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산업안전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떠넘긴 혐의를 받는 건설사 4곳에 대해 본격적인 제재 절차에 착수했다. 이를 두고 안전사고가 잇따른 건설 현장에서 원사업자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가 전환되는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건설사의 산업안전 관련 부당특약 설정 등 하도급법 위반 혐의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송부하고 위원회에 상정했다고 밝혔다. 심의 대상은 포스코이앤씨, 케이알산업, 다산건설엔지니어링, 엔씨건설 등 4곳이다.
심사보고서는 조사 과정에서 파악된 위법성 판단과 조치 의견을 담은 문서로, 향후 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제재 수위가 결정된다.
이번 조사는 범정부 산업재해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7월산업안전 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는 특약을 설정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 특히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한 해 동안 건설 현장에서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해 사회적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불공정 하도급거래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별도 조사가 병행됐다.
◆안전관리비·사고책임 전가…"하도급법 위반 소지"
심사관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건설장비 반입 이후 후방카메라·후방경보기 등 방호장치 설치 비용을 안전관리비로 정산할 수 없도록 하는 특약을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추락·충돌 등 사고 발생 시 수급사업자의 책임으로 본다는 내용의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산건설엔지니어링과 엔씨건설, 케이알산업은 안전사고 발생 시 보상비 등 일체의 비용과 민형사상 책임을 수급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특약을 둔 혐의를 받는다. 일부 업체는 민원 관련 모든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부담시키거나, 선급금 지급을 일절 금지하는 조항을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가 원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안전관리비용을 수급사업자에게 전가하거나, 책임 분담 원칙에 반하는 약정을 금지한 하도급법 제3조의4를 위반했을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이앤씨는 경쟁입찰 과정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최저가보다 7억7500만원 낮은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일부 업체는 법정 기한을 넘겨 하도급 계약 서면을 발급한 사실도 드러났다.
심사관은 4개사에 대해 재발방지 명령과 부당특약 삭제·중지 명령, 과징금 부과 및 고발 의견을 제시했다. 부당특약 설정행위는 위반금액 산정이 어려운 사안으로 분류돼 정액 과징금이 적용된다. 위반 중대성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 수준까지 부과될 수 있다.
이번 사건은 산업안전 비용을 둘러싼 건설업계의 관행을 제도적으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원사업자가 안전 관련 비용을 하도급업체에 전가할 경우, 협력업체의 경영 여건을 악화시키고 안전 투자 여력을 떨어뜨려 중대재해의 구조적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산업재해 관련 부당특약에 대한 과징금 부과 기준을 상향하고, 산업안전보건관리비 부담과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전 업종 표준하도급계약서에 반영했다. 제도 개선에 이어 강도 높은 법 집행으로 현장 관행을 바꾸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공정위는 향후 피심인들에게 의견진술 기회를 부여하는 등 방어권을 보장한 뒤 위원회 구술심의를 거쳐 최종 위법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재해 관련 불공정행위에 대한 상시 모니터링과 익명제보 분석을 통해 중대재해 다발 업체에 대한 직권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을 둘러싼 책임 공방이 공정거래 규제의 영역으로 본격 확장되면서, 이번 심의 결과는 향후 건설업계 하도급 구조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