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경영진 간의 공방이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의혹 규명과 사외이사 추천 절차의 정당성 문제를 두고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영풍·MBK 측은 지난 5일 법원의 문서제출명령과 금융당국의 감리 등을 들어 감사위원회에 최윤범 사내이사의 관여 여부를 포함한 전면적인 독립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고려아연이 공고한 분리선출 감사위원 사외이사 추천 요건이 폐쇄적이라며 1주 이상 모든 주주를 대상으로 한 독자적인 공개 추천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이사회 독립성 지표에서 영풍을 압도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현재의 추천 기준은 무분별한 남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장치라고 일축했다. 아울러 영풍·MBK 측의 독자 공모안을 두고 실질적으로 후보 선정 과정을 주도하려는 정략적 의도이자 법적 권한이 없는 비공식 절차에 불과하다고 정면 반박했다.
◆ 영풍·MBK, 법원 문서제출명령 이어 감사위 압박…“펀드 투자·회사채 거래 전모 밝혀야”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영풍과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 및 청호컴넷 관련 자금 흐름 전반에 대한 독립적이고 엄정한 내부 조사에 즉시 착수할 것을 공식 요구했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법원의 연이은 문서제출명령, 국세청 특별세무조사, 금융당국 감리심의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감사위원회가 더 이상 외부 절차에만 문제를 맡겨서는 안 된다”며 “감사위원회는 전체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의 업무집행을 감시해야 하는 독립적 감독기구로서 지금 즉시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법원은 원아시아·이그니오 등 관련 주주대표소송(2025가합4454)에서 고려아연에 대해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코리아그로쓰 제1호’ 및 ‘아비트리지 제1호’ 펀드 내부 문서와, 에스더블유엔씨(SWNC)의 200억 원 규모 회사채 거래 관련 내부 문서 제출을 각각 명령한 바 있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와 청호컴넷·SWNC 관련 거래가 개별 사건이 아닌 하나의 자금 흐름 구조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원아시아파트너스는 최윤범 사내이사의 초·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씨가 설립한 신생 사모펀드 운용사이며, 청호컴넷 역시 지 씨가 실질적으로 소유·지배하던 회사다.
이들은 최 사내이사가 개인투자조합(여리고1호)을 통해 청호컴넷 지분을 취득한 직후 고려아연이 코리아그로쓰 제1호에 대규모 출자를 단행했고, 이 자금 일부가 청호컴넷 측으로 흘러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려아연이 SWNC의 2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인수해 SWNC가 청호컴넷 자회사 세원을 인수하는 자금을 제공했으며, 이후 아비트리지 제1호 펀드 자금이 SWNC 유상증자에 투입되면서 해당 회사채가 상환되는 구조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 “최윤범 관여 여부·손실 책임 밝혀야”…영풍·MBK, 감사위 직접 조사 촉구
영풍·MBK 측은 이 같은 일련의 거래가 결과적으로 청호컴넷 측 자금 부담 해소와 최 사내이사의 투자금 회수 흐름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며, 감사위가 출자 경위, 투자심의 절차, 최 사내이사의 관여 여부 및 손실 발생 책임 소재 등을 직접 조사해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영풍·MBK 파트너스는 고려아연 이사회가 최근 공고한 분리선출 감사위원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절차에 대해서도 폐쇄적이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고려아연이 추천 자격을 ‘발행주식총수의 0.1% 이상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 또는 ‘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로 제한하면서, 실질적으로 참여 가능한 일반주주가 극히 제한된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한화그룹, 미래에셋 등 최 이사 측 우호주주 그룹을 제외하면 자격을 갖춘 독립적 주주는 2~3개 기관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국민연금처럼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산운용기관이라 현실적으로 참여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영풍·MBK 파트너스는 자체 인사를 후보로 추천하지 않는 대신, 고려아연 주식을 1주 이상 보유한 모든 주주와 공공성 있는 기관·전문가 단체로부터 독립 사외이사 후보를 공개 추천받는 독자적 절차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추천된 후보들은 NGO 기관 등으로 구성된 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전체 주주를 대변하는 후보로서 주주제안 절차를 통해 추천될 예정이다.
◆ “지배구조 개선은 실천으로 증명”…고려아연, 영풍·MBK 진정성에 의문 제기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 입장문을 내고 영풍·MBK 측의 주장이 진정성이 없으며 정략적인 의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고려아연은 “기업지배구조는 구호가 아니라 실천으로 평가받는다”며 “고려아연은 최근 기업지배구조보고서 핵심지표 15개 전 항목을 충족하며 이사회 독립성과 주주권 보호 노력을 객관적으로 인정받았으나, 영풍은 동일 지표 중 9개(60%)만 충족하는 데 머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영풍·MBK 측이 지난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위원 독립성 강화를 위한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 정관 변경안에 합리적 이유 없이 반대했던 점을 들어, 이제 와서 독립성을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자격 제한 논란에 대해서도 고려아연은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는 회계·재무·내부통제 등 리스크 관리를 감독하는 핵심 기구인 만큼 전문성과 책임성이 함께 확보되어야 한다”며 “제시된 요건은 무분별한 남용을 방지하고 후보 검증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합리적 장치”라고 설명했다.
또한 해당 요건은 단독 주주뿐 아니라 뜻을 함께하는 여러 소수 주주들이 지분을 연합하더라도 얼마든지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기회가 보장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이번 공고가 상법상 주주제안권과 별개로 유능한 후보군을 넓히기 위해 회사가 선제적으로 마련한 별도 절차일 뿐이며, 법정 주주제안권은 그대로 보장되고 있음에도 이를 주주권 제한으로 강변하는 것은 의도적인 곡해라고 반박했다.
특히 영풍·MBK 측이 제시한 대안에 대해 “스스로 후보를 추천하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추천 절차 설계, 검증위 구성, 최종 선정 등 전 과정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후보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라고 저격했다.
법적 권한과 이해상충 방지 장치가 불분명한 NGO 중심의 비공식 검증 절차를 내세워 공식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들의 입맛대로 설계한 절차를 우선시하겠다는 주장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적대적 M&A 시도가 이어지는 현 상황에서 최소한의 기준도 없는 무제한적 추천 구조를 도입하는 것은 특정 세력의 여론전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앞으로도 특정 주주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전체 주주의 이익을 기준으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회 운영과 건전한 지배구조 확립을 위해 책임 있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