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립 중인 최대주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고려아연 경영진 간의 공방이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계기로 한층 격화되고 있다. 영풍측은 법원의 결정을 근거로 고려아연의 과거 투자 구조와 경영권 방어 전략의 위법성을 규명하겠다며 전방위적인 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반면 고려아연측은 소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통상적인 절차일 뿐이라며, 영풍 측이 이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무책임한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박했다.
◆ 영풍·MBK “법원 문서제출명령, 핵심 거래 구조 및 경영권 방어 적법성 규명될 것”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서울중앙지법의 잇따른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그간 제기해 온 의혹들의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중요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며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첫번째는 SWNC 200억 회사채 거래 의혹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9민사부는 지난 5월 22일 원아시아·이그니오 등 관련 주주대표소송(2025가합4454)에서 고려아연에 대해 에스더블유앤씨(이하 SWNC) 회사채 200억원 인수 거래와 관련한 내부 기안서, 회사채 인수계약서, 담보가치평가 자료 등의 제출을 명령했다.
SWNC는 2020년 청호컴넷 자회사 ‘세원’을 약 200억원에 인수한 자본금 3억원 규모의 신설 법인이다. 영풍측은 당시 자체 자금 마련이 어렵던 SWNC가 발행한 200억원 상당의 회사채를 고려아연이 인수함으로써 청호컴넷 측으로 자금이 유입됐다고 지적했다. 이후 고려아연이 2021년 1월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아비트리지제1호’ 펀드에 약 253억원을 출자했고, 이 펀드가 다시 SWNC 유상증자에 참여해 납입한 255억원으로 SWNC가 고려아연 회사채를 상환했다는 것이 영풍측의 주장이다.
영풍은 결과적으로 고려아연이 출자한 펀드 자금으로 SWNC의 고려아연 채무를 상환해 청호컴넷의 자금 부담을 우회적으로 해소해 준 구조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SWNC의 세원 인수 당시 최윤범 사내이사가 개인투자조합(여리고1호)을 통해 청호컴넷 3대 주주 지위에 있었으며, 고려아연의 자금 지원 이후 청호컴넷의 자금 사정이 개선되고 주가가 상승하자 최 이사가 지분을 매각해 차익을 실현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이번 명령은 내부 검토 및 의사결정 과정의 필요성을 법원이 인정한 것”이라며 “담보가치 평가와 투자 적정성 검토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어떻게 훼손됐는지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두번째는 원아시아 펀드 투자 의혹이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제29민사부는 5월 21일 동일한 주주대표소송 절차에서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코리아그로쓰 제1호’ 및 ‘아비트리지 제1호’ 펀드 관련 내부 문서 제출도 명령했다.
해당 펀드들은 최윤범 이사의 초·중학교 동창인 지창배 씨가 운용한 곳으로, 고려아연은 코리아그로쓰 제1호 지분 약 94.64%, 아비트리지 제1호 지분 약 54.59%를 출자한 사실상 최대 출자자다. 영풍·MBK 측은 최 이사가 청호컴넷 지분을 취득한 직후 고려아연의 펀드 출자가 이뤄졌고, 펀드 자금 일부가 청호컴넷 측으로 흘러 들어간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창배 씨는 코리아그로쓰 제1호 자금을 외부 법인에 이체한 후 이를 다시 청호엔터프라이즈 측에 대여한 혐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영풍·MBK측은 “고려아연이 사실상 단독 출자자로 참여한 펀드들에 대해 어떤 검토와 승인 과정을 거쳤는지, 출자 이후 운용 현황을 어떻게 관리했는지 등 원아시아 펀드 투자와 청호컴넷 거래 사이의 연결 구조가 구체적으로 확인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번째는 컨두잇(액트 운용사) 외부 자문 계약 의혹이다. 영풍·MBK측은 서울중앙지법 제29민사부가 2025년 정기주주총회 결의취소 소송과 관련해 고려아연에 컨두잇(주주 소통 플랫폼 ‘액트’ 운영사) 관련 문서 제출을 명령했다고 밝혔다. 제출 대상은 컨두잇과 체결한 자문계약서, 이메일·제안서·경과보고서·회의록·의견서, 지급 자금 내역 일체다.
영풍·MBK측은 최윤범 이사 측이 호주 계열사인 SMH와 SMC를 동원해 영풍 주식 10% 이상을 취득하게 함으로써 최대주주인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행위가 위법한 조치라고 지적해 왔다. 이 과정에서 컨두잇이 단순 외부 자문사가 아니라 순환지분출자 구조 및 상호주 외관 형성 등 경영권 방어수단 설계에 관여했는지 여부와 회사 자금이 특정 경영진의 지위 보전을 위해 부당하게 사용됐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 고려아연 “대법원서 이미 적법성 인정… 통상적 법원 절차를 악용한 여론전 중단해야”
고려아연은 연이은 입장문을 통해 영풍·MBK 측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며, 법원의 통상적인 증거조사 절차를 마치 자신들의 의혹이 입증된 것처럼 왜곡·과장해 시장과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2025년 정기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조치는 이미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거쳐 적법성이 확증됐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고려아연 측은 “대법원은 이미 2025년 정기주총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한 것이 적법하고 정당한 조치라는 점을 명확히 인정했다”며 “당사와 호주 자회사들의 기업가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호주 자회사들이 영풍 주식을 취득해 상호주가 형성된 것에 대해 위법행위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1심, 2심에 이어 대법원까지도 당사의 의결권 제한이 적법하며, 경영진이 개인적 지배력 강화 목적으로 업무상 배임 등 위법행위를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컨두잇과의 계약에 대해서는 “주주총회 운영, 주주 커뮤니케이션, 기업분석 및 주주친화 정책 검토 등을 위한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었으며 적법한 범위 내에서 이뤄진 활동”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해당 자문은 소액주주를 비롯한 다양한 주주의 의견을 반영하고 선진적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기 위한 목적이었으며, 실제로 집중투표제 도입과 사외이사의 이사회 의장 선임 등 주주친화적 안건 추진에 활용되었다고 설명했다.
원아시아 펀드 투자 및 자금 운용과 관련해서도 “모두 관련 법령과 내부 절차, 합리적 경영 판단에 따라 진행된 정상적인 재무 활동”이라며 영풍 측이 3년째 동일한 사안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반복하며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법원의 문서제출명령에 대해 “주주대표소송 및 결의취소 소송 과정에서 기초적인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관련 자료를 요구하는 일반적이고 중립적인 증거조사 절차일 뿐, 영풍·MBK 측의 주장을 인용하거나 실체 관계에 대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을 내린 것이 결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심리조차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단계에서 재판 상황을 실시간 중계하듯 과장 유포하는 행위는 사법 절차를 왜곡하고 시장 불안을 자극해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다.
오히려 고려아연은 영풍의 모순적 행태를 꼬집었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의 경우 법원이 요구한 영풍·MBK 간 경영협력계약 문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며 자기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며 “문제가 없다면 투명하게 공개하면 될 일인데도 법원 명령을 거부하며 스스로에 대한 검증은 회피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가 스스로 직면한 중대한 위기와 사회적 비판은 외면한 채 적대적 M&A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역공을 펼쳤다.
영풍에 대해서는 “환경오염과 중대재해 문제 등으로 경영 악화를 겪으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고 지적했으며, MBK에 대해서는 “홈플러스 사태 등으로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과 생계 위기를 초래해 사회적 비판에 직면해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홈플러스 근로자들이 급여 미지급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상황에서도 거액을 들여 미국 현지 로비 업체를 잇달아 고용하는 등 고려아연에 대한 공세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고려아연은 “앞으로도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무책임한 여론전에 흔들리지 않고 본연의 사업 경쟁력 강화와 글로벌 공급망 안정, 지속가능한 성장에 집중하며 국가기간산업의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영풍·MBK측에 법원 절차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시장을 호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력히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