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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주식·부동산 ‘영끌 청년들'의 붕괴 그늘<속으로>

벼랑 끝에 선 대출 사회…“이자만 300만원, 월급은 그대로”

[KJtimes=김봄내 기자] # "예전에는 월급날이 기다려졌는데 지금은 공포다. 돈이 들어오자마자 사라진다."(37⸱직장인 박모씨)

 

# "주식이 오를 줄 알았다. 다들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이자 내려고 또 대출 알아보고 있다.“(32⸱직장인 김모씨)

 

# "예전에는 사업 실패가 많았는데 지금은 투자 실패 상담이 크게 늘었다."(한 채무상담센터 상담사)

 

최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가계대출 금리 상승으로 차주들의 원리금 부담이 커지고 있으다. 연체율 역시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상단 금리가 다시 7%를 넘보면서 금융권에서는 고액 차주들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월급의 절반이 이자로 나간다"

 

영끌족을 단순히 ‘무리하게 투자한 사람들’로 규정하면 진실의 절반만 보게 된다. 이번 취재에서 만난 사람들은 투기꾼이 아니었다. 집을 사고 싶었던 직장인이거나 노후를 준비하려던 회사원, 결혼 자금을 만들려던 청년들이었다.

 

문제는 이들이 위험을 몰랐다는 게 아니다. 위험보다 더 강한 조급함을 사회가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지금 안 하면 뒤처진다’는 공포가 대출 버튼을 누르게 했고 지금 그들은 또 다른 공포 속에 살고 있다. 투자 실패가 아니라 매달 돌아오는 이자 고지서 때문이다.

 

 

그러면 영끌족들의 현실은 어떨까.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씨는 최근 투자금을 모두 정리했다고 한다. 문제는 손실 때문이었다. 그는 2억원을 넣었던 계좌는 현재 1억원 수준으로 남은 것은 대출뿐이라고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기자>와 인터뷰 중에도 박씨의 휴대폰은 계속 울렸다. 그리고 ▲금리 인하 가능 ▲한도 추가 승인. ▲즉시 대출 등과 같은 카드론 광고와 대환대출 알림이 쉴 새 없이 떴다. 그가 사용하는 금융앱을 확인해보니 앱 첫 화면 상당수가 투자와 대출 서비스였다.

 

<기자>가 이른바 '영끌족'인 김씨를 만난 것은 1일 오후 8시 서울 동대문구 한 공유오피스에서였다. 퇴근 시간은 이미 지났지만 사무실 불은 꺼지지 않았는데 그는 노트북 화면을 켜놓은 채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김씨는 <기자>에게 노트북을 내밀며 자신의 계좌를 보여줬다. 주식 계좌 수익률은 –41%, 신용대출 1억5000만, 매달 빠져나가는 원리금 280만원이 눈에 들어왔다.

 

김씨는 “2024~2025년 증시 상승기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을 최대한 끌어모아 국내외 주식에 투자했는데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빚내서 투자 안 하면 바보다, 지금 안 사면 평생 집 못 산다는 글들이 넘쳐났다”며 “하지만 시장은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은 채 금리는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증시는 변동성이 커졌다”고 하소연했다.

 

 

◆ "문제는 빚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빚“

 

실제 투자 열풍이 불던 시기 금융회사들은 공격적으로 대출을 확대했다. 때를 맞춰 플랫폼은 투자 성공담을 노출했다. 반면 이들과 언론은 손실 위험이나 금리 상승 위험은 상대적으로 작게 다뤘다.

 

지난 몇 년간 집값 급등과 증시 랠리 속에서 청년층은 극심한 박탈감을 경험했다.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고 월급만으로는 자산 형성이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여기에 유튜브 투자 방송, 증권 플랫폼, SNS 성공담이 결합됐다.

 

<기자>는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의 한 채무상담센터를 찾았다. 상담실 문이 열릴 때마다 20~40대 직장인들이 들어왔다. 대기업 직원도 있었고 공무원도 있었다. 이들은 과거의 '생계형 채무자'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채무상담센터 한 상담사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채무조정과 개인회생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일부 이용자들은 상환 기간 조정과 이자 감면 상담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며 ”하지만 정작 문제는 빚이 아니라 감당할 수 없는 빚“이라고 말했다.

 

익명을 전제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대출 심사 때 상환능력을 보지만 실제로는 투자 목적 자금이 상당수 섞여 있었다"면서 "신용융자 규모가 급증할 때 내부에서도 우려가 있었지만 시장이 계속 오르니까 제동을 걸기 어려웠다"고 귀띔했다.

 

금융투자업계 한 분석가는 “영끌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사회 전체가 만든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10배 수익, 인생 역전, 지금이 마지막 기회 등과 같은 메시지는 사실상 하나의 사회적 압박으로 작동했는데 바로 이것이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 공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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