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감정노동자 골병들게 하는 ‘갑질고객’<엿보기>

2015.10.21 08:13:50

욕설과 폭언에 폭행까지…일각에선 민형사상 조치 주장

[KJtimes=이지훈 기자]# A백화점. 한 여성의류 매장. 이 재킷을 구매한 한 고객이 구매 일주일 후 환불을 하겠다며 상품을 가지고 매장을 찾았다. 재킷 안감이 구겨져있고 소매에 화장품, 대학교 식권 등이 든 것을 발견하고 이미 수차례 착용을 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환불이 어렵다고 응대했다.

 

하지만 이에 반발한 고객은 부모와 함께 매장을 다시 찾아 항의했다. 본인들을 교수라고 밝힌 고객의 부모는 옷을 입지 않았는데 소매에 물건이 들어 있었다면 백화점에서 입던 옷을 판 것이라며 오히려 백화점이 문제라는 주장을 폈다.

 

당시는 각 대학에서 졸업앨범 촬영이 있던 시기여서 상품을 착용하고 촬영을 한 뒤 환불을 할 의도였다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매장에선 고객의 강한 항의에 환불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 A백화점의 또 다른 우산매장. 장마철이 막 지난 8월초, 이 매장에 상품수선이 접수됐다. 우산살이 4개 부러져 수리를 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매장에선 부품 1개당 3000원의 수리비용이 발생함을 안내했고 고객은 이를 받아들여 수리를 맡겼다.

 

그런데 2주 후 수리가 끝난 상품을 돌려받으러 매장에 방문한 이 고객은 수리비가 과도하다며 지불을 못하겠다고 버텼다. 항의가 이어지자 백화점 매장관리자가 해당 고객을 응대했고 고객은 배보다 배꼽이 더 큰수리비는 낼 수가 없으니 절반으로 줄여 달라 요구했다.

 

관리자는 수선을 담당하는 매장이 직영매장이 아니어서 수리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업체에 손해가 돌아간다고 설득했지만 소용없었다. 2시간 이상 이어진 항의에 업무를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관리자가 결국 개인 비용으로 6000원을 지불했다.

 

# B백화점 홍삼매장. 한 고객이 홍삼 10뿌리를 구매한 후 7뿌리를 먹고 남은 3뿌리를 환불 요청을 했다. 그 사유는 해당 홍삼을 먹고도 힘이 나지 않는다며 가짜 홍삼이라며 막무가내로 홍삼 10뿌리 값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또 다른 한 고객은 백화점에 자신이 주문한 상품이 다른 곳으로 배송되었다고 클레임을 제기했다. 그러나 확인 결과 해당 상품은 이미 그 고객이 요청한 주소로 배송됐으며 고객 부재로 인해 해당 배송지의 안내데스크에 보관 중이었다. 이와 관련해 배송 때 문자메시지로 알리고 회신까지 받았다.

 

그럼에도 이 고객은 밤늦은 시간에 전화를 걸어 욕설·폭언과 함께 당장 물건을 다시 가져오고 상품권으로 피해를 보상하라고 요구했다. 이에 백화점 담당은 업무가 종료한 시간이었지만 주문한 상품을 갖고서 고객의 집을 방문했으나 욕설과 함께 뺨을 2~3차례 때렸다. 이 고객은 상습적으로 일부러 배송주소를 잘못 적어 꼬투리를 잡는 행태를 반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명 스와로브스키사건으로 갑질 고객논란이 확산되면서 백화점 내부에선 물론 외부에서도 갑질 고객에 대해 정정당당하게 대응하고 필요하면 민형사상 조치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 같은 주장 이면에는 일부 갑질 고객이 백화점에서 일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들을 골병들게 하고 있다는 이유가 자리를 잡고 있다. 실제 이들 노동자의 전언을 들어보면 심각하다. 백화점 내에서 갑질 고객을 피하는 것이 상식으로 통하고 있다는 게 그 반증이다.

 

최근 인천 신세계백화점에서 발생한 귀금속업체 스와로브스키사건은 지난 2007년과 2008년 제조된 팔찌와 목걸이를 무상수리를 해달라는 막무가내식 요구를 거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다.

 

백화점 내에선 이런 고객을 블랙컨슈머(black consumer)’라고 부른다. 직원들은 이들과 맞닥뜨렸을 때 가능하다면 문제가 된 상품의 교환 또는 수선을 미루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설득하는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폭언에 폭행으로까지 이어지면 감정노동자인 백화점 직원은 서럽기도 하지만 울컥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럼에도 참을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실적이 최우선인 직원으로선 이런 고객을 만나면 폭언·폭행을 당할 수도 있고 업무방해로까지 이어져 고스란히 자신의 불이익으로 돌아오는 구조 탓이다.

 

A백화점 한 의류 매장 직원은 참을 때까지 참아야 한다는 게 일종의 원칙이라면서도 그렇다보니 때로는 울화가 치밀고 화병이 생긴다고 전했다.

 

B백화점의 한 매장 직원은 수법이 악질적인 고객도 더러 있다면서 갑질 고객을 만나면 가능하면 조용히 해결하는 게 상책이라고 말했다.

 

C백화점 한 직원은 일반적으로 매장 입점업체들이 갑질 고객에 당하는데 관리하는 입장인 백화점으로서도 개입이 불가피한 경우가 있다면서 경찰에 신고해야할 상황도 발생하지만 백화점으로선 거기까지 가기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폭언과 폭행을 했을 경우 해당 고객을 상대로 형사적인 고발 조치를 할 수도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는 게 백화점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그로 인한 사건이 공론화하면 백화점 이미지도 함께 추락해 자칫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그 이유로 꼽힌다.



이지훈 기자 ljh@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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