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계열사 부당지원한 회장님은 지금 법원에?" 대기업 총수 3명이 동시에 비슷한 사유로 법원의 심판대에 올라 판결을 기다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혐의의 결은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같다. 이 회장님들은 계열사 부당지원, 자금대여, 내부거래 왜곡 등 기업지배구조의 약점을 관통하는 의혹을 뒤집어 쓰고 있다. 특히 이 재판들은 단지 총수 개인의 법적 위험을 넘어, 각 그룹의 전략·평판·자본시장에서의 신뢰를 뒤흔드는 구조적 리스크로 확장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판 절차는 결국 '누가 이익을 얻었고, 어떤 방식으로 그룹이 희생됐는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세 사건 모두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 각 그룹으로선 더 큰 부담이며, 불확실성이 길어질수록 경영 리스크는 시장과 이해관계자들을 압박하는 형태로 커지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 '계열사 부당지원으로 오너일가만 배불렀나'
구자은 회장은 LS글로벌을 매개로 한 내부거래 구조가 부당지원에 해당한다는 혐의로 1심 공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특정 계열사 간 거래를 LS글로벌이 '중간 단계'로 흡수해 오너 일가가 이득을 챙기는 구조를 설계 또는 승인했다고 판단한다. 재판에서는 거래 가격 산정 방식이 정상적이었는지, 그 과정에서 오너의 지시 또는 사전 인식이 있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 사건을 단순한 내부거래 논란이 아니라 LS의 전반적인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체계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사례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미 행정 당국의 조사·제재가 이어진 LS그룹에 형사재판까지 가세하면서 거버넌스 리스크는 심층적 단계로 진입했다는 것. 공판이 계속되면서 대외 투자자들은 의사결정 구조의 독립성과 투명성에 추가 질문을 던지고 있는 형국이다.
'총수 리스크'가 장기화할 경우 LS의 중장기 전략, 특히 대규모 투자와 해외 인프라 사업에 부정적 그림자를 드리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는 결국 자금 조달 비용 증가와 파트너십 협상력 약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판결 전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는 불확실성은 LS가 감내해야 할 가장 직접적 비용이다.
참고로 지주사 ㈜LS의 2024년 매출은 약 27조 5447억원, 영업이익은 1조 729억원이다. 2025년 3분기(누적) 수치는 매출 22조 8408억원, 영업이익 79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 +11.7%, 영업익은 +2.9% 증가했다.
LS Holdings의 계열사별로 보면, LS전선, LS ELECTRIC, LS MnM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LS전선과 LS일렉트릭이 전력 인프라 수요를 타고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LS가 지주사며, 주요 자회사로 LS전선, LS ELECTRIC, LS MnM, LS엠트론, LS아이앤디, E1, INVENI 등이 있다. LS는 전력(전선, 전력기기), 배터리/전기차, 소재(금속) 등 미래 성장 동력 사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며, 공정자산도 최근 몇 년간 크게 증가했다. 지난 2022년 26조2700억원에서 2025년 약 35조9520억원으로 확대됐다.
◆"총수구속, 옥중경영 눈 앞"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

조현범 회장은 회사 자금의 부적정 대여와 법인카드 사적 사용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상태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지만, 이미 '총수 구속'이라는 가장 극단적인 형태의 경영 공백이 현실화했다.
재판 과정에서 조 회장 측은 내부 승인 절차가 존재했고, 일부 자금 사용은 경영상 판단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주주와 시장의 시선은 냉정하다. 총수 구속 이후 주주 사이에서는 회사의 책임 범위와 손해 여부를 놓고 추가 법적 대응을 검토하는 움직임까지 나타났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타이어 제조 핵심 계열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대규모 투자와 글로벌 전략 재편이 한창이다. 이런 시기에 총수가 구속되면서, 외부에서는 ‘옥중 경영’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주요 의사결정 라인이 흔들리면 협력사·투자자와의 조율도 제약을 받는다.
무엇보다 이 사건은 한국기업 지배구조에서 반복돼 온 총수 개인과 회사 자금의 경계 문제를 다시 들여다보게 한다. 총수 개인의 행위가 어떤 식으로든 기업 전체의 리스크로 전이되는 구조적 문제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공시에 따르면, 한국앤컴퍼니(지주사)의 2023년 연결 기준 매출은 1조 970억원, 영업이익은 25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4년 3분기 실적은 매출 3813억원, 영업이익 13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상당한 증가를 보였다. 올 1분기 실적 기준으로는 매출 3887억원, 영업이익 1269억원을 기록했다. 2024년 2분기 실적만 보면 매출 3635억원, 영업이익 1248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이 매우 높았던 분기 중 하나다.
한국앤컴퍼니는 사업형 지주회사 형태이며, 조현범 회장이 대표이사로 그룹 경영의 전략적 축을 담당하고 있다. 주요 사업은 납축전지(AGM 배터리) 부문으로, 이 사업이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이다. 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에 대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타이어 사업과 배터리 사업을 병행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 "지주사 자금을 가족회사에 대여해 손해"
윤홍근 회장은 지주사 자금을 가족회사에 대여해 손해를 끼쳤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았고, 1심에서 배임 일부가 인정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규모는 앞선 두 사건보다 작고 구속 가능성도 낮지만, 사건의 성격은 결코 가볍지 않다.

BBQ의 장점으로 꼽히던 ‘브랜드 신뢰도’와 가맹점과의 관계에 미묘한 흔들림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가족회사에 대한 대여가 정당한 경영 판단인지, 아니면 총수 일가의 사익을 우선한 행위인지에 대한 판단은 향후 항소 과정에서 다시 검증될 전망이다.
프랜차이즈 산업의 특성상 가맹점·소비자·투자자의 신뢰가 곧 기업가치다. 오너 관련 소송이 지속되면 브랜드 이미지 관리 비용이 증가하고 신규 가맹점 모집 전략에도 제약이 생긴다. 이 사건이 단순히 개인의 법적 리스크에 그치지 않고, 조직 전체의 마케팅·경영 안정성에 구조적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BBQ는 최근 공격적 해외 확장과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법적 논란이 지속되는 한 이들 전략이 온전히 시장 신뢰를 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제너시스BBQ(본사 연결 기준)의 2024년 매출은 5,061억원, 영업이익은 857억원으로 발표됐다. 별도 기준으로는 2024년 매출 5031억원, 영업이익 783억원을 기록했으며, 2023년(매출 4732억원, 영업이익 554억원)에 비해 모두 증가했다.
그룹의 지주사는 제너시스, 자회사는 제너시스BBQ 등이 있다. 윤홍근 회장 일가는 제너시스 지분을 보유 중이며, 지분 구성은 윤 회장 본인 5.46%, 자녀에게도 상당 지분이 있다. 과거 배당 정책이 매우 공격적이라는 보도도 있는데, BBQ의 순이익보다 많은 금액을 제너시스에 배당한 이력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사업은 주로 치킨 프랜차이즈(BBQ 브랜드)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해외 점포 확장과 외식 사업을 중심으로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세 사건은 각각 다른 영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총수의 사법 리스크가 기업의 경영 안정성과 시장 신뢰를 얼마나 잠식하느냐는 것이다. 공판이 이어지는 동안 그룹들은 평판 방어와 자금시장 대응, 내부통제 개선이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떠안게 된다.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남은 시간은 길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것은, 총수 개인의 판단이 곧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전가되는 한국 재벌 구조의 한계다. 법원의 판단은 시간이 지나면 나오겠지만, 신뢰의 비용은 이미 각 그룹의 재무와 평판 곳곳에 새겨지고 있다.
◆재벌 총수 3인, 최근 사법·경영권 관련 추가 이슈 잇따라
LS그룹·한국앤컴퍼니·BBQ를 이끄는 총수 3명이 기존 소송 외에도 최근 새로운 경영 리스크 요인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최근 들어 새롭게 제기된 형사 사건이나 민사 소송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기존 ‘계열사 부당지원’ 관련 재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2024~2025년 시장 보고서와 지배구조 분석 기사들에서 투명성·내부거래 리스크가 지속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가 법적 쟁점은 없지만, 구조적 리스크가 남아 있다는 평가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은 형사 재판 외에 경영권 분쟁이 2023년 12월 이후 본격화됐다. MBK파트너스가 2023년 12월 18일 한국앤컴퍼니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며 조 회장 측과 경영권 경쟁을 본격화했고, 조양래 명예회장이 2023년 12월 14일 장내 매수를 통해 우호 지분을 확대했다.
반면 hy(옛 한국야쿠르트)가 2023년 12월 20일 “우호 지분이 아니다”고 선을 그으며 분쟁 구도가 복잡해졌다는 평가다. 조 회장은 2025년 3월 5일 주요 회의 ‘영어 공용어’ 가이드를 도입하며 경영 쇄신 메시지를 냈지만, 형제 간 지분 갈등 가능성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윤홍근 제너시스BBQ 회장은 가맹점주와의 갈등 관련 민사 소송이 2023년 6월 29일 대법원에서 최종 기각되면서 손해배상 청구는 종결됐다. 윤 회장과 BBQ 본사가 제기한 손배 청구를 법원이 “공익적 제보는 위법성이 낮다”는 취지로 기각한 것이다. 이후 BBQ는 2025년 6월 24일, 가맹점주 협의체 ‘동행위원회’를 통해 상생 방안을 발표하며 이미지 회복에 나서고 있다.
세 회장 모두 별도의 사법 리스크가 추가된 것은 아니지만, 기존 소송에 더해 경영권 분쟁·지배구조 불신·가맹점 갈등 후유증 등이 여전히 각 그룹의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되는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