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가짜 재생에너지 팜유의 두 얼굴" 산림파괴·인권침해 숨긴 정부·기업 '도마 위'

2023.03.31 14:53:10

선진국은 결별하는 팜유, 국내에선 바이오연료 지원으로 수입 폭증
팜유로 만드는 바이오연료, 화석연료 보다 3배 더 많은 온실가스 배출


[KJtimes=정소영 기자] 종려나무 열매에서 짜낸 기름인 팜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 과정에서 삼림파괴, 인권침해와 함께 지구 온난화를 유발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팜유 확대를 용인하는 정부 정책과 친환경 연료로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시도하는 기업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보존과 가공이 용이해 식품, 화장품, 세제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팜유는 최근 바이오디젤과 바이오중유 등 바이오연료의 원료로 크게 각광받고 있다. 


시민단체 기후솔루션 최근 '미션실패: 친환경 팜유 인증으로 가릴 수 없는 산림파괴' 보고서를 통해 국내의 팜유 공급망과 팜유 사용을 확대하는 정책을 열거하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짚었다. 또 팜유 생산으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과 생태계 파괴, 인권침해를 막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그렇게 늘어나는 팜유 사용은 주요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다양한 문제를 초래했다"며 "팜유 재배용 대규모 플랜테이션이 확산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보다 넓은 면적의 산림이 파괴됐고, 이는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과 생물다양성 손실로 이어졌다. 일방적인 토지강탈은 토착민의 생계와 문화도 함께 빼앗았다"라고 지적했다.


팜유의 환경적·사회적 대가가 알려지자 유럽연합(EU)은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 사용 중단에 합의했다. 기업의 공급망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와 산림벌채 상품 규제법도 도입했다.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팜유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한국 정부는 2012년 신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인 공급의무화제도(RPS) 및 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를 도입하며 팜유 수입을 증가시킨 것은 물론 경유차에 주유되는 바이오디젤을 장려했다.


보고서는 "정책적 지원이 공식화되자 바이오연료용으로 쓰이는 인도네시아산 팜유는 제도 도입 이래 10배 증가했다"며 "업계가 들여오는 팜유는 산림파괴와 인권침해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와 산림청은 오히려 인도네시아에서 팜유 플랜테이션을 운영하며 물의를 일으킨 포스코인터내셔널, LX인터내셔널, 대상주식회사, 제이씨케미칼에 2020년까지 총 800억원 이상의 융자를 제공해 왔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에 업계는 널리 알려진 팜유의 문제에 대해 아무런 대책이 없거나, 자발적 인증제를 통해 친환경을 주장하고 있다"며 "식품·생활용품·바이오연료 주요 기업에 질의한 결과, 인권·환경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된 팜유를 수입하는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2년부터 축구장 3만 7000개 면적의 숲을 파괴해 국제적인 비판을 받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뒤늦게 RSPO 팜유 인증을 획득해 이제는 지속가능한 팜유를 생산한다고 홍보하고 있다"며 "RSPO는 제도 도입 전의 산림파괴를 용인하고,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사례처럼 '선(先) 파괴 후(後) 인증'을 허용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렇듯 업계가 주도하는 인증제는 문제가 여전한 기업에도 인증을 부여하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확보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럽의 선례를 참고해 한국도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공급망 실사 의무화 △산림파괴 상품 규제 △바이오연료 지속가능성을 도입 △산림파괴 사업에 공적금융 지원을 중단하고 △기업은 인권환경실사를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기후솔루션 송한새 연구원은 "팜유로 만드는 바이오연료는 화석연료보다 3배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분별한 양적 확대 정책으로 인해 친환경 에너지로 잘못 분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송 연구원은 "특히 정부가 작년 10월 발표한 바이오연료 확대 계획은 문제가 되는 원료를 제외하고 청정에너지를 지원하는 지속가능성 인정기준이 빠져 있다"며 "'산림파괴 지원국'이라는 오명이 국제사회에 굳혀지기 전 기후위기를 재촉하는 가짜 재생에너지와 결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익법센터 어필 정신영 변호사는 "RSPO 인증을 받기 위해 기업이 고용하는 감사기관은 감사대상인 기업에 재정적으로 의존하게 되어 수많은 인권, 환경 문제에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간혹 기준 위반 사항이 발견된 경우에도 RSPO 사무국이 회원 자격을 정지하는 경우가 드물고, 정지된 경우에도 신속하게 자격을 회복시키는 것을 볼 때 RSPO 인증이 지속가능한 팜유를 의미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기업은 인증제에 의존하면 안 되며, 자사의 공급망 전반에서 책임을 지고 실사를 이행하게 하는 인권환경실사법의 도입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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