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이 부른 온실가스 배출량 급증… "반도체 회사들 RE100 전환 속도내야"

2024.06.20 17:27:09

LNG 발전소 리스크에 RE100 뒷걸음질…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미래는?


[KJtimes=정소영 기자]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첨단 반도체 제조, 사물인터넷(IoT)의 확대를 이끈 인공지능(AI) 열풍을 전자제품 제조기업 탄소 배출량 급증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단체는 이어 오는 2030년이 되면 매우 높은 전력 소모를 필요로 하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소비되는 전력만 237테라와트시(TWh)에 이를 것으로 예측하며, 이는 호주의 연간 전력 소비량과 맞먹는 막대한 양이라고 지적했다. 

그린피스는 "이 같은 전력생산 구조에서는 기후위기를 악화시키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할 수 밖에 없다"며 "태양광, 풍력 등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은 환경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라는 점을 전자제품 공급업체들이 알면서도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 "AI 확산으로 전자산업 막대한 전력 사용" …과감한 기후 목표는 비즈니스에 손해?

전 세계적으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소비자와 투자자의 요구가 거세지면서 전자제품 공급업체들은 앞다퉈 RE100을 선언했다. 

'RE100'은 자신들이 쓰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이다. 실례로 TSMC 같은 기업은 2040년까지, 국내 반도체 공급업체들은 그보다 훨씬 늦은 2050년까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를 달성하겠다고 목표를 세웠다.

이와 관련, 그린피스 양연호 기후에너지 캠페이너는 지난 13일 그린피스에 개재한 글을 통해 "(전자제품 공급업체들은) 재생에너지가 기후 위기 대응에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면서 왜 빠르게 전환하지 않는 걸까"라는 의문을 제기하며 "눈여겨 볼 점은, 각 회사가 100% 재생에너지를 달성하려는 목표 날짜가 다르다는 것이다. 과감한 탄소중립 목표가 경제성과 상충할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러나 장기적인 에너지 조달 비용과 탄소 배출 비용을 고려해 보면, 이는 근시안적인 판단이다"고 꼬집으며,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에는 균등화발전비용(LCOE)라는 개념이 있다. 건설에서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발전소의 전체 수명주기에 소요되는 비용을 의미한다. 에너지 발전원이 얼마나 경제성이 있는지 분석하는 지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는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값싼 에너지원이 되어 가고 있다. 2023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 LCOE는 2022년 대비 평균 23% 하락했다"며 "이는 2024년까지 균등화발전비용이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천연가스, 석탄과 같은 에너지원과 대비되는 수치"라고 강조했다.

또한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 가격은 2022~2026년에 비해 2026~2030년에 보다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양연호 캠페이너는 이어 "유럽연합 배출권 거래 시스템(EU ETS)의 평균 탄소 가격은 2022~2025년 1톤당 84.4유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6~2030년에 거의 100유로로 인상될 전망"이라며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탄소 감축을 위한 규제 압박 또한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각국 정부는 엄격한 배출 규제를 시행하고 재생에너지 채택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다"라고 국제 사회의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움직임을 전했다.

그린피스 "재생에너지로 온실가스 배출도 줄이고 경제적으로도 이익"

그린피스는 이런 다양한 배경 상황을 종합해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동아시아의 주요 전자제조 기업들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을 막기 위한 재생에너지 전환을 할 경우 환경적으로, 그리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큰 이익을 가져오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홍콩대학교 에너지환경학부 교수팀과 진행했다. 해당 연구에는 경제성 평가의 한 방법인 비용편익분석(Cost-Benefit Analysis, CBA) 기법이 사용됐다.

양연호 캠페이너는 "그 결과는 놀라웠다. 분석 대상 13개 기업 모두 2030년 100%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할 경우, 2022년 네덜란드 연간 온실가스 총배출량(1억 6785만톤)보다 큰 규모의 감축을 달성하면서도 190억 9000만달러(한화 24조 1106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걸로 전망됐다"고 연구결과를 전했다.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 통해 얻게 될 이익 더 커"

양연호 캠페이너는 "이번 연구결과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것은 기업에게 비용부담을 가중시킨다는 통념이 사실이 아님을 밝혀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탄소세 도입, 화석 연료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화석 연료 사용의 대가는 점점 더 커지는 중이다. 2030년까지 100% 재생에너지 전환에 성공하는 제조업체는 브랜드 이미지 제고 뿐만 아니라, 경제성 측면에서도 실질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환을 통해서 얻게 될 이익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런 예측과 정반대로 정부는 15년 단위로 우리나라의 미래 전력 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따른 발전 설비 확충 등의 수단을 강구하는 계획하는 약칭 '전기본'이라고도 불리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LNG 발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우려를 전했다.

양연호 캠페이너는 "기후위기 대응과 함께 기업의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다. 한국 정부가 LNG 발전소 6기 건설 계획을 취소하고 하루빨리 재생에너지 중심의 '탄소중립'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뿐이다"고 말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5월 31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발표하면서 "전 세계 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 명목으로 2038년까지 LNG 발전 비중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대 규모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단의 전력 공급을 위해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공식화하기까지 했다. 




정소영 기자 jsy1@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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