 재계에 따르면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현대그룹 등 대기업 총수 일가의 일감몰아주기 문제에 대해 본격 조사가 시작됐다. 공정위는 지난 3월부터 약 한달여간 국내 대기업과 계열사 등 100여개에 달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일감몰아주기 서면 조사를 실시했다.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편법적 부의 이전 차단이라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출발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한 ‘독점 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올해 2월 국회를 통과하자마자 곧바로 조사에 돌입한 것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자산 5조원 이상 대기업 총수 일가의 지분이 30% 이상(비상장사 20% 이상)인 기업으로 대한항공과 현대그룹 등 기존 일감몰아주기 의혹이 컸던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현장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18일에는 대한항공 본사에 위치한 싸이버스카이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싸이버스카이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 조양호 회장 자녀 3남매가 각각 33.3%의 지분을 갖고 있는 곳이다.
또한 지난 20일에는 현대그룹 계열사였던 현대로지스틱스 본사에도 조사관을 보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해 9월 현대그룹에서 롯데그룹으로 매각됐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가 현대그룹 계열사로 있을 당시 내부거래를 통해 현정은 회장 일가에 부당한 이득을 몰아준 의혹에 조사가 집중되고 있다.
정부 내부에선 이번 공정위의 조사 대한항공과 현대그룹은 물론 현대차그룹, SK그룹 등 주요 대기업 대다수로 확대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특히 총수 일가가 부당한 이득을 취한 사례 등이 적발될 경우 엄중한 제재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의 일감몰아주기 조사가 폭풍전야인 상태에서 새 국무총리에 공안검사 출신인 황교안 법무장관이 내정되면서 긴장감을 더 높아지고 있다. 이유는 박근혜 정부의 기조상 부정부패 척결에 황 총리 내정자가 사정드라이브를 더욱 강하게 걸 수 있다는 관측에 기인한다.
재계는 황 총리 내정자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환영’의 입장을 나타내면서 내심 사정정국이 가속화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경영여건이 더 위축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도 엿보인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황 총리 내정자가 취임하면 어수선한 분위기를 감안해 사정정국이 몰아칠 수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조사 여파도 만만치 않은데 기업들로써는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그러면서 “국무총리의 조속한 인준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 개혁 등이 진행되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기업들도 스스로 자정기능을 강화해 국정과 경제에 힘을 보태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