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체계가 전면 개편된다.
정부는 피해 인정부터 치료·배상·교육 지원까지 국가 차원의 지원 구조를 다시 손질하며 장기화된 사회적 참사 수습 체계를 재정비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이번 개편은 단순 피해구제를 넘어 기업 책임 강화와 배상 재원 확보, 피해자 생애 지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및 지원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시행규칙 전부개정안을 오는 6월 2일부터 7월 13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 4월 7일 공포된 특별법 전부개정안의 후속 조치다. 개정 특별법은 오는 10월 8일부터 시행된다.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국내 최악의 생활화학제품 참사로 꼽힌다. 피해자 단체와 시민사회는 그동안 피해 인정 범위와 배상 체계가 지나치게 제한적이고 절차가 복잡하다는 비판을 지속적으로 제기해왔다.
정부는 이번 개편을 통해 손해배상 범위와 신청 절차를 보다 구체화했다. 우선 사망 피해자의 경우 유족배상과 장례비, 위자료 지급 기준을 마련했고, 건강 피해자의 경우에는 치료비와 간병비, 휴업손해, 장해배상금, 위자료 등을 지급 대상에 포함했다. 세부 금액은 향후 배상심의위원회가 피해 정도와 소득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예정이다.
피해자 부담이 컸던 신청 절차도 일부 간소화된다. 기존 피해 인정자는 소득증명 등 일부 서류만 제출하면 되고, 추가 제출 자료가 없는 경우에는 기존 제출 서류로 갈음할 수 있도록 했다.
반면 신규 신청자는 치료·간병 관련 증빙자료와 사망 관련 자료, 향후 치료비 추정서, 후유장해 진단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치료비 지원 방식도 변경한다. 앞으로 피해자가 원할 경우 향후 치료비와 간병비를 일시금 배상에서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건강보험 본인부담금은 국민건강보험공단 협조를 통해 별도 청구 절차 없이 지원받을 수 있도록 절차를 간소화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교육 지원 확대도 포함됐다. 정부는 피해자가 학생일 경우 희망하는 중·고등학교 우선 배정과 함께 국가장학금을 연계해 최대 8학기 대학 등록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배상 심의체계 역시 대폭 개편된다. 기존 피해구제위원회는 국무총리 소속 '배상심의위원회'로 개편되며, 산하에 배상지원단과 전문위원회가 신설된다.
또 피해 지원을 전담하는 '가습기살균제피해관리센터'도 새롭게 설치된다. 해당 센터는 의료 상담과 법률 지원, 피해 접수, 심리 지원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환경·법조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국가 차원의 장기 관리 체계로 전환되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환경보건 전문가는 "가습기살균제 문제는 단순 일회성 사고가 아니라 장기간 건강 피해와 가족 해체 문제로 이어진 사회적 재난"이라며 "피해자 상당수가 여전히 치료와 생계 문제를 동시에 겪고 있는 만큼 지속 가능한 지원 체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배상 재원 확보 장치도 강화한다. 원료사업자의 분담금 비율은 기존 가습기살균제 사업자 분담금의 25% 수준에서 45%로 상향 조정된다.
또 체납 시 하루 0.1% 수준의 가산금을 부과하고, 미납 기업은 관보와 정보시스템에 공개하는 등 징수 실효성도 높일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기업 책임 강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그동안 제조사 책임 범위와 원료 공급업체 책임, 국가 관리 책임 등을 둘러싸고 장기간 법적 공방이 이어져 왔다.
특히 일부 기업은 이미 수천억원대 배상 부담과 소송 리스크를 안고 있는 상태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개정이 향후 화학·생활용품 업계 전반의 안전관리 기준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한 기업 리스크 전문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ESG와 제품 안전 책임 문제가 기업 경영의 핵심 리스크로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는 단순 제조물 책임을 넘어 공급망 전체 관리 책임까지 요구받는 흐름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조현수 기후에너지환경부 환경보건국장은 "특별법 시행일까지 하위법령 개정을 차질 없이 완료해 피해자와 유가족의 배상 심의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 단체 일각에서는 여전히 피해 인정 기준 확대와 기업 책임 범위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처음 사회 문제로 떠오른 지 15년 가까이 지났지만 여전히 상당수 피해자들이 법적·의료적 지원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