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정부가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해 수도권 건설현장을 집중 점검한 결과 불법하도급 29건과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60건이 적발됐다. 건설기계 대여대금 체불액 1억2580만원도 현장에서 해소됐다. 정부는 적발 업체에 대해 행정처분과 형사고발을 병행하는 한편, 반복적으로 불법하도급을 저지르는 업체에 대해서는 직접 처분 권한까지 강화하는 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5월 11일부터 29일까지 수도권 건설현장 75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특별점검 결과 18개 현장에서 26개 업체의 불법하도급 29건을 적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점검은 국토부와 지방국토관리청, 대한건설기계협회가 참여한 '건설현장 체불 해소 민관 합동 추진단'이 주도했으며, AI 분석을 통해 선별한 불법하도급 의심현장 63곳과 체불 신고현장 12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적발 유형을 보면 건설업 등록이 없는 업체에 공사를 맡긴 무등록 하도급이 2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시공 자격이 없는 업체에 공사를 맡긴 무자격 하도급 4건, 발주자 승인 없이 공사를 다시 넘긴 재하도급 위반 5건이 확인됐다.
실제 서울 광진구 한 오피스텔 신축현장에서는 가설울타리 설치공사를 건설업 등록이 없는 업체에 맡긴 사실이 적발됐다. 경기도 평택의 근린생활시설 공사 현장에서도 조적공사를 무등록 업체에 하도급한 사례가 확인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러한 불법하도급이 단순 법규 위반을 넘어 공사 품질 저하와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원도급사에서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단계가 늘어날수록 공사비가 깎이면서 실제 시공 현장에서는 부실시공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국회에서도 불법하도급이 임금체불과 산업재해를 유발하는 구조적 원인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며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 속 체불·불법하도급 동시 확산
이번 점검에서 정부가 주목한 또 다른 문제는 체불이다. 점검 대상 가운데 체불 신고가 접수된 12개 현장 중 8개 현장에서는 건설기계 대여대금 체불 11건이 해소됐다. 금액으로는 총 1억2580만원 규모다. 나머지 미해결 건에 대해서는 소송 절차 또는 공제조합 보상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최근 부동산 경기 둔화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위축 여파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장비대금과 임금 체불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국토부는 불법하도급과 체불 문제가 별개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구조적 문제로 보고 있다.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서 공사비가 과도하게 삭감되고, 결국 하위 업체와 장비업자,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전가된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지난달 수도권 108개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체불 및 불법하도급 집중점검 계획을 발표하며 무관용 원칙을 예고한 바 있다.
국토교통부는 이번에 적발된 업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하고 경찰 고발 등 형사처벌 절차도 병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적발 업체가 참여 중인 다른 현장까지 점검 범위를 확대해 동일한 위반행위가 있는지 추가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국토부는 현재 입법예고 중인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상습적이거나 대규모 불법하도급 행위에 대해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직접 처분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건설정책 전문가들은 불법하도급 근절이 건설업계 신뢰 회복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가 어려울수록 불법하도급과 체불 문제가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AI 분석과 현장점검을 결합한 상시 감시체계가 정착돼야 근본적인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탁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건설현장의 대금 체불은 건설기계 대여업자와 근로자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행위"라며 "체불 신고현장과 불법하도급 의심현장을 중심으로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적발된 위반사항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