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중동 정세 불안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배터리·원전 산업을 중심으로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을 묶는 '공급망 상생금융' 지원에 본격 착수했다. 미국과 중국 중심의 공급망 블록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핵심 산업 생태계의 국내 결속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5월 19일 오전 10시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공급망안정화기금 상생협약 체결식'에 참석해 국내 주요 선도기업들과 공급망 안정화 및 산업 생태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해 LG에너지솔루션 김동명 대표,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대표, 삼성SDI 오재균 부사장, SK온 김민식 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정부가 올해 3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마련한 '공급망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하는 첫 사례다. 특히 대기업 중심 수출 산업이 아닌 협력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한 공급망 전체 안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 특징이다.
우선 지원 대상은 이차전지와 원전 분야다.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 경쟁이 치열하고 전략 산업 성격이 강한 업종부터 우선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프로그램 구조는 대기업이 협력 중소·중견기업을 추천하면 한국수출입은행이 원재료 구매와 공급 관련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협력사는 최대 2.4%포인트 금리 우대와 함께 기존 대비 10% 확대된 대출 한도를 적용받는다.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는 최대 한도 내에서 0.2%포인트 추가 금리 우대도 제공된다.
정부는 최근 중동 사태와 글로벌 원자재 시장 불안이 배터리 소재와 에너지 산업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실제 리튬·니켈·희토류 등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공급망 안정이 국가 산업 경쟁력 핵심 변수로 떠오른 상황이다.
특히 국내 배터리 업계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공급망 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원재료 공급 안정성과 협력사 관리 역량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대기업만 살아선 안 된다"…협력사 금융위기 차단 총력
이번 정책은 단순 정책금융을 넘어 대기업과 협력업체 간 공급망 결속을 강화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장기화로 중소 협력사들의 자금 압박이 커지면서 공급망 전체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계에서는 최근 공급망 리스크가 단순 물류 문제가 아니라 금융·원자재·외교 문제까지 연결된 복합 위기로 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배터리와 원전 산업은 핵심 소재와 부품 공급이 중단되면 전체 생산 체계가 흔들릴 수 있는 구조"라며 "협력 중소기업의 유동성 위기가 결국 국가 산업 경쟁력 문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공급망 전문가는 "과거에는 대기업 자체 경쟁력이 중요했다면 지금은 공급망 전체의 안정성이 산업 경쟁력 핵심이 되고 있다"며 "정부가 공급망 금융까지 직접 개입하는 것은 전략 산업 보호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허장 2차관은 이날 "이번 협약은 공급망안정화기금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공급망 생태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출발점"이라며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공급망 전 주기에 걸쳐 대·중견·중소기업 간 안정적 협력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 기업들 역시 "최근 중동 사태 등 공급망 불안 속에서도 기금을 통한 적기 금융지원이 안정적 수급 체계 유지에 도움이 됐다"며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