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하도급 '서면 지연발급' 논란에 113억 상생안 제시

  • 등록 2026.06.11 15:5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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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동의의결 절차 개시" 계약서 늦게 주고 작업 먼저 시켰다…하도급법 위반 혐의 심사
협력사 지원금·복지 확대 등 113억 규모 상생책 내놔…조선업계 파장 주목

[KJtimes=김지아 기자] 삼성중공업이 하도급 계약서를 제때 발급하지 않은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는 가운데, 113억원 규모의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동의의결 절차에 들어갔다. 법 위반 여부를 다투기보다 협력사 지원과 거래 관행 개선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삼성중공업의 하도급법 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결정했다고 10일 밝혔다. 동의의결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피해구제 및 제도개선 방안을 제시하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자 의견수렴 등을 거쳐 법 위반 여부 판단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제도다.

 

 

이번 사건은 삼성중공업이 선박 건조 과정에서 사내 협력업체에 선체 구조물 탑재를 위한 임가공 작업을 맡기면서 작업 개시 이후 계약서를 발급한 행위가 핵심 쟁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협력사들과 1년 단위 기본계약을 체결한 뒤 실제 작업 물량이 확정되면 개별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으로 거래해왔다. 그러나 일부 거래 과정에서 협력사가 작업을 시작한 이후 개별 계약서가 발급되면서 하도급법상 서면 발급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업무를 위탁할 경우 작업 착수 전에 계약 내용과 대금 등을 명시한 서면을 발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원·하청 간 분쟁을 예방하고 수급사업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규정으로 꼽힌다.

 

◆법적 공방 대신 상생 선택…조선업 하도급 관행 개선 신호탄 될까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공정위에 동의의결 절차 개시를 신청하며 거래 질서 개선과 협력사 지원 방안을 제안했다.

 

우선 계약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선하고 표준하도급계약서를 확대 적용하기로 했다. 또한 임직원과 협력사를 대상으로 하도급 관련 교육을 강화하고 원청과 협력사가 상시 소통할 수 있는 협의체를 구성할 계획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총 113억원 규모의 상생 지원안이다.

 

삼성중공업은 협력사 지원금을 연간 30억5000만원 수준으로 확대하고 명절 귀향비와 휴가비를 새롭게 지원하기로 했다. 여기에 숙련기술자 희망공제 사업에 20억원을 투입해 근로자가 160만원을 납입하면 최대 8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공동근로복지기금 역시 기존 20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해 자녀 학자금과 복지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조선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개별 사건을 넘어 원·하청 거래 관행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조선업 수주 호황에도 불구하고 협력업체 인력난과 숙련공 부족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원청의 책임 있는 상생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조선업계에서는 생산 일정이 촉박한 특성상 작업이 먼저 진행되고 계약서 작성이 뒤따르는 관행이 일부 현장에서 지속돼 왔다. 그러나 공정위가 최근 하도급 거래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감독을 강화하면서 관련 관행에 대한 개선 압박도 커지고 있다.

 

한 조선산업 전문가는 "서면 발급 의무는 단순한 행정 절차가 아니라 하도급 분쟁 예방의 출발점"이라며 "대형 조선사가 자발적으로 시스템 개선과 협력사 지원을 약속한 것은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앞으로 삼성중공업과 협의를 거쳐 잠정 동의의결안을 마련한 뒤 협력사 등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관계기관 협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전원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동의의결 여부를 결정한다.

 

이번 사건은 지난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5개사에 대한 동의의결 절차 개시 이후 하도급법상 서면 발급 의무 위반과 관련해 두 번째로 추진되는 사례다.

 

공정위 관계자는 "잠정 동의의결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실제 수급사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상생 방안이 포함되도록 검토할 예정"이라며 "거래 질서 개선 효과와 피해 예방 효과를 종합적으로 살펴 최종 판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아 기자 kja7@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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