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국내 바이오디젤의 원료 생산부터 가공·운송, 토지이용변화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따질 경우 정부가 감축 실적으로 인정해 온 바이오연료의 효과가 크게 줄거나 오히려 추가 배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바이오연료를 얼마나 섞었는지가 아니라 실제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기준으로 제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기후솔루션은 29일 정책 브리프 ‘무엇을 섞는지 묻지 않는 제도: 바이오연료 혼합의무화제도(RFS)의 한계와 개선 방향’을 발간하고, 바이오연료 정책의 기준을 ‘얼마나 섞었는가’에서 ‘실제로 얼마나 온실가스를 줄였는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밝혔다.
RFS는 정유사와 석유수입사 등이 자동차용 경유에 일정 비율 이상의 바이오디젤을 혼합해 판매하도록 한 제도다.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2015년 도입됐으며, 혼합의무비율은 당시 2.5%에서 2026년 4%까지 높아졌다. 현행 법정비율은 2027년부터 4.5%, 2030년부터 5%다. 정부는 2030년 혼합비율을 최대 8%까지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 “해외 높음 기준 적용 시 경유보다 1617만톤 추가 배출”
기후솔루션 분석에 따르면 현행 법정 혼합비율을 적용할 경우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이 대체하는 경유의 전과정 배출량은 총 1502만톤으로 계산됐다. 바이오디젤을 사용하지 않고 경유를 계속 사용했을 경우 발생했을 배출량으로, 바이오디젤의 전과정 감축효과를 판단하기 위한 비교 기준이다.
하지만 바이오디젤 원료의 생산과 가공·운송, 토지이용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배출량까지 포함하면 결과는 크게 달라진다는 게 기후솔루션의 분석이다.
해외 규제기관과 주요 연구에서 확인된 원료별 낮은 배출값을 적용하면 순감축량은 1122만톤으로 줄어든다. 반대로 높은 배출값을 적용하면 바이오디젤의 전과정 배출량이 대체된 경유의 배출량을 넘어, 경유를 그대로 사용했을 때보다 오히려 1617만톤을 추가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기후솔루션은 분석에 사용한 낮은 값과 높은 값이 국내 배출량의 통계적 최솟값과 최댓값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서로 다른 해외 규제기준과 연구에서 제시된 원료별 배출값을 적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결국 같은 양의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더라도 어떤 원료로 만들었는지, 생산 과정의 배출을 어디까지 반영하는지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또는 추가 배출이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국내 바이오디젤의 원료 구조도 문제로 지목됐다. 2024년 국내 바이오디젤 원료 가운데 정제 팜유와 팜 부산물 등 팜 계열이 72%를 차지했다. 물량으로는 76만 6000톤으로 RFS가 시행된 2015년보다 약 4배 증가했다. 전체 원료 중 수입산 비중도 77%에 달했다.
팜유의 경우 원료 생산 과정에서 열대림이나 탄소 저장량이 많은 이탄지가 농장으로 전환되거나 바이오연료용 작물 수요 증가로 다른 지역에서 새로운 농지가 개간될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그럼에도 현행 국내 RFS는 팜유와 폐식용유 등 실제 감축효과가 다른 원료라도 같은 양을 혼합하면 동일한 의무이행 실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원료와 생산경로에 따른 감축효과 차이를 제도에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수입 팜 계열 원료 의존도가 높아진 배경에 대해 원료별 감축효과를 구분하지 않고 바이오연료 사용량 자체에 정책적 가치를 부여해 온 제도와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혼합의무를 통해 바이오연료 시장의 양적 확대를 유도한 반면 어떤 원료가 사용되고 실제로 어느 정도의 감축성과를 내는지에 대한 관리는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 “정부 2022년 'LCA 기반 개편' 약속 후 4년째 미이행”…혼합비율만 8%로 확대 추진
정부 역시 2022년 발표한 ‘친환경 바이오연료 확대 방안’에서 혼합량을 중심으로 관리하는 RFS를 실제 탄소감축 효과가 반영되는 방향으로 개편하고 전과정평가에 필요한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관리기관 일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기후솔루션은 발표 이후 4년이 지난 현재까지 이 같은 기준이 RFS 의무이행에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부는 2030년 바이오연료 혼합의무비율을 최대 8%까지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시행 예정인 지속가능항공유(SAF) 혼합의무에는 국제기준에 따른 원료 지속가능성과 온실가스 감축 기준이 적용될 예정이지만, 10년 넘게 시행된 도로용 바이오디젤에는 같은 수준의 평가·검증 기준이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됐다.
보고서 저자인 임두리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바이오디젤이라고 모두 같은 온실가스 감축효과를 내는 것은 아니며, 특히 팜유 비중이 높은 국내 상황에서는 원료에 따른 배출량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현행 제도로 실제 감축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혼합의무만 확대할 경우 바이오연료 사용량이 증가하더라도 온실가스 감축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2022년 제시했던 전과정평가(LCA) 기반 평가·관리체계를 우선 마련하고 고위험 원료의 인정을 제한하는 등 사용량이 아닌 검증된 감축성과를 기준으로 RFS를 개편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기후솔루션은 바이오연료 시장의 경쟁질서 문제도 함께 언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6년 7월 바이오연료 제조·판매사업자 7곳의 입찰담합 사건에 대한 심의 절차를 시작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공정위 심사관은 2013년 12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입찰담합과 물량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으며, 영향을 받은 입찰 규모를 약 9조 7000억원으로 파악했다. 다만 이는 심의 절차가 시작된 단계에서 제시된 심사관 판단이라는 점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