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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보령 '탁소텔' 인수에 제동… "항암제 시장 독점 우려" 자산매각 명령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 1·2위 결합에 경쟁제한 판단… 디탁셀 사업 매각 조치
"무알코올 항암제 사라질 수도"… 공정위, 항암제 품질·가격 경쟁 유지 나서

[KJtimes=김지아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보령의 항암제 '탁소텔(Taxotere)' 영업권 인수에 대해 경쟁 제한 우려가 크다고 판단하고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유방암 치료 등에 사용되는 도세탁셀(docetaxel) 성분 항암제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 구조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

 

 

공정위는 보령이 글로벌 제약사 사노피(Sanofi S.A.)로부터 오리지널 항암제 탁소텔의 국내외 영업권을 양수하는 기업결합 심사 결과, 국내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보령이 보유한 제네릭 항암제 '디탁셀(Ditaxel)' 사업을 제3자에게 매각하도록 하는 시정조치를 결정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거래는 국내 도세탁셀 성분 제네릭 시장 2위 사업자인 보령이 같은 성분의 오리지널 제품인 탁소텔의 글로벌 영업권까지 확보하는 수평결합 사례다. 공정위는 항암제 시장 특성과 시장집중도를 고려해 의료계와 경쟁사, 전문가 의견 수렴 및 경제분석을 거쳐 심사를 진행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도세탁셀 항암제 시장에서 사노피의 탁소텔은 점유율 64.7%로 1위, 보령의 디탁셀은 13.8%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 점유율을 합치면 최대 78.5% 수준에 달한다.

 

특히 양사의 합산 점유율은 최근 수년간 지속적으로 상승해왔다. 실제 합산 점유율은 2022년 75.1%에서 2023년 77.6%, 2024년 78.5%, 2025년 78.8%까지 확대됐다.

 

공정위는 이번 결합 이후 보령이 압도적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게 되면 가격 경쟁과 품질 경쟁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보령이 향후 탁소텔을 직접 제조·판매하게 되면 약사법상 기존 디탁셀 제조품목허가를 반납해야 해 시장 내 핵심 경쟁 제품 자체가 사라질 가능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실제 디탁셀은 최근 수년간 탁소텔 점유율을 견제해온 핵심 경쟁 제품으로 평가받아왔다. 공정위는 2023년과 2025년 탁소텔 점유율 하락 시기와 디탁셀 점유율 상승 시기가 맞물린 점을 근거로 디탁셀이 가장 밀접한 경쟁 압력 역할을 해왔다고 분석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항암제 시장은 단순 가격 경쟁뿐 아니라 부작용 감소와 투약 편의성 등 품질 경쟁이 매우 중요한 분야"라며 "특정 기업 중심의 과도한 시장집중은 장기적으로 환자 선택권 축소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항암제 시장 독과점 차단"… 공정위, 보령 LBA 전략 제동

 

공정위는 특히 보령의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에 주목했다. 이는 특허가 만료됐지만 브랜드 충성도와 시장 지배력이 높은 오리지널 의약품 권리를 인수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보령은 최근 수년간 '젬자', '알림타', '탁솔', '젤로다' 등 다수 오리지널 항암제 판권을 확보하며 항암제 포트폴리오를 빠르게 확대해왔다. 이번 탁소텔 인수 역시 같은 전략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보령이 항암제 전담 조직과 영업 역량을 강화해온 데다 향후 도세탁셀 생산량도 현재 대비 약 50배까지 확대할 계획이라는 점에서 시장 지배력 강화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경제분석에서도 기업결합 이후 가격 인상과 소비자 후생 감소 가능성이 예측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공정위는 보령이 2023년 국내 최초로 개발한 '무알코올 도세탁셀' 제품 경쟁력에도 주목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기존 도세탁셀 제품에 포함된 에탄올 성분으로 인해 환자가 치료 과정에서 알코올 중독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의료계에서는 보령의 무알코올 제품 개발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왔지만, 공정위는 보령이 오리지널 제품까지 확보할 경우 디탁셀의 품질 경쟁 유인이 줄어들고 무알코올 제품 자체가 시장에서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보령에 대해 디탁셀 영업 관련 자산을 6개월 이내에 제3의 제약사에 매각하도록 명령했다. 필요 시 최대 6개월 추가 연장도 가능하다.

 

또 매각 전까지 보령이 디탁셀 생산·공급을 중단하거나 탁소텔로 거래 전환을 유도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매각 이후에도 새 인수자가 요청하면 일정 기간 디탁셀 완제품 공급과 기술지원 의무를 부과했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항암제 시장에서 경쟁 감소와 소비자 피해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 사례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리지널과 제네릭 간 가격·품질 경쟁 구조를 유지하도록 촘촘한 시정조치를 설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번 거래를 통해 탁소텔이 국내에서 직접 제조·판매되는 구조가 구축되면서 장기적으로는 공급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국민 생활과 밀접한 시장에서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기업결합에 대해 면밀한 심사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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