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재계와 세간의 관심은 건강이상설의 사실 여부로 모아지는 모습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은 지난달 28일 한국 롯데그룹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날은 한국 롯데그룹이 신 총괄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그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에서 퇴진시키고 명예회장으로 선임했다고 밝힌 때다.
당시 한국 롯데그룹은 신 총괄회장이 전날 일본으로 건너가 본인을 제외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한다고 구두로 발표했고 이런 행동을 한 직후 자신이 해임한 쓰쿠다 사장에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다며 건강이상설을 제기했다.
한국 롯데그룹은 이후에도 정식으로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문제를 입에 올렸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일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으로 판단해 한 행동이라고 주장했을 때다.
당시 한국 롯데그룹은 입장 자료를 통해 “신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들이 고령으로 거동과 판단이 어려우신 총괄회장을 임의로 동행시켜 구두로 해임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렇게 제기된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은 그다지 설득력을 얻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번 경영권 분쟁이 시작되기 전날까지도 신 총괄회장이 건강하다고 계속 강조해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다가 분쟁이 시작되자마자 줄기차게 건강이상설을 주장했는데 납득을 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런데 4일을 기점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 롯데그룹이 제기해 온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이상설에 일본 롯데까지 힘을 보태고 나선 것이다.
이날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사장은 신 총괄회장에 대해 “같은 질문을 다시 하신다든지 내가 일본 담당인데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셨다”며 그의 건강과 판단 능력이 우려할만한 수준이라는 의견을 나타냈다.
그는 지난달 27일 변호사만 동석한 상황에서 신 총괄회장과 면담했다면서 “대화 때 (신격호 회장이) 굉장히 침착하셨고 아주 문제없게 대화를 나눴지만 도중에 ‘어’하고 생각되는 국면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런 발언은 신 총괄회장이 ‘정상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한국 롯데그룹 측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해답은 또 다른 곳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난달 28일 오후 그는 김포공항으로 입국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답을 하지 않은 채 공항을 빠져나가 건강이상설에 휘말렸다.
그런가 하면 3일 귀국한 신동빈 회장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내용도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을 사실상 인정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으로 꼽히고 있다. 당시 신 회장은 아버지의 판단능력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좀 대답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지난 2일 영상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신 총괄회장의 상태도 또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는 영상을 통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차남 신동빈 회장을 지지한 적이 없으며 자신을 배제하려는 시도를 용서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다.
이 영상이 공개된 후 재계 일각에선 메시지는 분명했지만 영상에 나타난 신 총괄회장의 모습은 건강이상설을 완전히 불식시키에는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신 총괄회장은 카메라를 한차례로 응시하지 않고 시선을 아래로 향한 채 아래에 놓인 종이를 읽어내려 갔는데 논란이 됐던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로 말하긴 했지만 써놓은 내용을 읽는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본롯데홀딩스’를 ‘한국롯데홀딩스’로 틀리게 읽는가 하면 단어를 더듬거나 여러 차례 끊어 읽는 등 다소 어눌한 말투를 보였다는 지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은 수십년간 롯데를 이끌어온 분인데 일본롯데홀딩스를 존재하지도 않는 한국롯데홀딩스로 바꿔 말하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에 여전히 무게를 실었다.
만일 설득력을 얻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 사실로 드러나면 파장은 일파만파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의 판단능력에 이상이 있다면 신동주 전 부회장에 대한 그의 지지는 논리적 힘을 잃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신 총괄회장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받던 롯데홀딩스 종업원 지주회 등 주주들도 신동빈 회장 쪽으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때문에 그의 건강이상설에 대한 한국 롯데그룹의 파상공세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