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국내 대기업집단이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동시에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소재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최근 3개월 동안 대기업집단 계열사가 4곳 순감한 가운데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 핵심 사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반도체 검사 부품과 실리콘 음극재 등 고부가가치 분야에 신규 계열사를 편입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대기업집단의 사업 재편 방향이 '선택과 집중'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자산 5조원 이상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최근 3개월간 소속회사 변동 현황을 공개했다.
102개 대규모기업집단의 소속회사는 지난 5월 1일 3538개사에서 8월 3일 3534개사로 4개사 감소했다. 해당 기간 소속회사에 변동이 있었던 기업집단은 49곳이다.
구체적으로 35개 집단에서 회사 설립 50개사, 회사 분할 2개사, 지분 취득 9개사 등의 방식으로 75개사가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됐다. 반면 28개 집단에서는 흡수합병 6개사, 지분매각 8개사, 청산종결 16개사 등을 통해 79개사가 계열에서 제외됐다.
편입 규모만 보면 효성이 11개사로 가장 많았고 GS 9개사, 대명화학 7개사가 뒤를 이었다. 계열 제외 규모는 DB가 13개사로 가장 많았으며 효성 8개사, SK 7개사 순이었다.
◆부동산·사료·콘텐츠 정리하고 AI·반도체에 투자
이번 계열사 변동에서 가장 두드러진 흐름 중 하나는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움직임이다.
SK는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SK디앤디㈜ 등 5개사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CJ는 동물용 사료 제조사 CJ피드앤케어㈜ 등 2개사를, 원익은 영화 등 제작사인 ㈜플래디 등 3개사를 각각 계열에서 제외했다. 사업성이 낮거나 그룹의 핵심 성장전략과 거리가 있는 사업을 정리해 자원을 주력 분야로 집중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최근 고금리와 경기 불확실성 등을 거치면서 대기업집단 역시 계열사 숫자를 늘리는 외형 확장보다 사업별 경쟁력과 자본 효율성을 따지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새롭게 계열사로 편입한 기업을 보면 미래 산업을 겨냥한 투자가 선명하다.
대표적인 분야가 AI 데이터센터다. 생성형 AI 확산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냉각·공조·컴퓨팅 인프라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기업집단들이 관련 사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은 민관 합작법인 한국에이아이컴퓨팅센터㈜와 냉각·공조 솔루션 기업 플랙트그룹코리아㈜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GS 역시 AI 데이터센터 사업을 위해 ㈜지에스에이아이인프라 등 4개사를 새롭게 계열에 포함했다. OCI는 에스지씨데이터파워㈜와 에스지씨에이아이인프라㈜를 편입하며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 확대에 나섰다.
AI 인프라 시장의 성장이 단순히 AI 서비스 기업에만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과 냉각, 공조, 인프라 운영 등 연관 산업 전반으로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도 계열 편입이 이어졌다. 한솔은 반도체 검사 부품 제조기업인 윌테크놀러지㈜를 계열사로 편입했고, 효성은 실리콘 음극재 제조기업인 에이치에스효성에너지솔루션코리아㈜를 새롭게 계열에 포함했다.
반도체와 배터리 소재처럼 국내 제조업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되는 분야에 대한 대기업의 사업 확장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번 계열사 변동에서 또 하나 눈에 띄는 부분은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측면에서 친족·임원 지배회사를 계열에서 분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신규 지정된 라인은 친족이 지배하는 ㈜신도 등 4개사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웅진은 친족 및 임원이 지배하는 건진건설㈜ 등 4개사를, 희성은 임원이 지배하는 ㈜희성지주 등 3개사를 각각 계열에서 제외했다. QCP그룹도 임원 지배회사인 ㈜펜인베스트먼트를 계열에서 제외했다.
기존 대기업집단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났다. 중흥건설은 ㈜케이아이컨설팅을, 효성은 제일실업㈜ 등 6개사를, 반도홀딩스는 ㈜더블유앤파트너스 등 3개사를 친족 독립경영 등을 인정받아 계열에서 제외했다.
이 같은 변화는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관리가 단순히 사업 영역을 넓히는 방향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한쪽에서는 친족·임원 지배회사나 비주력 사업을 정리해 그룹의 지배구조와 사업구조를 단순화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AI·반도체·첨단소재처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신규 법인을 설립하거나 지분을 취득하는 방식이다.
결국 최근 대기업집단의 계열사 변동은 '많이 보유하는 것'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에 투자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