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 # “오늘 물량 못 빼면 다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매일 듣는다. 성수기만 되면 상황이 반복된다.”(수도권 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30대 노동자)
# “배송 차질이 생기면 관리자 압박이 극단적으로 강해진다. 공식적으로 남는 건 없지만 현장 분위기는 늘 살벌하다.”(한 택배 하청업체 관계자)
# “물량이 밀리면 단체 메신저에 공개적으로 압박하는 경우도 있다. 직접적인 욕설은 줄었지만 현장 스트레스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서울 도심의 한 현장 근무자)
서울 도심의 한 대형 물류센터 앞. 오전 5시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미 작업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섰다. 분류 작업이 시작되자 현장 분위기는 빠르게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작업자들은 쉴 틈 없이 컨베이어벨트를 오갔다. 관리자들은 실시간으로 작업 속도를 확인했다.
◆ “욕설에 야간 호출까지 다반사”
현장에서 만난 30대 노동자는 인터뷰 내내 회사명 공개를 꺼렸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 바닥이 좁다’는 것이었다. 그는 가장 크게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오늘 물량 못 빼면 다 책임져야 한다는 말을 매일 듣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익명을 요구한 그는 “특히 새벽배송과 당일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현장 부담이 더 커졌다”면서 “소비자 입장에서는 배송 속도가 편리함이지만 현장에서는 그만큼 촉박한 업무 환경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실제 기자가 접촉한 물류업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최근 익명 커뮤니티와 노동계 제보 창구에는 물류 현장의 갑질·고강도 노동 문제를 호소하는 글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설과 폭언, 무리한 업무 지시, 휴게시간 통제, 심야 호출 등 내용도 다양하다. 이처럼 비슷한 폭로는 수년째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게 이들 종사자의 전언이다.
수도권 한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20대 노동자는 “최근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물류현장을 두고 사람이 아니라 물량이 기준, 버티는 사람이 살아남는다는 표현까지 나온다”며 “과장된 불만만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는 비슷한 유형의 폭로가 업종 전반에서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 갑질 폭로 반복되는 물류현장이 바뀌지 않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노동 전문가들은 물류업 특유의 다단계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지목하고 있다. 원청, 하청, 재하청 구조 속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은 현재 구조에서는 갑질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는 배송 속도 경쟁과 낮은 마진 구조가 유지되는 한 현장 압박도 사라지기 어렵다는 것을 분석에 기인하고 있다.
◆ “비용 절감 압박이 현장 노동 강도로 전가”
서울 가산동에서 노무사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한 노무사는 “사고나 갈등이 발생해도 현장 노동자들은 누구에게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물류업계는 결국 시간과 물량 싸움인데 비용 절감 압박이 현장 노동 강도로 전가되는 구조”라면서 “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선책이 나오지만 근본적인 구조 변화는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서울 종로구 소재 한 노무사는 “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평가에서 노동 환경 문제가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어 향후 물류업계 리스크가 단순 노동 문제가 아니라 기업 평판과 투자 리스크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며 “빠른 배송 경쟁은 계속되고 있지만 그 속도를 누가 감당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현장에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물류업계 기업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물류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비용과 속도를 동시에 맞춰야 하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형 물류업체 한 관계자는 “실제 업계에서는 배송 지연이나 물류 차질이 발생할 경우 소비자 불만과 기업 평판 하락이 즉각 나타난다”면서 “다만 현장에서는 문제가 반복되는데도 결국 숫자와 속도가 우선된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