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내 LNG(액화천연가스) 발전소 6기 건설을 막기 위한 시민 기후소송을 제기하고, 소송단 모집에 나섰다.
그린피스는 지난 10일 “정부가 2050 탄소중립을 약속해 놓고도 대규모 LNG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기후위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이 단체는 시민이 직접 법원에 원고로 참여하는 ‘기후소송’을 통해 LNG 발전소 건설 계획의 위법성과 부당성을 따질 예정이다.
◆"73%가 재생에너지 원했으나 …정부 LNG 선택"
그린피스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실시한 여론조사(만 18세 이상 성인 1000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의 73.4%가 반도체 산업단지의 전력원을 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것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용인 국가산단 조성 계획에 따라 LNG 발전소 6기를 건설해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수십 년간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해 기후위기를 악화시키고 지역 주민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사실상 무력화… 사전 심의 필요"
그린피스는 한국의 환경영향평가 제도가 실질적으로 사업을 막지 못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재 사업 허가 이후 공사계획 인가 단계에서야 환경영향평가가 이뤄지는 구조인데, 이 시점에는 이미 사업 계획이 사실상 확정돼 있어 변경이나 백지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다.
반면 캐나다, 영국, EU 등은 환경영향평가를 사전적·예방적 절차로 운영하며 기후영향까지 포함한 통합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LNG는 흔히 석탄보다 나은 대안으로 여겨지지만, 메탄을 주성분으로 하는 화석연료로 이산화탄소보다 최대 80배 높은 온실효과를 유발할 수 있다.
그린피스는 “LNG는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지연시키는 또 하나의 장애물”이라며 “정부는 '천연가스'라는 표현 뒤에 숨지 말고 실질적인 탄소 감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소송은 우리의 권리… 시민이 직접 원고로 참여해야"
그린피스는 이번 소송이 단지 용인 지역의 문제가 아닌 대한민국 전 국민의 건강과 미래에 직결된 사안이라며 폭넓은 시민 참여를 호소했다.
단체는 “법원에 ‘기후위기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정부는 이를 막을 의무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며 “시민들이 원고로 나설수록 기후위기의 심각성과 시급성이 더 명확히 드러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성인과 미성년자를 구분해 각각 원고 신청을 받고 있으며, 거주지나 직업, 나이와 무관하게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그린피스는 “지금은 침묵할 때가 아니라 행동할 때”라며 “기후 정의를 위한 시민의 행동이야말로 정부 정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탄소중립을 선언하고도 LNG 발전소 건설을 강행하는 이율배반적인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그린피스는 기후 소송 외에도 지속적인 시민 후원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 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용인 반도체 국가산단, LNG 대신 재생에너지 전환 땐 30.5조원 절감
앞서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은 지난 5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산업부가 조건부 허가한 3 GW(6기) LNG 발전소 대신 인근 태양광·해상풍력으로 전력을 조달하면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최대 30조 5000억원의 전력 구매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연구에 따르면 용인 산단 반경 25 km 이내 태양광 잠재량은 66 GW, 인천·충남 해상풍력 잠재량은 11 GW로, LNG 발전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다. 반면 LNG를 그대로 사용하면 연간 온실가스 977만 t이 추가 배출돼 2023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의 전 세계 배출량(946만 t)과 맞먹는 수준이다.
해당 보고서는 “글로벌 공급망이 재생에너지 사용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LNG 발전 고집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며 “정부는 재생에너지 연계 정책과 ESS(에너지저장장치) 지원을 통해 탄소중립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