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 # “주가가 떨어지는 것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반대매매 문자가 오는 순간 손이 떨렸다.”(35·직장인 최모씨)
# “계좌에 돈을 넣지 못하면 내 의사와 상관없이 주식이 팔린다. 그게 가장 무섭다.”(42·자영업자 정모씨)
# “최근 상담 문의 중 상당수가 신용융자와 반대매매 관련이다. 손실보다 강제청산 충격이 더 크다는 사람들이 많다.”(증권업계 관계자)
최근 국내 증시가 요동치고 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이른바 '롤러코스피'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신용융자를 이용해 투자한 개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대매매’ 우려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신용융자 투자자들의 담보 유지 비율 관리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시장이 상승할 때는 수익이 확대되지만 하락장이 시작되면 손실이 배가되는 구조 탓이다.
◆ "아침에 일어나면 계좌부터 본다"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씨. 그는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스마트폰을 쥔 채 연신 증권앱을 확인하고 있었다.
최씨는 올해 초 5000만원의 자기자금에 신용융자를 더해 반도체와 2차전지 종목에 투자했다. 상승장에서는 계좌 수익률이 30%를 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시장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고 한다.
인터뷰 도중에도 그의 휴대전화에는 증권사 알림이 잇따라 도착했다. 그가 보여준 알림창에는 담보비율 점검 필요, 추가 입금 안내, 신용융자 계좌 위험 관리 등이 보였다.
최씨는 “상승할 때는 하루에 수백만원씩 벌리기도 했지만 며칠 사이 주가가 급락하자 증권사에서 담보 부족 안내 문자가 왔다”면서 “예전에는 종목 뉴스만 확인했는데 지금은 반대매매 대상이 되는지부터 본다”며 씁쓸하게 웃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만난 자영업자 정씨의 상황은 더 심각했다. 지난해 증시 상승기에 신용거래를 통해 투자 규모를 키웠던 그는 최근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보유 종목이 급락하면서 결국 일부 종목이 강제 처분됐다.
정씨는 “아침에 일어나 보니 주식이 이미 팔려 있었다”면서 “손실도 손실이지만 내가 결정하지 않은 가격에 강제로 매도됐다는 충격이 컸다”고 털어놨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담보 유지 비율을 맞추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강제로 주식을 매도하는 제도다.
반대매매는 평상시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시장이 급락할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 그 이유는 ‘주가 하락→담보 부족→반대매매 발생→추가 매도 물량 출회→주가 추가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한 대형증권사 증시분석가는 “실제 증시가 급락했던 과거 국면에서도 반대매매 물량이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돼 왔다”며 “주가 하락 자체보다 더 무서운 것은 투자자의 선택권마저 사라지는 반대매매인데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는 코스피 시장 속에서 수많은 개미투자자들이 밤잠을 설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지적했다.
◆ “수익 욕심보다 더 빠르게 움직이는 게 공포”
<기자>는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 증권사 영업점을 찾았다. 점심시간이 지났지만 상담 창구에는 투자자들의 문의가 이어졌다. 일부 고객들은 담보 유지 비율 계산 방법을 물었다. 일부는 추가 자금 입금 방법을 상담하고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PB는 “상승장에서는 신용거래 문의가 많지만 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면 반대매매 상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히 최근에는 단기 급등주에 신용이 몰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상승장에서는 신용거래가 투자 전략처럼 받아들여지지만 하락장이 오면 레버리지는 가장 먼저 투자자를 압박한다”면서 “결국 시장에서 가장 강한 감정은 탐욕이 아니라 공포”라고 꼬집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개인투자자들은 초저금리, 증시 랠리,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 활성화 속에서 공격적인 투자 문화에 노출돼 왔다”며 “따라서 반대매매 위험이 단순히 개인의 투자 실패 문제로만 볼 수 없다”고 진단했다.
관계자는 이어 “상승장에서는 레버리지가 수익 확대 수단으로 인식됐지만 변동성이 커지자 위험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면서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신용거래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투자 방식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