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정부가 야간에 전조등을 켜지 않은 채 주행하는 이른바 '스텔스 차량'을 줄이기 위해 자동차 안전기준을 대폭 강화한다. 전조등과 후미등 자동 점등 기능을 의무화하고, 전기차 회생제동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등이 자동 점등되도록 기준을 손질하면서 자동차 업계 전반의 안전 설계 변화가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5일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공포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확대와 전기차 보급 증가에 맞춰 기존 내연기관 중심 안전기준을 전면 보완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전조등·후미등 자동 점등 의무화다. 오는 2026년 9월 1일부터 제작·수입되는 승용·승합·화물·특수자동차에는 주변 밝기를 감지해 자동으로 전조등과 후미등을 켜는 기능이 의무 적용된다.
이에 따라 운전자가 야간 주행 중 임의로 등을 끄고 달리는 상황 자체가 원천적으로 차단될 전망이다. 그동안 고속도로와 자동차전용도로에서는 전조등을 켜지 않은 차량이 뒤늦게 발견되며 대형 추돌사고 위험이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
특히 최근에는 주간주행등(DRL)만 켜진 상태에서 계기판 조명이 밝게 유지되면서 운전자가 전조등이 켜졌다고 착각하는 사례가 늘어나 '스텔스 차량' 문제가 사회적 위험 요인으로 떠올랐다.
◆전기차 시대 맞춰 바뀌는 안전기준…"소프트웨어까지 규제 영역"
정부는 전기차 운전 방식 변화에 맞춘 제동등 기준도 함께 강화했다. 최근 전기차에서 확산 중인 '원페달 드라이빙'은 가속페달만으로 가속과 감속, 정지까지 가능해 운전 편의성이 높지만, 회생제동 과정에서 차량 속도가 줄어들어도 브레이크등이 켜지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개정안은 회생제동 기능 작동으로 일정 수준 이상 감속(1.3㎨)이 발생할 경우 자동으로 제동등이 점등되도록 기준을 바꿨다. 앞차 감속 여부를 뒤차 운전자가 즉각 인지할 수 있도록 해 추돌 위험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단순 등화장치 개선을 넘어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 제어까지 규제 영역이 확대되는 신호로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전기차는 기계장치보다 소프트웨어 제어 비중이 커 안전기준도 과거와 달리 알고리즘·감속 로직까지 관리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향후 OTA(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규제와도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는 원격조종 차량과 비상자동정지 기능에 대한 기준도 새로 마련했다. 공장·물류창고 등 좁은 공간에서 차량 외부에서 원격으로 저속 이동시키는 기능과 운전자 의식 상실 등 비상상황 시 차량이 스스로 안전지대로 이동·정차하는 기능이 대표적이다.
상용차 안전기준도 한층 강화된다. 국토부는 중·대형 화물·특수차량 후미 추돌 사고를 줄이기 위해 후부안전판 강도 기준을 기존 10톤 충격 수준에서 18톤까지 견딜 수 있도록 상향했다. 추돌 시 안전판이 밀려 들어가는 허용 변형량도 기존 400mm에서 300mm로 강화된다. 해당 기준은 공포 후 2년이 지난 시점부터 제작·수입 차량에 적용된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미래차 전환 과정에서 '기술 발전 속도'보다 '안전 기준 정비'가 뒤처진다는 지적을 일부 보완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동차공학 교수는 "자율주행과 전동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자동차 사고 원인도 단순 운전자 과실에서 시스템 인지 문제로 이동하고 있다"며 "앞으로는 차량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안전성 검증이 핵심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