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정부] "로봇은 만들었는데 어디로 다니지?"…국토부 특별법 추진

  • 등록 2026.08.12 16: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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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주차·충전·보안까지 이동로봇 확산…건축물·공동주택·주차장 규제 손본다
사고 책임·조사체계까지 마련…국내 40여개 로봇기업 의견 수렴

[KJtimes=김은경 기자] 로봇산업의 경쟁력이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생활공간에서 로봇이 얼마나 자유롭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동로봇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공간·시설 관련 규제를 손질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 나서 주목된다.

 

배송과 주차, 전기차 충전, 운반, 보안, 시설 유지보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이동로봇 활용이 확대되고 있지만, 로봇이 실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로봇 자체의 성능뿐 아니라 건물과 도로, 주차장 등 주변 인프라가 로봇의 움직임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국토교통부는 13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국내 40여개 로봇기업이 참여하는 '이동로봇의 안전한 이용 및 상용화 촉진을 위한 특별법안' 설명회를 개최한다. 국회와 협력해 제정을 추진하고 있는 법안의 취지와 주요 내용을 업계에 설명하는 동시에 실제 이동로봇과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운영하는 기업들의 현장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번 법안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동로봇의 상용화를 단순히 로봇산업의 문제로 보지 않고 도시와 생활공간의 제도까지 함께 바꾸려는 접근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동로봇은 지능형 로봇 가운데 배송과 주차, 전기차 충전, 물품 운반, 보안, 시설 유지보수 등의 업무를 수행하면서 실내외 공간을 자율주행하거나 원격으로 이동하는 로봇을 말한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다양한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 로봇을 투입하는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규제와 시설의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로봇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면 출입구와 승강기, 복도 등의 구조가 문제가 될 수 있고, 공동주택에서는 공용공간 이용과 입주민 안전 문제가 뒤따른다. 주차장에서는 차량과 보행자 사이에서 로봇이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확보해야 하며, 건설현장이나 실외공간에서는 기존 시설과 로봇의 운행 방식이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로봇의 성능보다 중요한 '로봇이 다닐 수 있는 공간'

 

정부가 특별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부분도 바로 이 지점이다. 국토부는 건축물과 도시공간, 교통·생활 기반시설과 관련된 제도를 담당하는 부처로서 이동로봇이 제한된 실증공간을 벗어나 국민의 일상공간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와 기반시설을 정비한다는 계획이다.

 

법안에는 로봇 활용과 맞지 않는 기존 공간·시설 관련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건축물과 공동주택, 주차장, 실외공간, 건설현장 등에서 이동로봇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와 특례를 마련하는 내용이 포함될 예정이다.

 

현재 로봇기업 입장에서 상용화의 가장 큰 장벽이 반드시 기술 자체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아무리 정교한 자율주행 기술과 센서, 인공지능을 갖춘 로봇이라도 실제 서비스가 이뤄지는 공간에서 운행할 수 없다면 사업으로 연결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술 개발과 실증을 마친 로봇이 현장에 투입되는 순간 건축물이나 시설물 이용 규정, 안전기준, 사고 발생 시 책임 문제 등이 새로운 장벽으로 등장할 수 있다.

 

정부가 이번 법안을 통해 공간과 시설에 대한 규제를 정비하려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동로봇이 특정한 실증구역에서만 운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생활공간으로 진입하려면 로봇을 전제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기존 도시 인프라를 점진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상용화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안전 문제도 법안의 중요한 축으로 거론된다. 이동로봇이 사람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게 되면 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사고 원인을 어떻게 조사할 것인지, 사고 발생 이후 어떤 절차로 대응할 것인지가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가 된다.

 

국토부는 이동로봇이 활용되는 공간과 분야의 특성을 고려해 분야별 운영기준과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사고 발생 시 책임과 대응체계를 명확하게 하는 한편 사고 조사체계도 마련할 예정이다. 단순히 규제를 풀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상용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국민의 안전을 확보하는 관리체계를 함께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은 향후 로봇산업의 경쟁 구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로봇기업 입장에서는 제품의 성능을 높이는 것만큼 실제 서비스가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고 운영 기준에 맞춰 서비스를 설계하는 것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규모 물류시설이나 공동주택, 대형 상업시설, 주차장 등 특정 공간에서 반복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일수록 시설 운영자와의 협력뿐 아니라 관련 규제 변화가 사업 확대 속도를 결정하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국토부는 13일 설명회에서 나온 업계 의견을 검토해 국회 법안 발의와 심사 과정에 전달하고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법안의 실효성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특히 이동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활용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겪는 공간·시설·인프라 관련 규제와 제도적 불확실성을 지속적으로 확인해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국민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동로봇 기술이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실제 생활공간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면 상용화로 이어지기 어렵다며, 이제는 로봇을 개발하는 단계를 넘어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을 로봇과 사람이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꾸기 위한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은경 기자 sgy@kj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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