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 국산 당뇨병 치료제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과의 정면 비교 임상에 나서며 시장 판도 변화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심혈관·신장 보호 효과까지 입증해야 하는 최신 당뇨 치료 시장에서 국내 신약이 글로벌 기준에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4월 30일부터 5월 2일까지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39차 대한당뇨병학회 춘계학술대회'에서 국산 당뇨 신약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의 대규모 임상 연구 'ENVELOP'의 중간 분석 결과와 연구 진행 상황을 공개했다고 4일 밝혔다.
이번 학술대회는 국내 최대 규모 당뇨병 행사로, '당뇨병 극복을 위한 도전과 혁신'을 주제로 열렸다. 행사 기간 동안 총 63개 세션과 국내외 전문가 213명의 발표, 106편의 포스터 발표가 진행됐다.
특히 업계의 관심은 ENVELOP 연구에 집중됐다. 해당 연구는 고려대학교 의과대학 내분비내과 김신곤 교수 연구팀이 주도하고 국내 55개 의료기관이 참여하는 다기관·전향적 연구다. 국산 36호 신약 엔블로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심혈관 질환 예방과 신장 기능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이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설계됐다.
현재 글로벌 당뇨 치료 시장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심혈관 사망 감소와 신장 보호 효과 측면에서 핵심 치료제로 자리잡고 있다. 기존 글로벌 대규모 임상에서는 심혈관 사망 위험을 38~40% 줄이고 신장 보호 효과도 39% 이상 입증됐지만, 대부분 위약(가짜약) 대조 방식이었다.
반면 "어떤 SGLT-2 억제제가 더 우수한가"를 비교한 직접 임상 데이터는 사실상 없었다. ENVELOP 연구는 이 공백을 겨냥했다. 세계 최초로 SGLT-2 억제제 간 직접 비교(Head-to-Head) 방식을 적용해 엔블로와 글로벌 대표 약물인 다파글리플로진, 엠파글리플로진을 동일 조건에서 비교하는 구조다.
◆"서구 아닌 아시아 데이터"…K-신약 글로벌 확장 시험대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 환자 데이터' 확보에 있다.
기존 글로벌 당뇨 임상시험은 대부분 서구인 중심으로 진행돼 왔다. 하지만 한국과 아시아 환자들은 체질량지수(BMI), 심혈관 질환 위험 구조, 신장질환 유병 특성 등이 서구와 다르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ENVELOP는 실제 진료 환경을 반영하는 '실용적 임상시험(Pragmatic Trial)' 방식으로 설계돼 한국과 아시아 환자 기반 실제 임상 근거(Real-World Evidence)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현재 연구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올해 4월 기준 목표 대상자 2862명 가운데 약 88% 등록이 완료됐다. 참여 환자의 평균 연령은 60.4세, 평균 BMI는 26.26㎏/㎡ 수준으로 집계됐다.
중간 분석 결과에서는 주요 평가 지표인 당화혈색소(HbA1c), 신여과율(eGFR), 소변 알부민·크레아티닌 비율(UACR) 변화가 대조군과 유의미한 차이를 보이지 않아 안정적 효과를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중대한 약물이상반응(SADR)은 보고되지 않았다.
최근 글로벌 당뇨 시장에서는 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여전히 SGLT-2 억제제가 심혈관·신장 보호 측면에서 핵심 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도 단순 혈당 강하 경쟁에서 벗어나 CKM(심혈관·신장·대사) 통합 관리 전략으로 시장 중심축을 옮기고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앞으로 당뇨 치료제 경쟁은 혈당 수치보다 심장과 신장을 얼마나 보호하느냐가 핵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국산 신약이 글로벌 약물과 직접 비교 임상에 나섰다는 점 자체가 시장에서 의미 있는 변화"라고 평가했다.
김신곤 고려대 의대 내분비내과 교수는 "최근 GLP-1 계열이 주목받고 있지만 심혈관 및 신장 보호와 비용효과성 측면에서는 SGLT-2 억제제가 여전히 강점을 갖고 있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아시아 환자 대상 장기 데이터를 확보하고 K-메디신 경쟁력을 글로벌 시장에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형철 대웅제약 ETC마케팅본부장은 "ENVELOP 연구는 실제 진료 환경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엔블로의 차별화된 임상 근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계 최초 직접 비교 데이터인 만큼 국내 당뇨 치료 선택 기준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학술 자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