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서민규 기자] 엔·달러 환율이 23일 달러당 100엔 가까이 상승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식 및 채권 시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가파른 엔화 약세로 일본과 경쟁 관계에 있는 자동차, 정보통신(IT) 업종 등을 중심으로 주식시장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대신증권 김승현 투자전략부장은 "일본과 수출 경합도가 높은 자동차와 IT에 영향이 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일본에 장비 수입 의존도가 높은 IT는 수입단가가 낮아지는 효과라도 있지만, 자동차는 이런 것도 없어 더 피해가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의 실적과 주가는 급등한 반면에 현대차와 기아차 주가는 작년 연말보다 10∼20%가량 내렸다.
교보증권 임동민 연구원은 "다행스럽게도 원화와 엔화가 예전처럼 디커플링(탈동조화)은 아니다"면서 "원화도 달러 대비 약세를 보여 극도로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월 11일 1,054.70원까지 내려갔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달러당 1,110원대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코스피에 더욱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엔·달러 환율이라기보다는 세계 경기 회복 여부라고 보고 있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지난 2009년 엔저 국면 때 원·엔 환율이 20%가량 내렸지만, 우리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면서 "세계 수입 수요가 워낙 강력하게 늘어 엔저를 모두 상쇄하고도 남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엔화 약세는 채권 시장에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것이 채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출과 국내 경기 불안 요인이 가중되면서 환율 방어와 경기 불안에 대응할 목적으로 한국은행도 기준금리를 내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 나정오 연구원은 "엔저가 채권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인은 아니지만, 엔저가 심해지면 한국은행도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에 따라 채권 시장에는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교보증권 권한욱 연구원은 "엔화를 풀면서 일본 국채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고 있다"면서 "그만큼 엔캐리 자금이 국내 채권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매수 기반이 강해진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