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 인천~제주항로를 운항 중인 여객선 비욘드트러스트호의 안전불감증이 도마 위에 올랐다.
세월호 참사 이후 여객선 취항길이 7년 만에 열리면서 운항 개시 1개월 14일 만인 지난 1월24일 출항을 위해 시동 과정에서 엔진이 손상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아 잇따른 엔진 고장 재발생으로 안전불감증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해당 여객선은 통행이 금지돼 있는 맹골수도를 세 차례나 통과, 일반 화물 선적 시 허가된 고박 지침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의자 고박장치가 파손되거나 분실 및 객실 내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 중 배터리 과열로 승객이 직접 콘센트와 배터리를 해상 투척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인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와 기업윤리경영을 위한 시민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은 인천시청 계단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후속선 인천-제주 카페리 안전 불감증을 제기하고 인천지방해양수산청에 민원제보 사항을 제출했다.
시민단체에 따르면, 약 850명 인원 수용이 가능한 비욘드트러스트호는 14시간 동안 여객이 항해를 즐길 수 있는 시설과 볼거리들로 채워졌고, 객실과 휴게 공간이 있는 5층 입구부터 화려한 조명, 가족·커플·단체모임 등 고객층의 수요에 맞춰 객실 종류와 편의시설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또 화물 적하 중량은 6518톤으로 승용차 기준 차량 약 487대가 수용 가능하고, 안전을 중점으로 강조했다. 특히 선박 내부에는 편의점이나 레스토랑 의자까지 쇠사슬로 단단하게 결박돼 있는 등 승객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 점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당시 회사 대표는 인터뷰에서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입은 마음의 상처가 아물고, 아문 자리에 새 살이 돋아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무거운 책임감과 막중한 소명감을 느끼고 있다. 국민들이 여객선에 대한 불안감을 떨쳐내고, 바다 여행의 즐거움을 다시 찾을 수 있게 하겠다"고 다짐해 눈길을 끌었다.
하지만 지난 1월24일 출항을 위해 시동 과정에서 엔진이 손상되는 사고로 약 3개월간 운항이 중단됐다. 당시 엔진 운전시간으로는 640시간, 운항 개시 1개월 14일 만의 일이었다.
울산 조선소로 이동해 수리할 당시에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지만 정확한 원인은 찾지 못했고, 지난 4월 말 인천으로 복귀해 5월4일부터 운항을 재개했다.
이어 지난 8월7일 오후 7시시경 제주항을 떠나 인천으로 가려던 비욘드트러스트호가 운항 재개 3개월 만에 또다시 고장으로 출발이 8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선박에 예비부품이 있었기에 7시간가량 수리를 마치고 운항을 재개했으나 제주도가 무사증 지역인 관계로 승객들은 8시간 동안 선내에 갇힌 채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운항하는 14시간 동안 잠도 자지 못한 채 불안감을 겪어야만 했다는 게 인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등 시민단체의 설명이다.
이후에도 지난 10월25일 오전 엔진 고장 재발생 3번째 운항 중단 사태가 잇달아 발생했다.
인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등 시민단체는 "이번 운항 중단 사태는 1년마다 진행되는 선박 정기 점검을 마친 후 해상 시운전 과정에서 점검을 위해 잠가 놓은 밸브를 확인하지 않고 30분간 운항 강행으로 윤활유 순환 펌프가 손상됐다"며 "이는 선박의 문제가 아닌 명확한 휴먼에러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운항 4시간 전 예약된 승객에게 취소를 통보하고, 결박된 화물을 하역하면서 승객과 신뢰가 깨졌고, 민원과 제보들이 이어졌다"고 밝혔다.
김선홍 인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비욘드트러스트호 해운사업부 김 모 사장은 경찰 공직자 출신으로 해운업 및 경영에 대해 지식이 전무하고,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최고위급과 같이 골프 회동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며 "운항 초기 승객 보호 의자까지 결박했으나 관리 부재로 고박장치가 파손되거나 분실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난 11월12일 제주를 출발한 비욘드트러스트호 객실 내 전기자전거 배터리 충전 중 배터리 과열로 연기가 발생했음에도 승무원들은 인지하지 못하고 승객이 객실 내 통로를 빠져나와 직접 콘센트와 배터리를 해상으로 투척했다"며 "화물 3번 창 앞부분에 자동차가 아닌 철근 및 팔레트 화물, 벌크 화물 등 일반 화물 선적 시 허가된 고박 지침서대로 하지 않고 상이(대충)하게 하고 있다"고 선박회사의 안전 의식 결여를 지적했다.
또 김 상임대표는 "비욘드트러스트호는 맹골수도를 항해할 수 없도록 규정돼 있는데 9월22일, 10월3일, 10월8일 세 차례나 선박이 정상 항로가 아닌 통행이 금지돼 있는 맹골수도를 통과한 것으로 항적도가 나타났음에도 회사가 인지하지 못하고 외부기관에서 지적해 선장이 선박위치식별장치(AIS)를 확인했다"며 "해양경찰은 비욘드트러스트호의 항적 확인을 통해 실제로 운항한 것인지 아님 AIS오류인지 확인해 조치해야 한다"고 당국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편 인천 행·의정 감시네트워크 등은 16일 "해수부의 인천-제주 운항 여객선 특별점검 실시 결과를 지켜보고 추가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