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최근 국내 상장사들을 둘러싼 오너 및 경영진 사법리스크가 다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횡령·배임부터 시세조종 의혹, 회생절차와 자금 유출 논란까지 사건 유형도 다양해지는 가운데 단순 개인 비위를 넘어 기업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실패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최근에는 소액주주들의 반발과 행동주의 움직임까지 본격화되면서 오너리스크가 기업가치와 투자심리를 직접 흔드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 공시를 보면 최근 수년간 횡령·배임 공시 이후 거래정지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시장에서는 "실적보다 내부통제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남양유업, 홍원식 전 회장 횡령·배임 항소심…주주환원 압박까지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는 남양유업이 꼽힌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18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 항소심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홍 전 회장이 회사 자금을 사적으로 사용하고 특정 거래 과정에 업체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를 적용하고 있다.
앞서 홍 전 회장은 지난 1월 29일 1심에서 징역 3년과 추징금 43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회사 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한 부분과 거래 구조를 활용한 배임 혐의 상당 부분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 비리를 넘어 오너 중심 의사결정 구조 자체가 내부통제를 무력화했다는 점에서 재계 안팎의 충격이 컸다.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 제도가 존재했음에도 장기간 문제를 걸러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졌다. 남양유업은 지난 3월 배당 확대와 자사주 취득·소각 등을 포함한 총 310억원 규모의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홍 전 회장 일가가 횡령·배임 사건 과정에서 회사에 맡긴 약 82억원의 공탁금을 특별배당 재원으로 활용하기로 하면서 사실상 주주 달래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김승언 남양유업 대표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가치 제고와 시장 신뢰 회복에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실제 발표 직후 남양유업 주가는 장중 8% 이상 급등하기도 했다.
◆한국앤컴퍼니, 조현범 징역 확정…"오너 사익편취 실형 사례"
한국앤컴퍼니그룹 역시 조현범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부각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대법원은 지난 5월 8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된 조 회장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확정했다.
법원은 법인카드 사적 사용과 계열사 차량 유용, 개인 이사 비용 대납 등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계에서는 "총수 사익편취에 대한 사법부 판단이 이전보다 훨씬 엄격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번 사건은 단순 개인 비리를 넘어 ESG와 내부통제 문제로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최근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횡령·배임·중대재해 등을 단순 형사사건이 아니라 투자 제외 사유로 보기 시작하면서 오너리스크의 파급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앤컴퍼니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 당시 "이사회 중심으로 운영되는 회사에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조 회장 사건이 향후 국내 대기업 오너리스크 판례의 기준점이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동성제약 "회생절차 종료에도 남은 자금 유출 논란"
동성제약 역시 최근 시장에서 민감하게 거론되는 기업 중 하나다.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5월 15일 동성제약 회생절차 종결 결정을 내렸지만 시장에서는 여전히 경영진 자금 유출 의혹과 내부통제 붕괴 논란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동성제약은 앞서 경영권 분쟁과 자금 흐름 논란, 경영진 횡령 의혹 등이 동시에 불거지며 시장 신뢰가 크게 흔들린 바 있다. 특히 회생절차 과정에서 회사 자금 집행 구조와 내부 승인 절차 문제까지 도마 위에 오르면서 내부통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사례에서는 소액주주들의 반발이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는 점도 주목된다. 동성제약 소액주주들은 지난 3월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회생계획안과 자금 구조 전반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
기업 구조조정 업계 관계자는 "최근 소액주주들은 과거처럼 수동적으로 기다리지 않는다"며 "회생·M&A·유상증자 구조까지 직접 문제를 제기하는 행동주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카카오, 김범수 시세조종 항소심…AI 성장주와 사법리스크 공존
카카오 역시 AI 성장 기대감 속에서도 사법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되는 대표 사례다.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5월 8일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등이 연루된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사건 항소심 절차를 진행했다.
검찰은 카카오 측이 SM엔터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 형사재판을 넘어 플랫폼 기업의 시장 지배력과 자본시장 질서 문제로까지 확산되는 분위기다. 카카오는 최근 AI 사업 확대와 조직 재편을 동시에 추진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사법리스크 장기화가 투자심리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기업은 제조업보다 평판 리스크가 주가에 훨씬 빠르게 반영되는 특징이 있다"며 "AI 성장 기대감만으로 사법리스크 영향을 상쇄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오너리스크는 이제 주주 문제"…행동주의 확산
전문가들은 최근 반복되는 사건들의 공통 원인으로 형식화된 내부통제 시스템을 지목한다. 상당수 사건에서 장기근속 재무라인 권한 집중과 오너 중심 의사결정, 계열사 내부거래, 감사위원회 견제 실패 등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소액주주 행동주의가 강화되면서 특별배당 요구와 자사주 소각 압박, 금감원 민원과 집회, 경영진 책임론까지 이어지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오너리스크를 총수 개인 문제 정도로 봤지만 지금은 주주 피해와 기업가치 훼손 문제로 직결된다"며 "기업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시장의 인내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 리스크 기업들…"다음 뇌관은 어디?"
최근 시장에서는 이미 사법리스크가 불거진 기업들보다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잠재 리스크 기업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PF 부실과 AI 투자 확대, 중대재해 리스크 등이 동시에 누적되며 겉 실적과 내부 리스크 간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태영그룹은 워크아웃 이후에도 PF 우발채무와 계열사 자금지원 구조 문제가 잠재 위험 요인으로 거론된다. 시장에서는 지방 사업장 미분양과 브리지론 만기 연장 문제가 다시 악화될 경우 유동성 위기가 재점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는 분위기다.
SPC그룹 역시 SPL·샤니 공장 사망사고 이후 반복적으로 산업안전 문제가 제기되며 고용노동부 특별감독을 받은 바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에도 생산현장 안전관리 구조가 완전히 바뀌지 않았다는 우려가 업계 안팎에서 이어지고 있다.
물류업계에서는 올여름 폭염 대응 강화에 따라 쿠팡 등 대형 물류센터들의 냉방 운영과 휴게시간 보장 문제가 주요 점검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플랫폼·IT 업계에서는 AI 투자 확대 과정에서의 '조용한 구조조정' 가능성도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일부 플랫폼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핵심 사업 정리와 조직 슬림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고용 불안 우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건설업계 역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PF 시장 불안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대형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원가 절감 압박이 안전관리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최근 기업 리스크는 단순 실적 문제가 아니라 내부통제·노동·안전·지배구조 문제가 동시에 연결되는 구조"라며 "겉으로는 호황처럼 보여도 내부 균열이 누적되는 기업들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