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반(反)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측이 법원에 낸 ‘한진칼의 연내 신주 발행(산업은행이 인수)’ 중지 가처분 소송이 기각됐다. 이에 따라 ‘조원태 vs 反조원태 연합’ 간 경영권 분쟁이 조 회장측 우세승으로 기울어진 모양새다.
反조원태 측 내부에서는 진작 3%만 더 지분을 확보했으면 산업은행이 항공업 구조조정 명분으로 끼어들 수 없었을 것을 강성부 KCGI 대표가 너무 시간을 끌다가 산업은행이 개입할 시간을 벌어준 꼴이 됐다며 강력 비난하는 분위기인 가운데 각자 생로를 찾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재계 소식통에 따르면 우선 반 조원태 연합 중 권홍사 반도 회장(19.2%, 약 7500억원)의 경우 차후 산업은행이 한진칼 지분을 정리할 시기가 도래하면 다시 한 번 기회를 노릴 계획을 갖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나아가 강 대표에게는 “다시 한 번 판을 짜보라”고 권유 중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현 상황에서 권 회장이 발을 뺄 경우 세상에는 ‘실패자’로 낙인이 찍힐 수 있어 무조건 현재 지분은 유지하고 다시 찾아올 기회를 노리지 않겠다는 것이 중론이다.
권 회장의 이 같은 의중에는 ‘대한항공+아시아나’ 경영이 원활치 않으면 산업은행 측에서 경영자를 교체하겠다는 방침이 현실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KCGI가 지분을 정리할 경우 자신이 개인 1대 주주가 돼 차기 경영자로 낙점되거나 최소한 차기 경영자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재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반면 강 대표(19.55%, 약 7,500억원)의 입장은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사실상 종료되면서 사모펀드 투자자들과의 계약상 펀드 해체 사유에 해당하는 만큼 보유지분을 처분하고 펀드를 청산하는 것이 좋은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를 위해 최근 강 대표가 자신이 보유 중인 지분을 인수할 수 있는 자본을 찾고 다니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분 규모 상 대기업 중 SK, 롯데, 한화, 신세계, CJ 등과 몇몇 개인 자산가들이라는 구체적인 타깃 층도 거론되는 중이다. 현재 주가(10일 종가 65,900원 기준)에서 약 20%를 줄인 주당 5만원 수준(약 5000억원)에서 인수의향을 타진 중에 있다는 것이다.
그는 펀드 청산 후 현 펀드 구성원 중 한진칼 공략을 계속하길 원하고 있는 투자자들에다 신규 투자자를 모집해 새 펀드를 구성하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타깃으로 다시 한 번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무엇보다 주목되는 것은 가장 난처한 입장에 놓여 있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입지다. 그냥 버티자니 수입이 없고(한진계열은 배당 안하기로 유명한데다 기내식/호텔 등은 매각했거나 매각 중) 그동안 보여진 조원태 회장과의 관계로 볼 때 한진으로 돌아가려고 해도 받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상황은 누구나 예상가능하다.
다만 그나마 다행인 것이 있다고. ‘KCGI+권홍사’와 연합할 때 연합을 깨는 사람은 나머지 2명에게 각 500억원씩 지급해야 하는 페널티 조항이 있었는데 반 조원태 연합이 사실상 와해되며 이 페널티가 사라진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은 현재 자기 지분(6.49%)을 시장에서 매각하거나 3자에게 블록 딜 하는 두 가지 방안을 고심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그가 접촉한 일부 개인자산가들이 4만원 이하(최근 주가가 ±67,000원대)를 요구해 망설이는 중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조 전 부사장은 아이(쌍둥이, 미국 원정출산)들의 미국 국적 유지를 위해 절차상 전 남편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조 전 부사장과의 재산분할 소송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 남편이 동의하지 않고 버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현 상황이 사실로 귀결된다면 이래저래 속이 좋을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부가 ‘대한항공+아시아나’ 이슈에 뛰어들면서 갈수록 복잡 미묘한 상황이 예측 가능한 가운데, 재계 일각에서는 권홍사 회장과 강성부 대표, 조현아 전 부사장 등 각자 어떠한 마이웨이를 걸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