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제수 기자]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이유로 바이오연료 혼합 비율을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정작 핵심인 원료의 친환경성과 공급망 내 환경·인권 리스크는 검증조차 하지 않는 정책적 공백이 드러났다. 2015년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제도(RFS) 도입 이후 팜유 의존도가 4배 폭증한 가운데, 양적 혼합률 달성에만 매몰된 현행 제도가 해외의 산림 훼손과 생태계 파괴를 방관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사단법인 기후솔루션이 한국의 바이오연료 정책이 실질적인 온실가스 감축 성과와 공급망의 환경·인권 리스크를 검증하는 제도적 안전장치 없이 혼합 비율 확대에만 치중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기후솔루션은 지난 10일 ‘한국 바이오연료의 이면: 인도네시아–한국 팜유 공급망의 지속가능성 리스크’ 보고서를 발간하고, 현행 바이오연료 정책의 구조적 문제점과 원료 기준 개편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 RFS 혼합률 달성에만 매몰…팜유 의존도 72% 육박하고 4배 급증
한국은 지난 2015년 신·재생에너지 연료 혼합의무제도(RFS)를 도입한 이래 자동차용 경유의 바이오디젤 혼합률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2026년 기준 혼합의무 비율은 4%이며,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8%로 확대할 계획이다. 그러나 현행 제도는 혼합량과 연료 품질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원료 생산 전 과정에서의 온실가스 배출을 측정하는 전과정평가(LCA)나 산림파괴·이탄지 훼손 원료를 배제하는 구속력 있는 지속가능성 기준은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로 인해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생산에 투입된 팜유 및 팜 파생물(PFAD, POME 등)은 76만 6000톤으로 2015년 대비 약 4배 증가했으며, 전체 바이오디젤 원료 내 팜계 원료 비중은 72%에 달했다. 보고서는 원료별 환경위험을 가리지 않고 사용량 자체에 정책적 가치를 부여한 제도가 팜유에 대한 구조적 의존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제 팜유 외에 팜지방산증류물(PFAD)과 팜유 공장 폐수 회수유(POME) 등 팜 파생물의 경우 여러 시설의 원료가 혼합돼 플랜테이션 단계까지의 원산지 역추적이 어렵다. 부산물이라는 명목만으로 환경 위험이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기후솔루션이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상업용 선적 기록을 분석한 결과,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 내 37개 정제소에서 조달한 물량 중 단 13개 정제소가 전체 분석 물량의 약 90%를 차지했다. 문제는 이들 공급망의 90% 이상이 산림·이탄지 훼손, 토지권 분쟁, 법적 제재 등 최소 하나 이상의 환경·인권 리스크 관련 단체나 지역과 연계돼 있다는 점이다. 2025년 한국행 물량의 23%는 당해 수마트라 홍수 피해지역에 양허지나 조달망을 둔 공급업체 그룹과 연결된 것으로 나타났다.
◆"혼합량 아닌 온실가스 감축 성과 중심으로"…전과정평가·공급망 실사 제도화 제언
국내 기업들의 자발적 위험 관리 체계 역시 미흡한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가 명시한 주요 수입·가공 기업 5곳(제이씨케미칼, DS단석, SK에코프라임, GS글로벌, HD현대오일뱅크)의 공시 자료를 검토한 결과, 공급망 전체에 적용되는 '산림파괴·이탄지 개발·착취 금지(NDPE)' 정책이나 이에 준하는 조달 기준을 명시적으로 공개한 기업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기후솔루션은 바이오연료 정책의 목표를 단순 혼합량 달성에서 검증된 온실가스 감축 성과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제언했다. 원료 생산부터 가공·운송, 간접 토지이용변화(iLUC)까지 포함하는 전과정평가를 도입하고, 이를 충족하는 연료만 재생에너지 실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정부 차원의 원료 추적성 체계 구축과 함께 기업 및 금융기관에 대한 환경·인권 실사, 위험관리 공시 의무화를 촉구했다.
이러한 제도 개선은 향후 항공 및 해운 분야로 바이오연료 적용이 확대됨에 따라 더욱 시급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2027년부터 국내 출발 국제선 항공기에 지속가능항공유(SAF) 1% 혼합 의무화를 추진하는 만큼, 원료 기준 마련을 뒤로 미루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 저자인 엘레오노라 파산 기후솔루션 연구원은 "한국의 팜유 의존은 원료의 산림·배출·인권 비용을 따지지 않은 제도가 만든 결과"라며 "안전장치를 뒤로 미룬다면 기후·생태·인권 비용을 해외에 전가하는 구조가 고착될 수 있는 만큼 전과정평가와 지속가능성 기준, 공급망 실사를 정책 확대보다 먼저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