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물건은 지금 산다. 하지만 돈은 나중에 낸다?'
최근 국내 카드사들이 '선구매 후결제(이하 BNPL)' 시장 확대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선구매 후결제(BNPL) 는 신용카드가 없어도 구매가 가능하다. 신용카드를 만들기 위해 받았던 복잡한 심사도 거의 없으며 몇 번의 클릭이면 결제가 끝난다. 겉으로는 '간편한 결제 서비스'처럼 보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빚이 빚처럼 보이지 않게 만들고 있다"는 경고가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대카드, "카드 없이 후불결제"…규제 밖 신용 확대 논란
실제로 현대카드는 카드 규제를 피해 사실상 신용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는 논란에 직면해 있다. 롯데카드도 다르지 않다. 롯데카드는 해외 BNPL 모델을 적극 들여오고 있지만 이미 미국·유럽에서 드러난 연체·과소비 부작용까지 함께 수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소비자들이 이를 '대출'이 아니라 단순한 '결제'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업계 전문가들은 "BNPL의 가장 큰 위험은 연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스스로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체감하지 못한다는 데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업계와 <KJtimes> 취재에 따르면 현재 가장 공격적으로 BNPL 확대에 나선 카드사는 현대카드다. 정태영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카드는 애플페이와 플랫폼 연계 전략을 기반으로 디지털 결제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카드 발급 없이 이용 가능한 후불결제 구조를 확대하며 젊은 소비자층을 빠르게 끌어들이고 있다.
문제는 결제 구조다. 소비자는 물건을 먼저 사고, 돈은 나중에 낸다. 사실상 신용 기능과 유사하다. 그러나 기존 신용카드 수준의 규제를 받지 않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두고 '규제 밖 신용 확대'라는 표현까지 들리고 있다. 여기에 여러 플랫폼에서 BNPL을 동시에 이용할 경우 전체 부채 규모를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 반복적으로 지적된다.
한 금융소비자 전문가는 "개별 서비스 한도는 작아 보여도 여러 플랫폼을 동시에 사용할 경우 실제 부채는 빠르게 커질 수 있다"며 "소비자가 이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큰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BNPL의 핵심 문제는 연체 이전에 있다"며 "이용자가 스스로 빚을 지고 있다는 감각이 약하다는 점이 구조적 위험"이라고 지적했다.
◆롯데카드, 글로벌 BNPL 확대…"해외 부실 모델 수입" 우려
롯데카드는 디지털 플랫폼 '디지로카'와 LOCA 카드 시리즈를 중심으로 생활밀착형 금융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MBK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최대주주이며, 조좌진 대표 체제 아래 디지털·글로벌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해외 BNPL 기업과 협업하며 글로벌 결제 시장까지 공략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해외 사례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미 미국과 유럽에서는 BNPL 시장 확대 이후 연체 증가와 과소비 문제가 잇따라 불거졌고, 일부 국가에서는 BNPL을 사실상 대출로 보고 규제 강화에 나선 상태라는 이유에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서도 "검증되지 않은 해외 부실 모델이 유입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 금융정책 전문가는 "해외에서는 이미 BNPL을 규제 사각지대 금융으로 보고 감독 체계를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며 "해외에서 검증 실패 논란이 나온 소비 모델을 국내에 들여오는 것인 만큼 국내 역시 소비자 보호 장치 논의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업계에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BNPL 전략을 펴고 있는 KB국민카드는 규제 적응력이 높고 안정적 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KB금융지주 100% 자회사 구조 아래, 기존 카드 심사 체계를 활용해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이창권 대표 체제 아래 PLCC와 생활밀착형 금융 서비스를 확대 중이다.
사실 업계에서는 BNPL에 대한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에 <KJtimes>에서는 각 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번 접촉을 시도했지만 각 카드사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들을수 없었다.
다만, 현대카드와 롯데카드의 카드 영업을 담당하는 현장의 실무자들은 "간편 결제 서비스는 신용카드의 불편함을 덜어낸 편리하고 획기적인 결제서비스로 알고 있다"며 "간편 결제 서비스의 주요 기능과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고 사용해달라"는 입장만 전했다.
◆ "결제는 더 쉬워졌고, 부채는 더 안보인다"
한편 금융소비 전문가들은 BNPL 시장이 커질수록 가장 우려되는 부분으로 '보이지 않는 부채'를 꼽는다. 기존 대출은 소비자가 심사와 금리, 상환 부담을 직접 체감하는 반면 BNPL은 쇼핑 과정 안으로 신용 기능이 들어가 있다는 게 문제라는 것이다.
한 금융소비 전문가는 "문제는 '결제'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후불결제는 심리적으로 일반 대출보다 경계심이 낮아 소액이 반복되면 실제 부채 규모를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관리형 BNPL이라고 해도 결국 소비를 미래로 당겨 쓰는 구조"라며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경우 취약계층부터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결제 버튼을 누르는 순간 신용이 생성되지만 소비자는 이를 단순 소비로 인식하기 쉽다"며 "특히 청년층과 금융이력이 부족한 소비자일수록 이런 구조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카드사들의 BNPL 경쟁이 단순 결제 시장 경쟁이 아니라고 본다. 핵심은 젊은 소비자 선점이다. 초기에는 간편결제와 무이자를 앞세워 고객을 확보하고, 이후 카드·대출·금융상품으로 연결하는 구조다.
즉, BNPL은 수익 상품이라기보다 미래 금융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소비자들이 부채를 부채로 인식하지 못한 채 후불 소비에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BNPL을 사용하다가 '혼쭐'이 났었다는 한 소비자는 자신의 블로그에 "가장 무서운 건, 빚처럼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나도 모르게 어느새 신용불량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며 "과거였다면 초기에 알았을 나의 부채를 뒤늦게 발견(?)하게 되었고, 그땐 이미 늦었다"라고 한탄했다.
이처럼 현재 BNPL 시장의 가장 큰 쟁점은 명확하다. 신용 기능은 존재하지만 규제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여러 플랫폼을 통한 이용 현황과 전체 부채 규모 역시 완전히 파악하기 어렵다.
금융권에서는 이미 '보이지 않는 부채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한 금융 전문가는 "카드사들은 '미래 금융 혁신'을 말하지만 BNPL의 가장 큰 위험은 연체가 아닐 수 있다"며 "정보가 충분히 공개되지 않는 신용은 그 자체로 리스크가 될 수 있는 만큼 혁신과 소비자 보호 사이 균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