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승훈 기자] HD현대가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현지 조선소 현대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단순한 선박 건조 협력을 넘어 조선소 설계부터 생산 시스템 구축, 자동화 기술, 데이터 관리 체계까지 아우르는 '조선소 운영 노하우 수출'에 나서면서 한미 조선산업 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HD현대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미국 조선기업 프레이저 인더스트리(Fraser Industries LLC)와 '미국 조선산업 부흥을 위한 조선소 현대화 협력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7월 30일(목) 밝혔다.
이번 협약은 미국 내 노후 조선시설을 첨단 스마트 조선소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그동안 축적한 조선소 구축 경험과 생산 혁신 기술을 활용해 프레이저 조선소를 미국 조선업 재건을 위한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협약식은 미국 워싱턴에서 진행됐으며, HD한국조선해양 김형관 대표와 신종계 기술자문, 프레이저 인더스트리 패트릭 켈리(Patrick V. Kelly) 대표 등 양사 주요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번 사업은 HD한국조선해양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추진해온 '조선소 건설 종합 솔루션' 사업의 첫 실제 적용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3월 정관 내 사업목적에 '디지털 엔지니어링·매뉴팩처링 플랫폼 개발 및 공급업'을 추가하며 조선소 설계와 운영 기술을 외부 시장에 제공하는 사업 확대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설계부터 AI 자동화까지…'스마트 조선소 패키지' 미국 시장 첫 적용
이번 협력의 범위는 조선소 건설 이후 운영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쳐 있다.
양사는 △조선소 진단 및 최적 솔루션 도출 △야드·공장 레이아웃 설계 △로봇·자동화 설비 도입 △비용·공정·품질·생산성 최적화 △AI·데이터 기반 디지털 솔루션 적용 △공급망 확대 및 기술 인력 양성 등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은 조선소 설계·건설 노하우와 생산·운영 시스템, 데이터 관리 방식 등 스마트 조선소 구축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하나의 패키지 형태로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선박을 만들어 공급하는 기존 조선 수출 방식에서 벗어나, 조선소를 설계하고 운영하는 산업 인프라 자체를 해외에 수출하는 새로운 형태의 사업 모델이다.
양사는 연내 '조선소 현대화 컨설팅 프로그램'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미국 오대호(Great Lakes) 가운데 하나인 슈피리어호(Lake Superior) 연안에 위치한 프레이저 조선소를 미국 조선업 현대화의 실증 모델로 활용할 계획이다.
프레이저 조선소가 위치한 오대호 지역은 미국 내 전통적인 선박 건조 및 유지·보수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최근에는 프레이저 조선소와 핀칸티에리 마린 그룹(Fincantieri Marine Group), 돈존 마린(Donjon Marine) 등이 '오대호 조선 동맹'을 구축해 미국 해안경비대의 신형 경쇄빙선 사업에 공동 참여하는 등 조선산업 재편의 핵심 지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협력이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해양 번영 지대' 구상과 맞물려 한국 조선 기술의 미국 공급망 진입을 확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중국 조선업 경쟁력 확대와 자국 내 조선 기반 약화를 배경으로 조선산업 재건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숙련 인력 부족과 노후 생산시설 문제로 인해 단기간 내 경쟁력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세계 최고 수준의 생산성과 스마트 조선소 운영 경험을 가진 한국 조선업계와의 협력이 미국 조선 경쟁력 회복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레이저 인더스트리 패트릭 켈리 대표는 "조선소 운영 전반의 선진 기법 도입을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HD현대와 손잡게 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양사 간 협력은 미국 조선업 부흥을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HD한국조선해양 김형관 대표는 "조선소 설계부터 운영에 필요한 노하우를 제공해 프레이저 조선소를 미국 조선산업 재건의 거점이 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라며 "향후 다양한 영역으로 협력 범위를 확대해 미국 조선업의 든든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이번 협력을 계기로 미국 현지 건조 협력과 조선 인력 양성 등 다양한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앞서 정기선 HD현대 회장은 지난해 10월 경주에서 열린 'APEC 퓨처테크 포럼' 기조연설에서 "HD현대는 미국의 새로운 해양 르네상스 시대를 함께 여는 든든한 파트너로서, 미국 조선업의 혁신 여정에 함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