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요즘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는 취업 관문을 통과해 회사에 갓 입사한 사회초년생들이 오너와 상사의 갑질로 고통을 겪는 사례가 늘고 있다.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에서 의젓한 직장인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것은 청년들의 꿈일 것이다. 그런데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출근한 회사에서 부당노동 행위와 갑질에 큰 상처를 입고 회사를 그만두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A씨는 몇 달 전 서울에 소재한 중견 벤처기업 B사 대표의 비서로 입사했다. 하지만 그는 입사한 첫날부터 회사 업무가 아닌 대표의 사적인 일에 동원됐다고 한다.
대표 자녀와 부인 관련된 업무 등 회사 업무와 전혀 무관한 일을 해야 했다고 털어놨다. 하루 회사 일정 중 3분의 2가 대표의 사적인 일을 뒤치닥거리한 것이 전부였다고 했다.
A씨는 첫 출근 날부터 벤처기업에 대해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그를 더욱 황당하게 한 것은 B사가 그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A씨가 회사를 일주일도 채 안다니고 그만뒀는데 그로 인해 회사가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며 소를 제기한 것이다.
A씨는 “비서로 채용을 해놓고 회사 업무와 무관한 대표의 사적인 업무에 매달리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 (회사를) 그만뒀다"고 전했다.
A씨에 따르면 입사할 당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별도로 협약서라는 것에 사인을 했는데 그 협약서를 근거로 수천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일부 내용 중에 회사에 손해를 끼쳤을 경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조항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A씨는 “회사 업무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대표의 자녀와 부인 관련된 사적인 일만 하다가 일주일도 안다니고 회사를 그만 두고 나왔는데 무슨 피해를 입혔다는 건지 당황스럽다"며 “터무니없고 부당한 소송에 맞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첫 관문부터 녹록치 않았다고 한다. 고용노동부를 찾아가 상담을 받았지만 ‘스스로 회사를 그만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도울 방법이 없다'는 답변만 듣고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A씨는 변호사를 통해 대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대학 졸업 후 2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첫 정규직 직장에 입사하며 가졌던 기대와 희망은 깊은 실망으로 끝났다. 그도 잠시 난생처음 받아본 소송장에 눈물을 왈칵 쏟았다고 한다. 그는 출근 당시 사무실 책상 한편에 즐비했던 고소장들을 보면서 의아했는데 이제 알 것 같다고 했다.
취업난 속에 A씨처럼 어렵게 취업을 해도 직장 내 갑질과 따돌림 등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20대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부 당국은 일자리 늘리기에만 급급할 뿐 기업들의 갑질 같은 부당노동 행위에 대해서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5년(2010~2019년) 사이 ‘정신 및 행동장애(F코드)’ 진료를 받은 환자 수는 연평균 6.2% 증가했는데 이 중 남성과 여성 모두 20대의 증가폭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남성과 여성의 정신과 진료자 증가율은 각각 12.1%, 13.6%로 다른 연령층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청년층 정신과 진료인원 증가는 각각 학업 및 취업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일자리를 늘려서 청년들에게 취업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 못지않게 작장 내 갑질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초년생들은 부당한 일을 겪어도 호소할 곳이 마땅치 않은 만큼 최소한의 법률적 지원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사회 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2011년 ‘삼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처음 사용된 이후 요즘 2030세대의 절망적인 상황을 빗대어 이른바 ‘칠포세대'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취업, 희망,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내 집 마련, 취업, 희망의 일곱 가지를 모두 포기한 세대를 의미한다. 미래의 한국을 이끌어갈 청년들에게 더 이상의 좌절은 국가적 불행으로 귀결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