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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만들어 팔던' K-조선, 현지서 직접 만든다…HD현대중공업, 페루서 첫 공동건조

페루 시마조선소서 신형 상륙지원함 '침보테함' 진수…해외 현지 공동건조 첫 사례
4척 함정 수주 이어 1500톤급 잠수함 기본설계까지…K-함정 수출 방식 변화

[KJtimes=김승훈 기자] 한국 조선업계의 함정 수출 방식이 완제품을 국내에서 건조해 해외로 보내는 방식에서 현지 조선소와 기술을 공유하고 직접 생산하는 형태로 확장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이 페루 현지 조선소와 공동으로 건조한 신형 상륙지원함을 처음으로 진수하면서 K-함정 수출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단순한 함정 판매를 넘어 설계와 기술지원, 현지 생산시설 활용까지 결합하면서 향후 방산 수출의 사업 범위를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페루 시마(SIMA)조선소에서 페루 해군의 신형 상륙지원함 1번함 '침보테(Chimbote)함' 진수식을 개최했다고 19일 밝혔다.

 

진수식에는 케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을 비롯해 라파엘 벨라운데 페루 국방장관, 페데리코 하비에르 브라보 데 루에다 델가도 페루 해군총사령관, 최종욱 주페루 대한민국 대사,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번 침보테함은 HD현대중공업과 시마조선소가 공동 건조한 상륙지원함 2척 가운데 1번함이다.

 

HD현대중공업은 2024년 4월 페루 해군으로부터 호위함·원해경비함·상륙지원함 등 총 4척의 함정을 수주했다. 이 가운데 상륙지원함 2척은 페루 현지에서 공동건조 방식으로 건조되고 있다.

 

2번함인 '탈라라(Talara)함'도 이달 초 육상 건조 공정을 모두 마친 상태다.

 

◆함정 수출, '완제품'에서 '현지 생산 생태계'로

 

이번 사업에서 주목할 부분은 함정을 어디에서 만들었느냐에 있다.

 

기존 함정 수출은 국내 조선소에서 설계와 건조를 완료한 뒤 완제품을 수출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페루 사업은 HD현대중공업이 설계와 기술지원을 담당하고 시마조선소가 현지 생산시설을 활용해 블록 생산과 조립, 의장, 시험·시운전 등에 참여하는 구조다.

 

함정 한 척을 수출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조선소에 건조 기술과 생산 경험을 축적시키는 형태다.

 

이는 방산 수입국들이 단순히 완제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자국 방위산업과 조선산업의 역량을 함께 키울 수 있는 협력 모델을 요구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페루 역시 이번 사업을 통해 현지 조선산업의 생산능력을 높이고 관련 인력과 공급망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케이코 후지모리 페루 대통령은 진수식에서 "우리는 단순히 함정 한 척을 건조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며 이번 프로젝트가 일자리 창출과 인적자원 개발, 조선산업 공급망 확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함정 사업의 사업구조 자체가 바뀌면서 국내 조선사의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국내 업체가 선체를 직접 만드는 제조업체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설계와 엔지니어링, 생산기술 이전, 현지 조선소 교육과 기술지원까지 제공하는 종합 방산·조선 사업자로 역할을 확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에는 정부 차원의 지원도 결합됐다.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은 페루 정부와의 협력을 추진하며 HD현대중공업의 함정 수출을 지원했고 주페루 한국대사관과 코트라도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양국 정부와 기업 간 협력을 뒷받침했다.

 

민간 기업의 수주 역량과 정부의 외교·방산 지원이 결합된 이른바 '팀코리아' 방식이 해외 함정 수출에서 작동한 셈이다.

 

침보테함과 탈라라함은 인력과 물자 수송뿐 아니라 군수지원과 재난·재해 대응 등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다목적 상륙지원함이다.

 

이번 사업의 의미는 후속 사업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현재 페루 해군의 1,500톤급 차세대 잠수함 기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 설계가 완료되면 선도함 건조에 착수할 수 있도록 페루 정부와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상륙지원함 공동건조를 통해 현지 조선소와 협력 기반을 확보한 데 이어 잠수함 사업까지 연결될 경우 페루를 거점으로 한 장기적인 함정·잠수함 협력 모델이 구축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함정 수출은 일반 상선과 달리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 수주가 결정되지 않는다. 군 운용 경험과 유지보수, 후속 군수지원, 기술협력, 현지 산업 육성 등이 장기적인 계약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번 페루 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향후 중남미 국가를 대상으로 한 K-함정 수출에서도 현지 공동생산과 기술협력을 결합한 사업모델을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전망이다.

 

주원호 HD현대중공업 사장은 "이번 침보테함의 진수는 민·관이 하나돼 이뤄낸 팀코리아의 성과"라며 "K-함정의 경쟁력을 높여 수출 시장을 다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사업은 한국에서 함정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하는 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현지 조선소와 함께 생산하고 기술과 산업 생태계까지 수출하는 K-함정 수출 모델의 시험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페루 잠수함 사업으로 협력이 확대될 경우 이번 현지 공동건조 경험이 추가 수주를 위한 레퍼런스로 활용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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