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HL만도 평택공장에서 머시닝센터(MCT 설비) 유지·보수 작업을 하던 하청업체 소속 20대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계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초 2인 1조로 진행되던 작업이었으나 원청의 조기 작업 완료 요구에 따라 홀로 단독 작업에 투입됐으며, 해당 설비에는 필수 안전장치인 인터록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유가족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고 회사 측에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 당초 예정보다 당겨진 작업…2인1조 원칙 무너진 채 홀로 투입
27일 금속노조 만도지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12시 48분경, 경기 평택시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하청업체 '피아로딕스' 소속 노동자 고(故) 김OO(28)씨가 MCT 12호기 설비 내부에서 몸이 끼인 채 발견됐다. 김씨는 사고 직후 119 구급대에 의해 평택성모병원으로 이송되어 심폐소생술을 받았으나, 같은 날 오후 2시 40분경 끝내 숨졌다.
1998년 7월생으로 최근 28번째 생일을 맞은 고인은 지난 2025년 10월 HL만도 평택공장에 입사해 9개월간 근무해 왔다. 고인이 소속된 피아로딕스는 만도 정규직 출신 대표가 운영하는 하청업체로, 소속 노동자가 서너 명에 불과한 소규모 사업장으로 알려졌다.
노동조합 조사 결과, 해당 유지·보수 작업은 본래 2인 1조로 진행돼야 하는 공정이었다. 그러나 사고 당일 아침 원청 매니저로부터 '당초 다음 주 예정이었던 12호기 작업을 이번 주 안에 마무리해 달라'는 지시가 전달됐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고인은 11호기 작업이 마무리될 무렵 12호기를 미리 점검하라는 지시를 받고 혼자 설비 내부로 진입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12호기는 당일 오전 타 하청업체 작업을 마치고 시험 가동이 진행 중인 상태였다는 것.
◆ 구형 설비 안전장치 부재·노조 통보 누락 논란
사고가 발생한 MCT 설비의 구조적 안전 결함도 드러났다. 노조에 따르면 정상적인 설비의 경우 작업자가 내부에 진입하면 가동이 중단되는 안전장치인 '인터록(Interlock)'이 작동해야 하지만, 사고가 난 12호기는 구형 모델로 해당 장치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사고 수습 과정에서 사측의 미온적인 대응도 논란을 샀다. 중대재해 발생 시 노동조합에 즉시 알릴 의무가 있음에도, 사측은 고인을 구급차로 이송하는 동안 노조측에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사고 소식은 현장을 지나던 조합 간부가 구급차를 목격하면서 비로소 전달됐고, 노조는 사고 발생 30여 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 노동청, 4라인 MCT 15대 전체 작업중지… 사측 사과문엔 "책임 전가" 반발
사고 이후 금속노조 만도지부는 대책회의를 구성하고 24일 오전 10시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어 평택지청장 항의 면담을 진행한 뒤 오후 2시에는 유가족, 평택지청장, 노동조합이 함께 사고 현장을 합동 조사했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은 당초 'MCT 설비 내부 유지·보수 및 수리 작업 일체'에 대해 작업중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회사측이 11호기와 12호기에 대해서만 가동을 중단하자 노조가 강력히 항의 방문했고, 노동당국은 사고가 발생한 4라인 내 MCT 설비 전체(1~15호기, 총 15대)로 작업중지 범위를 확대 명령했다.
한편, 사측이 사고 이후 현장에 부착한 사과문을 둘러싸고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회사측은 게시글을 통해 "현장 안전 수칙과 작업 절차 준수에 더욱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명시했으나, 노조측은 이를 두고 은연중에 사고 책임을 작업자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돌리려 하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 유족 "만도에 책임을 묻겠다"…27일 노사 산업안전보건위 개최
현장을 확인한 유가족은 원청인 HL만도의 책임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고인의 아버지는 "아들이 만도에서 일하게 됐다며 기뻐했는데 작업 환경이 터무니없이 열악했다"며 "사고를 조용히 덮으려 했으나 현장을 보고 마음을 바꿨다. 이러한 환경을 방치한 만도에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며 노동조합에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 고인의 어머니 역시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현실에 통곡하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유가족과 만도지부는 진상규명이 이루어질 때까지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5일 오후부터 평택 안중장례문화센터 2층 무궁화실에 빈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고 있다. 유족의 뜻에 따라 고인의 성명과 사진은 언론에 공개하되, 비통한 상태인 유족들의 모습에 대해서는 비공개 취재를 요청했다.
노동조합(만도지부 평택지회)은 27일 오후 사측과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개최하고, 철저한 사고 진상규명과 실효성 있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는 향후 구체적인 사고 조사 내용이 정리되는 대로 기자간담회 등을 개최해 추가 입장을 밝힐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