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은경 기자] 아파트 관리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경비용역 시장에서 이른바 '들러리 입찰' 방식의 담합이 공정당국에 적발됐다. 경쟁입찰을 가장했지만 실제로는 낙찰 업체와 입찰 가격을 사전에 정해 놓고 형식적인 경쟁만 벌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입주민들이 부담하는 관리비의 공정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6일 아파트 통합경비용역 입찰에서 경쟁을 제한한 담합 행위는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을 왜곡하는 대표적인 불공정행위라며 제재 수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최근 공공뿐 아니라 민간 아파트 용역시장에 대한 입찰 감시가 강화되면서 유사 사례에 대한 조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23건 입찰 중 21건 에스원 낙찰…'유찰 방지용 들러리' 역할 드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부산·광주·대전·세종·충남·충북 등 6개 지역의 23개 민간 아파트 단지에서 실시된 23건의 통합경비용역 입찰에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와 투찰가격을 합의한 에스원과 에스텍시스템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총 9억73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통합경비용역은 CCTV 통합관제와 출입통제시스템 등 기계경비와 인력경비를 함께 제공하는 서비스다. 경비업법상 일정한 경비인력과 자본금, 시설 및 장비 등을 갖춰 경찰청 허가를 받은 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어 진입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꼽힌다.
공정위 조사 결과, 에스원은 해당 아파트 단지들에서 사전 영업활동을 마치고 제안서 평가에서도 우위를 점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입찰이 성립되지 않거나 유찰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에스텍시스템에 입찰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에스텍시스템은 사건이 발생한 지역에서 통합경비용역 수행 실적이 거의 없어 실질적인 경쟁사가 아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과거 에스원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장기간 협력 관계를 유지해 온 점도 담합이 이뤄진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공정위는 설명했다.
양사는 23건의 입찰에서 에스원이 낙찰받고 에스텍시스템은 형식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에 합의했으며, 필요한 경우에는 투찰가격까지 사전에 조율했다.
그 결과 2022년 1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진행된 입찰 가운데 에스원은 23건 중 21건에서 낙찰을 받거나 유찰 이후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나머지 2건은 제3의 사업자가 낙찰받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행위를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한 중대한 담합으로 판단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함께 부과했다.
경쟁법 전문가들은 민간 아파트 경비용역 시장은 입찰을 통해 가격 경쟁이 이뤄져야 관리비 절감 효과가 발생하지만, 낙찰 예정자와 가격을 미리 정하는 담합이 이뤄질 경우 경쟁이 무력화돼 결국 비용 부담이 입주민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한다. 특히 최근 인건비 상승으로 아파트 관리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용역시장 경쟁질서 확립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가 주민들의 관리비가 투입되는 통합경비용역 시장의 담합을 적발·제재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입찰담합 등 부당한 공동행위에 대한 과징금 하한과 부과기준을 대폭 상향한 만큼, 앞으로 유사한 담합 행위가 확인될 경우 더욱 엄정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