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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노트] 車보험 5부제 할인 "현장에선 한숨부터 나온다"

손보사들의 말 못할 속사정…"정책 좋은데 적자는 누가 메우나"

[KJtimes=견재수 기자] 보험사들의 분위기가 이상하다. 또 조용하다. 그동안 취재현장을 다니면서 보험업계가 원래 조용할 때 더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숫자 하나에 손익이 크게 흔들리는 시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겉으로는 사회적 책임과 정책 협조를 말하지만 속내는 전혀 다를 때가 다반사다.

 

최근 손해보험업계 화두는 ‘차량 5부제 자동차보험 할인 특약’이다. 관련 특약 출시가 11일부터 시행에 들어섰다. 실제로 업계에선 이와 관련된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사실 표면적으로 보면 나쁘지 않은 정책이다. 교통량을 줄이고 친환경 흐름에도 맞는다. 가입자 입장에서는 연간 약 2% 수준 보험료 할인 혜택도 기대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 “보험료 올리면 욕먹고, 할인하면 적자 커지고”

 

“또 자동차보험이냐.”

 

요즈음 <기자>가 보험업계 관계자들과 만날 때마다 듣는 반응이다. 실제 보험사 분위기는 썩 밝지만은 않다. 손보사들 입장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이미 ‘돈 안 되는 상품’으로 변해가고 있는 까닭이다.

 

자동차보험은 지금 손보업계의 대표적인 고민거리 중 하나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지난해 자동차보험 적자 규모는 약 7080억원 수준이다. 손해율은 이미 손익분기점인 80%를 넘나들고 있다.

 

 

<기자>가 서울 을지로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하는 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보 등 주요 손보사의 누적 손해율도 81~83% 수준이라는 얘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 전언 뒤로 “보험료를 겨우 올렸는데 다시 할인라고 한다”는 그의 고민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 같은 고민이 관계자가 속한 회사만의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보험사들은 올해 들어 자동차보험료를 평균 1.3~1.4% 정도 올렸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차량 5부제 할인 특약이 도입되면 사실상 인상 효과 상당 부분이 다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를 올려도 욕먹고 할인해도 적자가 커지는 구조를 마주하는 것이다.

 

자동차보험은 이미 공공재 성격이 강해진 상태다. 게다가 정책성 기능은 계속 추가되는 추세다. 손보사들의 수익성 방어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토로는 허튼 소리는 아닌 셈이다.

 

그런데 <기자>가 손보업계 관계자들과 만나면서 흥미로운 부분을 발견했다. 보험사들이 진짜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할인’ 자체보다 ‘관리 비용’이라는 사실이었다.

 

일례로 차량 5부제 특약은 가입자가 실제로 5부제를 잘 지켰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이 검증 작업이 만만치 않다. 손보사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자주 확인할 것인가. 시스템 구축과 인력 투입해야 한다. 결국 할인해주고 관리비까지 더 들어가는 구조인 것이다.

 

◆ “자동차보험은 지금 단순 보험상품이 아니다”

 

보험사들이 이번 특약을 두고 예상보다 조용한 것은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할인 상품이 나오면 대대적인 마케팅에 나선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다르다. 너무 조용하다. 자칫 적극 홍보에 나섰다가 가입자만 늘고 적자 폭이 커질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자동차보험은 지금 단순 보험상품이 아니다. 정책과 정치, 소비자 부담, 보험사 수익성이 모두 얽혀 있는 복합이다. 친환경, 교통량 감축, 사회적 할인 확대 같은 정책들이 자동차보험에 계속 얹히고 있다.

 

그래서일까. 보험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이 이제 사실상 정책 플랫폼처럼 변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흐름이 계속될수록 보험사 수익 구조는 더 팍팍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보험료를 올리면 소비자 반발이 크다. 정책 할인은 늘어나 손보사들의 손해율은 계속 높다. 그들의 조용한 분위기는 어쩌면 그 불편한 현실을 가장 잘 보여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차량 5부제 자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다만 정책 효과와 시장 현실 사이의 간극은 분명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민간 보험사에 정책 기능을 계속 요구할 경우 그 부담이 결국 어디로 전가될지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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