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생태계 위협] 서식지 잃은 멸종위기종 산양...로드킬 위험 높아

2022.07.26 13:54:54

3월 울진삼척산불로 산양 서식지 4353ha 훼손
36번 국도로 서식지 단절, 생태통로 설치 시급



[kjtimes=정소영 기자] 3월 울진 삼척에서 발생한 대형산불로 멸종 위기 야생생물 1급 산양의 서식지 4353ha가 불에 타면서 산양들이 위험에 노출됐다. 산불로 서식지를 잃은 울진 삼척지역 산양들이 신규 서식지를 찾아 이동하는 과정에서 로드킬 위험에 직면해 있다.

환경운동 시민단체 녹색연합에 따르면 산양들은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서쪽 봉화와 삼척 방면, 남쪽 불영계곡 방향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안일왕산과 악구산을 따라 남쪽으로 이동하던 산양들은 36번 국도에 가로막혀 고립됐다.

◇산양, 먹이 찾아 찻길로

녹색연합은 지난 3월 12일부터 4개월간 총 8차례 울진 삼척지역 산양서식지 산불 피해 현황을 조사했다. 조사 대상은 산불로 훼손된 울진군 북면 소광리, 두천리, 상당리 일대 기존 서식지와 산불을 피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덕풍계곡, 낙동정맥 삿갓봉, 울진군 대흥리 36번 국도 일대다. 기존에 발견된 서식지 중 산불 피해 구역과 산불을 피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무인 카메라를 설치하고 서식 흔적을 기록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울진군 두천리와 소광리 일대 기존 서식지는 산불로 서식 환경이 훼손돼 산양의 발걸음이 끊긴 것으로 보인다”며 “산불 이전에는 주로 능선부 인근 상부사면 암석 지대 중 꼬리진달래 등 봄철 먹이 식물이 풍부한 곳을 중심으로 서식지가 발견됐지만, 산불로 먹이 식물이 불에 타고 계속된 가뭄으로 물까지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녹색연합이 소광리 일대 기존 서식지에 산양 먹이와 함께 설치한 무인 카메라에서 3월부터 5월까지 단 한 마리의 산양도 발견되지 않았다. 서식흔적은 산양이 이동했을 것으로 예상되는 덕풍계곡과 삿갓봉, 36번 국도 인근에서는 높은 밀도로 발견됐다. 특히 산불 이전에는 서식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던 임도와 국도변 곳곳에서 대형분변 자리가 보였다. 녹색연합은 소리에 민감한 산양은 도로에서 1km 이상 떨어져 서식하지만, 최근 산불로 서식지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서식지를 찾아 도로까지 내려오는 개체들이 늘어난 것으로 봤다.



산양들은 차량 운행이 적은 오후 9시부터 오전 5시 사이 도로변에 나타났다. 산불 이후 먹이가 부족해진 3~4월 출현 빈도가 가장 높았다. 3월 17일부터 4월 17일까지 30일간 산양이 관찰된 일수는 14일로 이틀에 한번 꼴로 도로변에서 발견됐다. 

녹색연합은 “산양들은 도로 인근에서 먹이를 먹거나 분변 활동을 하며 서성이다가 오랜 시간 도로를 지켜보는 모습을 보였다. 몇몇 산양들은 유도 팬스가 끊긴 지점을 통해 도로 가까이 접근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 “특별재난지역 대책에 멸종위기종도 고려해야”

울진군 산양 서식지는 현재 신규 36번 국도와 기존 36번 국도로 인해 이중으로 단절돼 있다. 2020년 4월 개통된 신규 36번 국도는 곡선 구간이 많은 기존 36번 국도 봉화~울진 40km 구간을 직선화하기 위해 건설됐다. 이 가운데 울진읍~금강송면 19.3km 구간은 멸종위기야생동물 서식지를 관통해 건설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36번 국도 확장공사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대구지방환경청은 “사업 부지에 수달과 산양, 삵, 담비 등 법정보호종이 다수 서식한다”며 “자연환경 훼손을 방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수립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아 해당 도로 건설 사업은 시행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사업평가 재검토 결정을 내렸다.

이후 5년간의 논의 끝에 기존 36번 국도 중 13km 구간을 생태 복원해 야생동물 서식지 단절 문제를 상쇄하기로 협의하고 공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아무런 복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2018년 기존 36번 국도에서 산양 로드킬 사고가 발생했다. 현재 기존 36번 국도 울진읍~금강송면 삼근교차로까지 구간은 낙석위험과 ASF 방지 펜스가 설치돼 야생동물들이 국도를 넘어 왕피천이나 소광리로 오갈 수 없는 상황이다.

신규 36번 국도에 조성된 생태통로도 허술하게 관리돼 로드킬 위험이 크다. 울진읍~삼근교차로 구간 중 야생 포유류가 이동할 수 있는 육교형 생태통로와 터널 구간은 16곳이다. 환경부 생태통로 관리지침을 보면, 생태통로 인근에는 야생동물들이 생태통로까지 안전하게 이동하도록 유도 울타리를 설치해야 한다. 



녹색연합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울진읍~삼근교차로 구간 중 8곳에서 유도 울타리 부실 설치 지점이 발견됐다. 울타리가 단절된 지점이 있으면 야생동물들은 멀리 떨어진 생태통로가 아닌 가까운 단절지를 이용해 도로로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산양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217호로 지정된 법정보호종이다. 1950년대까지는 전국 고지대 산악지형에서 흔히 볼 수 있었지만, 밀렵과 개발로 인한 서식지 파괴로 개체수가 크게 줄어 2019년 기준 전국에 약 1300마리가 남아있다. 울진 삼척지역은 산양의 국내 최남단 집단 서식지로 120개체 이상 서식한다. 지난해 국립생태원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울진 삼척지역 산양 서식지는 수용력이 포화해 새로운 서식지가 필요하다.

울진 삼척지역 산양들은 별다른 국가적 보호를 받지 못했다. 2010년부터 2020년까지 58마리의 산양이 울진 삼척지역에서 로드킬을 당하거나 아사했다. 환경부는 2019년 국정감사에서 울진지역에 야생동물 치료기관을 위한 예산을 확보해 야생동물보호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적받기도 했다.



녹색연합은 “최근 발생한 산불로 산양 서식지는 더욱 줄었으며 파편화됐을 것으로 추측된다”며 “특별재난지역에 대한 대책에는 숲에서 살아가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고려도 함께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식지를 잃은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이 어떤 경로로 이동했고 어떤 보호조치가 필요한지, 기존 서식지 복원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 정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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