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증권 소비자 보호정책 있으나 마나?" … 주문내역 있어도 "없다" 거짓말

2024.03.27 20:07:21

주문내역 존재해도 고객센터측 '없다'로 응대… 매매과정 녹화 없으면 일반 투자자는 보상 못 받나
유튜버 '인범TV' 피해 관련 영상, KB증권측 "보상해줄 테니 영상 내려달라" 논란 …매 분기 '소비자보호의 날' 행사는 허울뿐


[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 3월 1일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시각 즈음 유튜버 '인범TV'는 나스닥 선물거래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는 물가지수 발표 직전 매도 포지션을 종료하고자 했으나, HTS(홈 트레이딩 시스템)에서는 '시스템 작업으로 인해 업무가 잠시 중단되고 있습니다'는 문구와 함께 주문이 실행되지 않았다. 

그 직후 물가지수가 예상치보다 낮게 발표되며 나스닥 지수는 급등하며 매도 포지션에 손해를 입혔다. 결국 그는 손해가 더 불어나기 전에 시장가로 손절매를 해야만 했다. 

인범TV가 사용한 HTS는 KB증권의 H-able로, KB증권 측은 첫 번째 전화 문의에 대해 '스탑 주문을 낸 흔적이 없다'고 답했다. HTS상에 전산 장애가 생겨 매도 흔적이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범TV는 생방송 녹화본이 유튜브 상에 존재했기 때문에 주문 내역으로 인정되기에 무리가 없었다. 

이후 KB증권측은 인범TV와의 전화 통화에서, 전산 장애로 주문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를 보상해 주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별도의 사은품도 제공할 것이며, 보상절차를 진행할 테니 유튜브에서 해당 영상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민원을 증권사에 직접 제기했을 때, 증권사가 민원을 해결해 주면 민원인이 스스로 해당 민원을 '취하하는 절차'가 있다는 게 KB증권측 설명.
 
이에 대해 인범TV 측은 KB증권 홈페이지에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떠한 절차로 보상이 진행됐으며, 전산 장애가 재발하지 않도록 방지하겠다는 내용을 공지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KB증권측은 해당 시간에 '인범TV'에게만 발생한 문제이므로 개별적으로 보상할 사안이지, 모두가 볼 수 있도록 보상을 공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KB증권의 HTS가 완전히 먹통이 난 것도 아니고 모든 이용자에게 영향이 간 것도 아닌 '개별적인 이슈'라는 것이다. 

또한 최초 전화 문의에서 KB증권측은 주문 내역이 없다고 했지만, 전산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주문내역이 별도로 존재한다고 답했다.
 
7일이 지난후 KB증권은 다시 인범TV 측에 답변을 보냈다. 23시 59분 35~54초 사이에 5번의 주문이 들어왔으며, 23시 59분부터 1분간 해외선물 서버를 점검하기 때문에 업무가 중단되었다는 메시지가 뜬다는 것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KB증권은 소비자의 권리 보호에 전혀 관심이 없으며,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들이 존재해 소비자가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증권사가 아니다"고 운을 뗀 뒤, "전산상으로 확인 가능한 주문 내역이 있음에도, KB증권은 주문 내역이 없다고 뻔뻔하게 거짓말을 하며 고객에게 '사기'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KB증권 고객센터 상담원은 전산상에 소비자의 주문내역이 있는지를 면밀히 확인하고 응대하는 것이 아니므로, 주문 내역이 없어서 보상할 수 없다고 안내하게 된다"며 "전산 장애로 인한 주문 오류가 생기는 경우 소비자는 오류창을 발견하게 되고, HTS상에 주문이 등록되지 않았으므로, 상담원이 답변한 대로 주문 내역이 없다고 믿게 된다. 그러나 상담원이 볼 수 없지만 전산상에 존재하는 주문내역이 별도로 존재한다. 주문 오류가 생기더라도 전산상에는 주문내역이 접수되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실제로는 전산상에 주문내역이 분명히 존재하면서, 소비자들이 불만을 제기하는 제1창구인 고객센터에서는 주문내역이 없다고 안내하는 것은 소비자에 대한 기만이자 사기다"고 꼬집었다.
 
◆ "생방송 녹화 영상이 없었다면?" 보상은 꿈도 못꿔

이번 사건은 42만여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유튜버가 생방송으로 주문 과정을 녹화하지 않았다면 공론화되지 못했을 것이며, 보상도 받지 못할뻔 했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유명인이 아닌 개별 소비자들은 전산 장애에 대처하고 보상받기 위해, 주문내역을 증권사에 증명하고자 매매 과정을 매번 녹화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자조하고 있다"며 "불특정 다수가 전산 장애로 인해 손실을 입을 수 있음에도, KB증권은 이를 특정 민원인에 대한 개별적인 이슈로 치부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이어 "그러나 해당 전산 장애가 발생한 시각은 주요 경제지표를 발표하는 때로 많은 이용자가 몰리는 시각이며, 잠재적인 피해자가 많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러나 이들은 유명 유튜버도 아니고 매매과정을 녹화하지도 않았으므로 보상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면서 또 다른 피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 "KB증권의 민원 취하 요구는 소비자의 목소리 묵살하려는 시도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또 "KB증권 측은 전산 장애에 대한 보상뿐 아니라 사은품을 제공해 줄테니 영상을 유튜브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평소 민원인에게 민원을 취하해 달라는 요청이 상습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KB증권은 이를 직면하고 개선해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마음가짐이 없으며, 공시되는 민원건수를 낮게 보이기 위한 수법을 쓰기에 급급하다"고 일갈했다.
 
전산 시스템 점검 시간대 선정이 잘못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주요 경제지표 발표시점과 같이 이용자의 주문이 몰릴 가능성이 큰 시간대에 점검을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우선 증권사의 전문성 측면에서 실격이다. 물가지수와 기준금리 등 주요 경제지표는 증시의 변동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면, 전산 시스템 점검은 경제지표 발표와 무관한 시간대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지표 발표 시점의 중요성을 인지하면서도 전산 점검을 해당 시각에 진행했다면, 소비자가 피해를 입을 것을 알고 있음에도 방치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KB증권은 매 분기마다 '소비자 보호의 날' 행사를 진행하며, 올해 1분기 행사에서는 임직원들이 '소비자 보호 실천 결의문'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결의문 내용 중에는 '고객에 대한 정보 제공의 태도'가 있지만, KB증권은 전산상에만 존재하는 주문 내역을 고객센터 차원에서 밝히지 않았고, 이를 바탕으로 보상을 거절했다"면서 KB증권의 소비자 보호 의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아울러 "고객의 반응에 대한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서명했으나, 전산 장애로 인한 손해가 불특정 다수에게 발생할 수 있음에도 이에 대한 보상과정을 홈페이지에 공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끝으로 KB증권에 ▲전산 장애 고객센터 응대 매뉴얼 전면 수정하고 주문 내역 공개해야 한다는 점 민원 회피하지 말고 실효성 있는 소비자보호 대책 세워야 한다는 점 전산 시스템 점검 시간 옮겨야 한다는 점 등을 소비자 피해 예방 차원에서 제안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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