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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노트] "BNPL, 청년 부채 '폭탄' 되나"

신용카드 규제 회피…'소액 분할'로 부채 인식 약화
"금융은 앱 안에, 책임은 밖에"…편리함은 선택, 비용은 이용자 몫

[KJtimes=견재수 기자] "이 정도는 괜찮겠지 했는데 어느 새 부채가 늘어버렸어."

"클릭 한 번에 외상이 가능해 너무 좋았는데 누적되니 빚만 싸여."

"소비가 가벼워졌는데 갚기가 더 어려워."

 

최근 취재 현장에서 자주 듣는 말 중 하나다. 소액 결제라고, 부담이 없다는 이유로 시작한 ‘후불결제’가 어느 순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불어났다는 하소연들이다. 이 같은 하소연 모두 주요 플랫폼이 앞다퉈 도입한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말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특징은 클릭 몇 번이면 결제가 끝나고, 돈은 나중에 내면 된다는 것이다.

 

◆"외상 쉬워졌지만 갚기는 더 어려워져"

 

예전 우리는 선결제 없이 물건을 먼저 사고 나중에 돈을 내는 시절이 있었다. 한 마디로 ‘외상’이 통용되던 때다. 그러다가 어느순간 외상 문화가 사라졌다.

 

그러던 ‘외상’이 디지털 형태로 돌아왔다.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가 그것이다. 선구매 후결제 서비스의 강점은 편리함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그 편리함이 ‘경계’를 지운다는 점이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기자에게 “한 번의 결제는 작지만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이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어디서 얼마를 썼는지, 총 얼마를 갚아야 하는지 한눈에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소비는 분산되고 부채는 숨어버린다는 게 그 이유다..

 

사실 BNPL의 핵심은 ‘쪼개기’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10만원을 한 번에 내는 대신 몇 번에 나눠 내게 만든다. 이 순간 소비는 ‘빚’이 아니라 ‘지출’로 인식된다. 심리적 저항이 사라진 자리에는 더 많은 소비가 들어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기자가 만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 구조가 기존 금융 시스템 밖에서 움직인다는 점이 문제라고 말한다. 은행이나 카드사는 개인의 대출과 결제 정보를 종합해 신용을 평가하지만 플랫폼 안에서 이뤄지는 후불결제는 그 일부만 반영되거나 아예 빠지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이를 ‘그림자 금융’이라고 부른다. 플랫폼이 신용 판단을 하는 기준은 소비자의 쇼핑 기록과 결제 데이터다. 이를 기반으로 자체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

 

예컨대 많이 사고 꾸준히 결제하면 ‘좋은 고객’이 된다는 얘기다. 그 결과 이용자는 실제보다 ‘덜 빚진 사람’으로 남는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다시 소비를 이어간다.

 

반면 소비 패턴이 다르면 금융 조건도 달라진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그 기준이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누가,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평가하는지 이용자는 알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책임은 누구에게 있나"

 

기자는 현장에서 이러한 문제점을 들으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지는가 하는 게 그것이다.

 

플랫폼은 결제 중개자 역할을 강조하고 실제 금융상품은 제휴 금융사가 제공하는 구조가 많다. 하지만 분쟁 발생 시 책임 주체를 명확히 가리기 어렵다. 이용자는 대부분 플랫폼을 통해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이유에서다. 플랫폼과 금융사의 역할이 결합되면서 기존 금융 규제 체계로는 관리가 어려운 영역이 생긴 셈이다.

 

금융당국은 현재 후불결제 서비스에 대한 관리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게다가 소액·간편결제라는 특성상 기존 대출 규제를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다. 제도 설계가 복잡한 상황이다.

 

물론 BNPL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BNPL은 분명 소비자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신용카드가 없거나 금융 접근이 어려운 이들에게는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동시에 소비를 자극하고 부채 인식을 흐리는 구조 역시 가지고 있다.

 

‘외상’은 다시 일상이 됐다. 다만 과거와 달리 장부 대신 알고리즘이, 주인 대신 플랫폼이 이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외상은 더 위험하다는 사실이다. 쉽게 쓸 수 있는 돈일수록 갚는 순간은 더 무겁게 다가온다.

 

지금은 플랫폼 금융 시대에 편리함의 이면에 숨은 비용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따라서 금융당국은 지금이라도 얼마나 쉽게 사게 만들 것인가에는 집중돼 있는 현재의 구조를 얼마나 책임 있게 갚게 할 것인가에 대한 구조로 변형시키는 고민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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