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필주 기자]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글로벌 금융위기 타개를 위한 공공부문 지원 및 정책이 민간 부문의 도덕적 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14일 한국은행 주최로 열린 ‘글로벌 위기 이후의 통화 및 거시건전성 정책’ 국제컨퍼런스 개회사에서 김 총재는 “글로벌 위기를 맞아 중앙은행의 적극적인 역할이 긴요해졌으나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김 총재는 “과도한 유동성 공급이 여타 부문, 여타 국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유동성의 과도한 확대는 향후 정책운용을 제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총재의 이러한 지적은 통화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으며 지나친 유동성 공급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급격한 자본 유출입을 유발해 거시건전성을 해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김 총재는 “통화정책의 범위에 금융안정도 포괄하도록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면서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급격한 국외자본 유출입에 대응한 거시건전성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위기를 타개하려면 국제적 공조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김 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가장 큰 특징은 특정부문에서 발생한 충격이 글로벌 금융 연계성으로 인해 확대 재생산되면서 전세계 실물 부문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기 대응을 위한 선진국의 적극적 정책이 위기 수습 효과는 있으나 그에 따른 국제적 파급 효과를 고려하지 못한 것은 아닌지 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총재는 또 “신흥국으로서는 과도한 자본 유출입이 신흥국의 통화정책 운용을 제약하고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증대시킬 뿐만 아니라 환율 변동성 확대를 통한 교역부문의 경쟁력 약화 등 실물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예시했다.
행사에 참가한 토마스 사전트 미국 뉴욕대 교수도 ‘거시건전성 정책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기조연설에서 김 총재와 같은 입장을 취했다.
그는 “정부정책은 시스템리스크를 유발시키거나 민간부문의 위험관리 노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정부의 규제정책이 민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신현송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도 ‘자본유입, 실질환율 절상 그리고 은행의 위험선호 경로’라는 제목의 기조연설에서 김 총재가 언급한 ‘글로벌 연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신 교수는 “재정위기를 겪는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브라질 등의 경기지표까지 동시에 위축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가 글로벌 유동성 수준에 따라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징표”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또 “선진국 중앙은행의 저금리 정책은 국제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을 하락시켜 은행들의 위험선호도를 높이게 되며, 이에 따라 국제은행들은 미국 달러화 자금을 조달해 신흥국 소재 지점 등을 통해 민간부문에 대한 대출을 확대시킨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부터 이틀간 열리는 컨퍼런스에는 엔리케 멘도자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 마커스 브루너마이어 프린스턴대 교수, 에스워 프라사드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이종규 한국은행 연구위원, 마빈 굿프렌드 카네기 멜론대 교수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