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이지훈 기자]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의 LG전자가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비상할 수 있을지, 천장을 뚫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지 주목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인 부회장은 지난 2010년 10월 1일, LG전자의 경영위기가 심각해지자 구원투수로 투입됐다. 당시 업계에선 임기 중 대표이사를 바꾸는 전례가 거의 없는 LG그룹의 전통을 생각하면 이례적일로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5년이란 시간이 지났다. 이에 따라 구원투수로 등판한 구 부회장이 제 역할을 해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이익보다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LG전자의 각종 행보도 구 부회장의 의해 뒷받침됐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게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TV에 대한 투자다.
지난 2013년 LG전자는 세계 최초로 올레드 TV를 내놓고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야심을 밝혔다. 기존 액정표시장치(LCD) TV에 머물러선 세계 1위인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는 커녕 일본과 중국업체에 추격을 허용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올레드 TV는 초기 낮은 디스플레이 패널 수율로 인한 비싼 가격 등으로 시장 안착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후발주자인 중국업체 등의 가세로 올레드 TV 시장이 본격적 개화 조짐을 보이면서 LG전자의 ‘뚝심’이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체질 변화도 시도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해 기존 기업 소비자 간 거래(B2C) 기업이었던 LG전자를 기업 간 거래(B2B) 기업으로로 탈바꿈시키는 게 그것이다. TV와 냉장고, 세탁기, 휴대전화 등 주력사업이 격화되는 경쟁과 시장 포화로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나섰다.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 부품과 에너지 사업이다. LG전자는 글로벌 자동차부품 사업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조직을 통합해 지난 2013년 7월 VC(Vehicle Component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이에 맞춰 자동차부품 연구개발 핵심기지인 LG전자 인천캠퍼스를 준공했다.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선 전사 B2B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B2B부문과 신사업 발굴 및 전개를 위한 이노베이션사업센터를 신설했다. 태양광과 조명,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관련 사업을 전담하는 에너지사업센터 조직도 새로 만들었다.
하지만 문제는 실적이다. LG전자의 영업이익은 구 부회장이 취임한 2010년 1764억원에서 2011년 2803억원, 2012년 1조1360억원, 2013년 1조2847억원, 지난해 1조8286억원으로 늘어났다. 수익성의 지속적인 개선을 이루고 있지만 2009년 수준에 도달하지는 못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5493억원에 불과해 다시 전년도의 반토막에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G시리즈 등으로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는 듯 했던 휴대전화 사업이 다시 부진에 빠졌다. 세계 정상을 놓고 다투는 세탁기와 에어컨, 냉장고 등의 판매는 정체 상태다. TV 사업 역시 패널 가격 하락 및 환율 변동성 증가 등으로 큰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돈을 버는’ 사업부보다 이를 지원하는 본사 인력만 비대해졌다는 점이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최고운영책임자(COO) 산하에 각종 조직이 신설되면서 오히려 사업부서보다 본사가 비대해진 탓이다.
실제 2010년 말 기준 LG전자 본사 인력은 7600여명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말에는 2만명 규모로 확대됐다. 반면 휴대전화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MC(Mobile Communication)사업본부 인력은 같은 기간 9800명에서 8000명으로 감소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은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도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LG전자 직원의 1인당 평균급여는 2010년 6400만원에서 지난해 6800만원으로 6% 가량 늘어나는데 그쳤다. 물가 상승률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직원 사기 저하는 물론이고 인력 이탈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구 부회장은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한다’는 원칙하에 인재를 과감히 발탁하는 성과주의 인사를 체질개선 수단으로 삼겠다고 했다. 그러나 LG전자 안팎의 반응은 차갑다.
LG전자 실적 하락세의 원인을 제공했던 스마트폰 대응 실패 책임이 있는 인사가 여전히 경영진의 일원으로 남아있는 등 ‘신상필벌’의 원칙보다는 ‘인화’로 포장된 온정주의가 여전하다는 평가다.
곤두박질친 주가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회사의 기업가치는 물론 시장의 신뢰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LG전자의 주가는 한때 10만원에 육박했지만 현재는 5만원 밑으로 떨어졌다. LG전자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그만큼 크다는 의미다.
업계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선 당장의 실적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큰 그림을 그리고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며 “구원투수로 등장한 구본준 부회장이 다시 전열을 재정비하고 비상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