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불안과 혐오를 ‘희망으로’

2020.02.10 09:09:58

차별과 배제보다는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류애와 연대 필요

[KJtimes=견재수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재앙으로 고통을 받고 있을 때 당신들이 나의 생명을 구해줘 고맙다. 중국에서는 고쳐주는 사람에게는 어진 마음이 있다는 뜻의 의자인심(醫者仁心)’이라는 말이 있는데 나에게 당신들은 그 이상이었다. 당신 모두는 나에게 영웅이고 이 경험을 절대로 잊지 않겠다."


국내에서 신종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가 상태가 호전돼 지난 6일 퇴원한 중국 국적의 1번 환자 A(35·)씨가 자신을 치료해 준 한국 의료진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전한 편지 내용 중 일부다.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중국인들에 대한 혐오가 도를 넘고 있는 상황에서 A씨의 감사 편지는 국적을 뛰어 넘어 인류애를 새삼 느끼게 한다.


이런 와중에 국내 일각에서는 이번 감염증의 호칭을 놓고 바이러스 발원지의 중국 도시 이름을 따서 우한 폐렴으로 할 것인지 의료명칭인 신종코로나로 부를지를 놓고 갑론을박을 벌이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 역시 중국인에 대한 혐오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베트남을 관광차 방문했던 한 지인은 외국 관광객들이 동양인만 보면 중국인이냐고 묻는 등 중국인에 대한 혐오가 생각했던 것보다 컸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면 더욱 심각하다.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신종 코로나를 아시아 전염병이라는 인식이 퍼지며 동양인에 대한 인종차별로 번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가 중국인 탓에 외모가 비슷한 아시아계 전체를 향한 차별이 증가하고 있다. 감염증에 대한 두려움이 커질수록 인종차별과 동양인 혐오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2일과 지난달 31일 미국 뉴욕과 독일 베를린에서 아시아계 여성과 중국인 여성이 폭행을 당하는 혐오 범죄가 발생했다. 현지 경찰은 두 사건이 모두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탈리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동양인 학생의 수업 참석을 금지하고 아시아인을 모욕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신종 코로나의 발원지가 중국 우한이라는 이유로 중국의 식문화를 비난하고 정치 문화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며 질병의 온상이라고 손가락질하는가하면 바이러스에 감염된 중국인들이 무료 치료를 받기 위해 대거 입국한다는 근거 없는 허위 정보가 떠돌고 있다.


인종 차별 논란이 확산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신종 코로나 발원지인 중국과 그 영향을 받은 모든 나라들에 강력한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강조했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도 신종 코로나 확산과 관련 성명을 통해 신종 코로나 확산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온라인상에서 중국인 또는 중국동포에 대한 혐오로 변질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혐오는 특정집단을 병적이고 열등한 존재로 낙인찍어 차별을 조장하고 감염증에 대한 공포와 불안한 마음을 특정 집단의 책임으로 돌린다. 결국 이러한 선동은 신종 코로나 사태에 대한 합리적 대처를 늦추고 사회적 갈등을 야기한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사회적 재난 시 언론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국내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중국인을 타깃으로 한 선동적이고 자극적인 표현이 쏟아지고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한 매체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차이나타운을 겨냥해 위생불량을 부각시키며 마치 신종 코로나의 온상인 것처럼 보도하는가 하면 중국인들의 마스크 착용률이 낮다며 반중 혐오 정서를 부추겼다.


또 다른 매체는 중국인의 박쥐 섭식 식습관을 마치 신종 코로나의 원흉인 것처럼 보도해 대중의 특정인, 특정 집단 혐오를 조장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가 늘어날수록 이러한 혐오와 차별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감염증에 대한 두려움이 혐오와 차별과 결합하면 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 있다.


이런 어려운 시기일수록 특정 국가와 집단에 대한 차별과 배제보다는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인류애와 연대가 더욱 절실하게 필요할 때다.



견재수 기자 ceo0529@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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