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 #"남들은 다 벌었다고 해서…. 처음에는 500만원으로 시작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엔비디아로 몇 천 벌었다는 얘기가 계속 들리니까 조급해지더라."(32⸱직장인 김모씨)
#"잃은 돈을 빨리 복구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다들 돈 버는 것 같은데 저만 뒤처지는 느낌이었다."(38⸱여⸱직장인 이모씨)
#"처음에는 소액이었는데 주변에서 수익 인증이 계속 올라오니까 조급해졌다. 회사 사람들도 다 미국주식 얘기만 한다. 하루 종일 이런 걸 보다 보면 나만 가만히 있는 느낌이 들곤 한다."(27⸱직장인 박모씨)
주식 투자 열풍이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하지만 그 뒤편에서 '포모(FOMO·소외 공포)'가 청년층 부채를 증폭시키고 있다는 경고등이 깜박이고 있다.
실제 최근 증권가와 금융권에서는 '영끌 투자'의 양상이 과거 부동산에서 주식과 해외주식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탐욕보다 두려움이 더 컸다"
2030세대 투자자들은:특히 마이너스통장이나 카드론, 신용대출, 증권담보대출(스탁론) 등 고금리 자금을 활용해 투자 규모를 키우고 있다. 때문에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라, 불안과 비교심리가 대출 확대를 부추기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왜 이러한 지적이 나오는 것일까.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31)씨. 그는 매일 아침 출근길마다 텔레그램 리딩방과 주식 유튜브를 확인한다고 한다. '오늘 상한가 예정', '기관 매집 완료' 같은 말을 계속 보다 보면 진짜 안 사면 바보 되는 기분이라는 게 그의 얘기다.
강씨는 지난해 해외 레버리지 ETF에 집중 투자했다. 그러나 지금은 원금 대부분을 잃은 상태라고 한다. 최근 카드값을 막기 위해 리볼빙 서비스까지 사용하기 시작할 정도다. 계좌는 무너졌는데도 계속 만회할 생각만 하고 있는 자신을 한탄했다.
서울 성북구 대학촌에서 만난 직장인 최모(39)씨. 7평 원룸에서 살고 있는 그는 매일 새벽 1시를 넘긴 시간, 노트북 한쪽에는 해외주식 창이, 다른 한쪽에는 카드론 한도 조회 화면을 열어놓고 미국 증시 개장 알림을 기다린다고.
처음 500만원으로 시작해 손실이 커질 때마다 투자금을 줄이지 않았고 오히려 더 빌렸다는 최씨. 그는 현재 마이너스통장 3000만원, 카드론 1200만원, 증권사 신용융자를 끌어 썼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실제 거리나 회사에서 주식시장 개장 이후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증시 급등 알림이 울릴 때마다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는 직장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솔직히 투자라기보다 중독 같은 모습이다.
◆"남들은 다 벌었다고 해서…"
현재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최근 투자 과열의 핵심 배경으로 '포모(FOMO·Fear Of Missing Out)'를 지목하고 있다. 단순한 탐욕이 아니라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 심리가 과도한 차입 투자로 이어진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투자 판단의 상당 부분이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진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SNS와 유튜브 알고리즘은 극단적인 수익 사례를 반복 노출하며 조급함을 증폭시킨다는 게 이들의 중론이다.
<KJtimes>에서는 실제 이를 확인해 봤다. 여러 주식 유튜브 방송을 시청하니 하나같이 ▲지금 안 타면 끝 ▲이번 상승은 역사적 기회 ▲현금 들고 있는 사람이 바보다 등과 같은 표현이 반복됐다.
채팅창은 더 가관이었다. 창에는 ▲대출 더 받아 들어간다 ▲풀매수 완료 ▲오늘 인생 바뀐다 등과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심지어는 몇 100% 수익을 올렸다며 인증샷 사진을 올리는 경우도 있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증권앱은 게임처럼 변했는데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투자 중독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실시간 급등 알림, 체결 효과음, 수익률 랭킹, 24시간 해외장 알림 등이 반복적으로 투자 행동을 자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심리 전문가는 "과거 투자 판단은 정보 분석 중심이었다면 지금은 즉각적 반응과 도파민 자극 구조로 바뀌고 있다"면서 "젊은 층은 특히 투자 자체보다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에 더 민감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전문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청년이나 직장인들의 빚이 증시로 향했다는 사실이다. 금융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예전에는 생활비 목적 신용대출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투자 목적 차입 비중이 눈에 띄게 늘었다.
증권가 관계자들의 전언도 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해외 기술주 급등 이후 '지금 안 들어가면 끝'이라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월급만으로는 안된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빚투'에 나서고 있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계좌는 무너졌는데도 계속 만회할 생각만 하면서 빚을 늘리고 있는 투자자들이 증가추세다.
◆"투자 실패는 곧 신용위기"
<KJtimes>에서는 이러한 추세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종로의 은행 대출창구를 찾았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20~30대 방문객이 많았다. 은행직원에 따르면 이들의 상당수는 생활비보다 투자 목적 대출 상담을 문의하고 있다.
한 대출담당 은행 직원은 "최근에는 주식 투자하려고 한도를 더 늘일 수 있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면서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밤새 거래하다 추가 자금이 필요해 급하게 카드론이나 신용대출까지 알아보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이곳에서 만난 취업준비생 한모(28)씨는 대출 더 나오는지 알아보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고 한다. 카드론으로 마련한 1500만원을 해외 레버리지 ETF에 투자했다가 최근 주가 급락으로 원금 대부분을 잃었다는 그는 손실이 커질수록 더 복구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젊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마이너스통장이나 카드론, 신용대출, 증권담보대출(스탁론) 등을 활용한 '영끌 투자'가 다시 늘고 있는 추세"라며 "하지만 연체율 경고등이 켜지고 있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시장전문가는 "문제는 손실이 장기화할 경우"라면서 "청년층 연체율은 최근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데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단기 대출 의존도 역시 커지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주가 하락 시 반대매매가 발생했을 때 투자자는 손실뿐 아니라 신용등급 하락까지 동시에 겪게 된다"면서 "해외주식 레버리지 상품이나 미수거래는 특히 변동성이 커 신중한 투자만이 위험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